▲ 코레일 전 사장들. 가운데는 가장 최근 물러난 최연혜 전 사장. 뒤는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허준영, 이철, 정창영, 강경호 전 사장.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코레일이 새 사장 찾기에 나선 가운데, 벌써부터 우려의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낙하산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코레일 사장을 맡았던 최연혜 전 사장을 비롯해 코레일을 이끌었던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러한 우려가 충분히 이해된다. 심지어 벌써부터 차기 ‘낙하산 사장’ 후보마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 홀연히 떠난 최연혜… 사장 공모 나선 코레일

코레일은 현재 사장이 없다. 원래는 오는 9월까지 최연혜 전 사장의 임기였지만, 지난달 돌연 사퇴했다. 4·13총선 출마 때문이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5번으로 낙점된 최연혜 전 사장은 국회 입성이 확정됐다.

새로운 사장을 찾아 나선 코레일은 오는 22일까지 신청자 공모를 진행 중이다. 접수가 마감되면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3배수의 후보자를 선정해 공공기관운영위원회 평가와 청와대의 재가 등을 거치게 된다. 적절한 후보자가 없을 경우엔 재차 공모에 나설 수도 있다.

코레일 사장 공모에 어떤 이들이 접수했는지, 혹은 몇 명이나 접수했는지 등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우려의 시선과 목소리가 가득하다. 낙하산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 코레일 발전 막은 코레일 사장 잔혹사

코레일의 과거를 돌아보면, 사장 선임을 향한 다소 ‘이른 걱정’이 충분히 이해된다.

2005년 철도청에서 한국철도공사로 개편된 뒤 코레일(2007년 명칭 변경)의 사장은 대부분 ‘낙하산 논란’의 주인공이었다.

코레일의 초대 사장은 철도청장에 이어 코레일 사장을 맡은 신광순 전 사장이었다. 하지만 그는 코레일 사장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유전개발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으면서 사퇴했다.

뒤를 이은 2대 이철 전 코레일 사장은 3선 국회의원이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인물이었다. 그는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낙마한 뒤 코레일 사장에 올라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3대 코레일 사장은 완벽한 ‘MB맨’ 강경호 전 사장이었다. 그의 행적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상당히 겹친다. 현대그룹 출신이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임할 땐 서울지하철공사 사장을 맡았다. 현재는 다스 사장을 맡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소유주 논란’이 일었던 회사이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 씨가 임원으로 재직 중인 회사다.

강경호 전 사장의 재임기간은 그리 길지 못했다. 2008년 6월 취임했는데, 그해 11월에 자리를 떠났다. 당시 검찰이 강원랜드 비리 사건을 수사하면서, 강경호 전 사장 역시 여기에 연루돼 구속되고 말았다. 과거 돈을 받고 인사청탁을 한 혐의가 포착된 것이다.

그의 뒤를 이은 4대 사장 역시 ‘낙하산’ 지적은 물론, 구속되는 신세를 피하지 못했다. 허준영 전 사장이다. 경찰청장 출신으로 철도와는 전혀 무관했던 그는 코레일 사장 재임 당시 엄청난 규모의 용산 개발사업에 착수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은 현재 모두 백지화됐고, 허준영 전 사장은 사업 진행 과정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 7일 구속됐다.

5대 사장인 정창영 전 사장 또한 감사원 출신으로 철도와는 동떨어진 인물이었다. MB정권 말기인 2012년 2월 취임한 그의 임기는 당연히 그리 길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 6월 그는 사의를 표하고 떠난다.

▲ 결국은 정치권으로 떠난 최연혜 전 코레일 사장. 사진은 지난 19대 총선 출마 당시 모습이다.
그 뒤를 이은 것이 바로 최연혜 전 사장이다. 최연혜 전 사장은 철도대학 교수 및 총장, 코레일 부사장 등을 거친 인물이지만, 동시에 정치권에도 발을 들인 경력이 있는 인물이었다. 과거 새누리당 대전 서구을 당협위원장을 맡았고, 제19대 총선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그리곤 얼마 지나지 않아 코레일 사장 자리에 앉은 것이다.

재임 기간에도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역사상 가장 길었던 2013년 철도파업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다. 특히 최연혜 사장은 철도민영화에 대한 입장을 번복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과거엔 철도민영화에 부정적이었던 인물이 코레일 사장 자리에 앉은 뒤 민영화 추진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관련된 논란도 계속됐다.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를 찾아가 과거 자신의 지역구와 관련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결국 그녀는 20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던 발언 역시 번복하고, 비례대표로 출마했다.

◇ 심상찮은 움직임… ‘낙선 정치인’ 낙하산 우려도 제기

▲ 코레일 후임 사장에 대한 '낙하산' 우려가 크다.
이처럼 코레일 사장은 대부분 철도와 전혀 무관한 인물이거나 재임 기간 중 다른 데 한눈을 팔았다. 코레일의 발전보다는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작용한 인사였고, 사장 본인들 역시 자신의 영달에만 집중했다.

그러는 사이 코레일은 가장 대표적인 부실 공기업 중 한 곳이 됐다. 하지만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전임 사장들은 이미 떠났고, 꾸준히 코레일을 지켜온 직원들이 희생양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후임 코레일 사장에 또 다시 ‘낙하산’이 내려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권이 2년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또 다시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작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미 후보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도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홍순만 전 인천시 경제부시장이다. 그는 지난 18일 돌연 경제부시장 자리에서 퇴임했다. 취임한지 불과 8개월 만이다. 그는 “나름대로 새로운 길을 차분하게 준비하고자 경제부시장 직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사퇴 이유를 밝혔다. 본인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코레일 사장 공모에 나서기 위한 것이라는 설이 파다하다.

홍순만 전 경제부시장은 친박계 핵심으로 꼽히는 유정복 인천시장의 행정고시 동기이자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유정복 시장은 인천시장으로 취임한 뒤 정무부시장을 경제부시장으로 바꾸고 상당한 힘을 실어줬는데, 홍순만 전 경제부시장은 유정복 시장의 두 번째 경제부시장이었다.

홍순만 전 경제부시장 만이 아니다. 이번 총선에서 여권이 참패하자, 자리를 잃은 정치권 인사가 코레일 사장 자리에 앉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아직 구체적인 인물까지 거론되진 않고 있으나,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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