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품고 갈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해운 회생안을 놓고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정부와 국책은행이 한진해운의 경영권을 내놓을 정도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없이는 추가 지원을 할 수 없다며 압박을 가하고 있어서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채권단은 최근 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나섰다. 구조조정 칼날은 현대상선에 이어 ‘한진해운’에게도 겨눠졌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만나 한진해운의 회생 방법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결정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즉 채권단의 관리 아래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지원을 받을 것인지, 아니면 지원 없이 독자 생존을 할 것인지를 선택하라는 얘기였다.

한진해운은 지난 1월부터 삼일회계법인에서 재무진단 컨설팅을 받고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경영개선 방안을 논의 중인 상태다. 정부와 채권단 측에선 현대상선 못지않게 한진해운의 처한 재무 위기가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경영권을 포기할 정도 수준의 고강도 구조조정 방안 없이는 지원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 “경영권 포기 수준의 자구안 없인 지원 못해” 채권단 ‘최후통첩’

지난해 말 기준 한진해운의 부채규모는 5조6,000억원 수준이다. 부채 규모만 보면 현대상선(4조8,000억원) 보다 더 많은 규모다. 지난 2013년부터 자산 매각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재무개선작업에 전력을 쏟고 있으나 여전히 갈 길이 먼 수준이다.

지난 2014년 한진해운의 경영권을 넘겨받은 조양호 회장이 대한항공과 한진칼 등 주요 계열사를 총동원해 자금 지원에 나섰음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채권단은 그룹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자금도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최근 3년간 6,5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한진해운에 지원했다. 지난 2월에는 한진해운 영구채 2,200억원을 인수한 바 있다. 한진칼도 한진해운 상표권을 1,100억원을 주고 매입하는 등 ‘백기사’를 자처했다.

문제는 이 같은 잇단 자금 지원으로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항공과 한진칼은 한진해운 지원 부담 탓에 지난달 말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아울러 신용평가업계에선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 지원이 계속된다면 그룹사 전체가 ‘동반 위기’가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결국 한진해운은 채권단에게 손을 내밀어야 하는 처지인 셈이다. 하지만 조 회장이 한진해운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점을 고려하면 경영권을 포기할 정도의 자구안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은 부친인 故(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가 ‘해운왕’을 꿈꾸며 세운 상징적인 회사인데다가,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물류그룹을 완성하는 한 축이다. 조 회장이 커다란 ‘재무적 부담’을 감수하고도 지난 2014년 제수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으로부터 한진해운을 인수해온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최 회장은 고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의 셋째 며느리로, 2006년 남편인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이 별세한 후 대신 회사를 운영해오다 ‘유동성 위기’ 문제가 커지자 시숙인 조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긴 바 있다. 

문제는 남다른 애착만으로 한진해운의 ‘자금난’ 문제를 풀어가기는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과연 조 회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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