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M6가 르노삼성 중 단연 돋보이는 판매실적을 보이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 1월, 르노삼성자동차는 SM6 출시를 공식 발표했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 야심작을 꺼내 든 것이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자동차 업계의 활발한 신차 출시 바람 속에서도 유독 조용한 행보를 보이다 결국 ‘꼴찌’로 떨어진 바 있다. 이에 올해는 적극적인 신차 출시를 공언했고, 그 첫 주자는 SM6였다.

◇ ‘기대 이상’ SM6, 본격 질주 시작

SM6는 출시 발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미 지난해 유럽에서 출시돼 ‘검증’을 받은 탈리스만의 ‘한국판’이었기 때문이다. 어떤 이름이 붙을지, 어디서 생산될지 등 하나하나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후 르노삼성은 지난 2월 사전계약을 거쳐 3월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했다.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영업일수 17일 동안 기록한 사전계약 실적은 1만1,000대에 달했다. 출시 첫 달 성적표도 6,751대로 훌륭했다.

특히 SM6의 첫 월간 실적은 중형급 이상 세단 시장에서 사실상 1위였다. 쏘나타가 7,053대로 약간 앞서긴 했지만, 여기엔 구형(YF) 모델 611대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그밖에 그랜저, K5, K7 등 기존 중형 세단 시장의 ‘터줏대감’을 SM6는 가볍게 넘어섰다.

이러한 기세는 4월에도 이어졌다. 4월 SM6는 5,195대가 판매됐다. 3월에 비해 약 1,500대 가량 줄어든 것은 부품 수급에 문제가 발생한 탓이었다. 최고급 트림에 수요가 집중되면서 여기에 들어가는 부품이 동난 것이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것은 다소 아쉽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SM6는 뜻밖의 악재 속에서도 5,000대를 훌쩍 넘는 판매고를 기록한 것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부품 수급 문제는 5월 중에 차차 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출고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당초 밝힌 3개월 내 2만대 판매 목표에 대해서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 SM6만 질주, 나머지는 ‘뒷걸음질’

이처럼 SM6는 본격적인 질주를 시작했다. 르노삼성 측이 공언한대로 중형 세단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SM6다. 많은 변수가 남아있긴 하지만, 업계에서는 연간 5만대 이상 판매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SM6외에 다른 차종들의 심각한 부진이다. 지난 4월 SM3(706대), SM5(764대), QM3(1,095대), QM5(96대) 등의 판매량은 지난해 4월과 비교해 각각 50.6%, 62.8%, 58.3%, 81.9% 감소했다. 가장 선방한 SM3가 반토막 수준일 정도로 1년 새 판매량이 급감했다.

SM6와 전기차인 SM3 Z.E.를 제외하고, 전년 동월 대비 판매량이 증가한 것은 SM7가 유일하다. SM7은 4월 590대가 판매돼 지난해 4월(363대)에 비해 62.5% 증가세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르노삼성 측은 실적 발표 보도자료에서 “SM6 출시 후 매장 방문객들이 증가하면서 SM7도 재평가를 받으며 판매 실적이 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기엔 감춰진 사실 하나가 있다. 바로 SM7 LPe의 존재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8월 SM7의 LPG버전인 SM7 LPe를 출시한 바 있다. SM7 LPe는 도넛탱크 등 혁신적인 기술을 적용해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선택의 폭이 좁았던 중형급 이상 LPG 세단 시장에 모처럼 산뜻한 바람을 일으킨 SM7 LPe다.

이후 SM7 LPe 모델은 SM7 판매량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며 SM7의 판매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4월 역시 마찬가지다. SM7의 4월 판매량 590대 중 381대가 LPe 모델이었다. LPe를 제외한 SM7 판매실적은 209대에 불과하다. 이 경우 LPe 모델이 없었던 지난해 4월 363대보다 57% 감소한 것이 된다. 즉, SM7의 판매량 증가는 SM6의 영향보단, LPe 모델의 활약에 더 가깝게 보인다.

결국 LPG모델과 전기차 부문을 빼면, SM6 외엔 모두 부진에 빠져있는 상황인 셈이다. 특히 SM5는 SM6 출시 전부터 제기됐던 ‘판매간섭’ 논란에서 자유롭기 어려워 보인다.

▲ 르노삼성의 4월 내수시장 판매실적 중 SM6가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성적표는 결코 건강한 실적이 아니다. 각 세그먼트 별 균형이 심각하게 깨져있기 때문이다. 특히 SM6의 ‘신차효과’가 끝난 뒤가 우려된다.

실제로 르노삼성의 4월 내수시장 판매실적은 8,536대로 3월(1만235대)보다 16.6% 줄었다. 이 차이는 SM6의 3-4월 판매량 차이와 비슷하게 일치한다. 또한 4월 판매실적 중 SM6의 비중은 60%를 차지했다. SM6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심한 상황이다.

물론 이 추세가 계속해서 이어지진 않을 전망이다. 올해 공격적인 신차 출시를 공언했던 르노삼성은 오는 6월 새로운 SUV를 발표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신차가 SM6와 ‘쌍두마차’ 역할을 해주고, 세단 라인업을 차츰 정비에 나선다면 장기적인 성공으로 충분히 이어질 수 있다.

이와 관련 한 업계관계자는 “SM6가 SM5의 판매량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현재까진 SM6로 인한 밝은 면이 더 큰데, 장기적으로 어떨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세단 라인업에 정리가 필요하지 않겠나”라며 “신형 말리부가 새로운 경쟁자로 시장에 뛰어들었고, 현대·기아차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는 만큼, SM6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르노삼성 관계자는 “SM7 판매실적 중 LPe 모델의 비중이 큰 것은 맞지만, 실제로 SM6로 인해 매장 방문객이 급증했고 SM7을 모르거나 부정적이었던 고객들의 생각도 많이 바뀌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르노삼성의 이미지가 상승하는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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