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댄싱 위드 파파/이규선·이슬기 저/성안당/432쪽/1만5,800원/2016년 3월 24일 출간.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기자는 아들, 그것도 외동아들인 탓에 ‘아빠와 딸’에 대해선 감조차 쉽게 오지 않는다. 다만, 주변의 지인이나 미디어를 통해 접한 ‘아빠와 딸’의 관계는 ‘아빠와 아들’, ‘엄마와 딸’, ‘엄마와 아들’ 보다 어딘가 더 애틋함이 느껴진다.

‘딸 바보’라는 말이 있듯, 아빠는 어린 시절 딸에게 무한한 애정을 쏟곤 한다. 같은 자식이지만 동시에 같은 ‘남자’이기도한 아들보다는 딸에 대한 보호본능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아빠와 딸’ 사이엔 조금씩 보이지 않는 벽이 쌓여가곤 한다. 물론 딸과 아들을 가리지 않고 사춘기를 겪으며 으레 지나는 과정이긴 하다. 다만, 사춘기를 지나 20대, 30대, 그리고 자녀가 부모가 되는 과정을 거치며 점점 아들은 아빠와, 딸은 엄마와 더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곤 한다.

그렇다고 아빠와 딸의 서로를 향한 애정이 부족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표현이 서툴 뿐이다. 딸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들어서는 아빠의 표정을 본 적이 있다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기쁨과 아쉬움이 공존하면서도 애써 그것을 감추려는 그 표정을.

<댄싱 위드 파파>는 그런 아빠와 딸의 이야기다. 주인공인 아빠와 딸은 보통의 그들처럼 살아왔다. 아빠는 여지없는 딸 바보였고, 딸에게 아빠는 슈퍼맨이자 왕자님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에게도 벽이 쌓여가기 시작했고, 어느덧 그 서먹함은 더 깊이 자리를 잡았다.

그런 아빠와 딸을 다시 ‘친한 사이’로 만들어 준 것은 다름 아닌 여행이다. 우연히, 무심코 떠나게 된 둘 만의 인도 배낭여행은 좌충우돌의 연속이었지만, 그 사이 아빠와 딸 사이에 쌓여있던 벽은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베테랑 여행자에게도 난이도가 쉽지 않은 인도 배낭여행은 아빠와 딸에게 서로를 더 잘 알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선물했다. 그리고 그 시간과 공간은 한국에 돌아온 뒤 둘이서만 공유할 수 있는 추억으로 남았다. 그렇게 시작된 아빠와 딸의 여행은 얼마 후 유럽으로 이어진다.

<댄싱 위드 파파>는 주로 딸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흘러간다. 여기에 중간중간 아빠의 ‘여행 일기’가 더해져 재미와 감동을 더해준다. 특히 여행지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 뿐 아니라, 서로를 향한 감정과 이해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도 함께 담겨있다. ‘무뚝뚝한 아들’인 기자도 중간중간 뭉클함을 느낄 정도로 말이다.

딸을 가진 아빠, 그리고 서먹한 아빠를 둔 딸이라면 <댄싱 위드 파파>를 보는 내내 묘한 감동은 물론 이들을 향한 부러움에 몸서리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아직 늦지 않았다. 꼭 머나먼 해외가 아니라도 좋다. <댄싱 위드 파파> 속 ‘친한’ 아빠와 딸처럼 훌쩍 떠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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