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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과 트럼프] 민족·국수주의 '날개짓' 전조
[김정은과 트럼프] 민족·국수주의 '날개짓' 전조
  • 정계성 기자
  • 승인 2016.05.0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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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당 '최고수위'에 오른 김정은 제1위원장.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언급 없이 핵 보유 의사를 강하게 보이면서 동아시아 향후 정세가 밝지 않다는 평가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북한이 36년만의 당 대회를 열고 김정은 유일지배체제를 확인했다. ‘최고수위’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위원장은 대내외적인 정책노선을 잇따라 발표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감지되는 중요한 변화는 없었다. 오히려 핵보유국임을 선포하는 등 세계질서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동아시아 질서의 혼돈만 가중됐다는 평가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핵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의 노선을 그대로 유지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스스로를 “책임있는 핵보유국”이라며 “적대세력이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으면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NPT 질서를 부정하며 독자적으로 핵개발에 나섰던 북한은 뻔뻔하게도 “세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 핵 노선 유지한 북한, ‘국제적 고립’에 민족주의 강조

이른바 ‘우리식 사회주의’라는 탈을 씌운 민족주의적 감정을 자극하는 것도 숨기지 않았다. 민족적 요소를 말살했던 김일성 시대와 달리, 김정일 정권부터 북한은 역사와 문화 등을 적극 장려했다. 권력세습이라는 불합리함을 민족주의로 감추려는 의도다. 삼대 째 세습을 이어온 김정은 시대에도 역시 강화됐고,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면치 못하고 있는 북한이 대내적 결속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위원장이 언급한 남북관계와 통일도 민족주의적 색채를 강화하기 위한 맥락이다. ‘북과 남이 여러 분야에서 대화와 협상을 발전시켜 조국통일과 민족공동의 번영을 위한 출로를 함께 열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당위적 원론에 불과했다. 더구나 앞선 정권과 비교했을 때 전혀 진전된 내용이 없다는 점에서 “진실성이 없다”는 게 우리 당국의 평가다.

김 위원장과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에 전혀 의지가 없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동아시아 정세는 더욱 혼란스러워질 전망이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이나 일본, 중국까지 북한 문제의 선결과제로 제시한 것은 ‘핵포기’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 당 대회를 계기로 핵 보유 의사를 명시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압박수위가 강화될 것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북한의 5차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대북 리스크도 계속되는 모양새다.

북한뿐만 아니라 올해 연말 치러질 미국대선도 우리로서는 관심을 가져야할 사안이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다면 남북관계는 물론이고 한미관계까지 근본적인 변화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후보는 성소수자 문제나 이민자 등 국제사회가 추구한 진보적 가치들을 거부하고, 미국 백인들이 껄끄러워 했던 문제들을 거론하며 지지를 모으고 있다. 트럼프가 내뱉었던 폭탄발언의 내용들을 종합하면 철저한 ‘미국의 이익추구’에 방점이 찍혀 있다.

◇ ‘미국 국수주의’ 표방한 트럼프, 국제적 반미감정 자극할까

▲ 폭탄발언으로 미국 정가의 관심을 모았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결국 공화당 후보로 당선됐다. 그의 발언이 미국의 철저한 이익에 맞춘 국수주의라는 점에서 국제적 반미감정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사진=AP/뉴시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 후보는 한미관계나 북핵문제도 바라봤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문제’나 ‘북핵문제’에 있어 동맹국인 한국에 대한 고려 없이 미국의 이익만을 관철하겠다는 것이다.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중국에 일임하는 대신 경제문제로 압박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는 상황이다. 세계경찰국가로서의 역할보다는 외교도 미국의 이익을 위해 개입하는 방향으로 잡았다. 한미 FTA 재검토 가능성이 관측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트럼프의 이 같은 행보에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세계경제 10대 악재로 트럼프의 당선을 꼽기도 했다.

문제는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공화당 내에서 일었던 반-트럼프 움직임도 당내 경선이 끝나자 급속도로 트럼프 후보 중심으로 모아지고 있다. 당초 ‘페이스 메이커’ 역할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던 미국 정가도 “미 대선 역사상 가장 독특한 선거”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후보가 힐러리 후보를 역전했다는 결과를 내놓는 상황이다.

이 같이 급변하는 정세에 우리의 대비가 보다 철저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누가 된다고 하더라도 당장 동맹관계에 변화는 없겠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대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 하원의원을 역임했던 김창준 의원과 김지윤 아산정책연구위원은 YT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더라도) 동맹관계가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다른 나라에서 어떻게 볼 것인가. 반미 감정이라는 것이 일어날 수도 있고, 방위비 분담도 재협상을 해야 하는데 영향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