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츠와 BMW의 판매 1위 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올해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수입차업계의 두 기둥, 벤츠와 BMW의 대권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1분기 내내 벤츠에게 밀렸던 BMW가 지난 4월 마침내 월간판매 1위 탈환에 성공한 것이다. 지난해에도 수입차 ‘왕좌’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했던 돌이 올해 역시 치열한 결전을 이어가고 있다. 9년 연속 1위를 노리는 BMW와 새로운 시대를 열기 바라는 벤츠 중 누가 2016년의 대권을 차지하게 될지 주목된다.

◇ 8년 연속 ‘1위’, 수입차 시장의 ‘절대강자’ BMW

세계무대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벤츠와 BMW가 국내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맞붙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이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BMW가 한참 앞서 있었다. 물론 이 시기에는 세계화 바람 속에 수입차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벤츠와 BMW 모두 매년 2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연간 판매량에 있어서는 BMW가 벤츠의 2배에 달하는 등 차이가 컸다.

1990년대 중반 한국법인을 설립한 BMW는 일찌감치 다양한 라인업으로 한국시장을 공략했다. 덕분에 BMW는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수입차 판매 10위권에 늘 5개 이상의 모델을 올릴 수 있었다. 특별히 판매량이 높은 모델이 있었다기 보단 여러 모델이 고르게 약진했다. 특히 2002년에는 2~4위, 6~9위 등 무려 7개의 모델이 10위권 안에 들었다.

벤츠의 한국지사 설립은 2003년에 와서야 이뤄졌다. 이후 2000년대 중반부터 벤츠의 맹추격이 시작됐다. 2002년만 해도 벤츠는 2142대, BMW는 5101대로 2배의 차이를 보였지만 2006년에는 1000여대까지 좁혀졌다. 이러한 추세는 2000년대 후반까지 지속돼 2009년과 2010년엔 600~700대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분위기는 또 다시 바뀌었다. ‘BMW 천하’가 도래한 것이다. BMW는 2011년부터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며 벤츠는 물론 다른 수입차 브랜드를 멀찍이 따돌렸다.

수입차 시장이 눈에 띄게 확대된 가운데, 판매 내용도 달라졌다. 2011년 상륙한 520d가 BMW의 독주를 이끌었다. 520d는 2011년과 2014년엔 판매 2위, 2012년과 2013년엔 판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반면 벤츠는 E300이 고군분투 했지만 BMW에 맞서기엔 역부족이었다. 520d가 한창 기세를 올리던 2013년엔 E300과 E220CDI의 판매량을 합친 것이 520d와 비슷했을 정도다. 결국 이 시기 벤츠와 BMW의 격차는 3719대(2011년), 7763대(2012년), 8286대(2013년), 4916대(2014년)로 벌어졌다.

▲ 벤츠와 BMW의 2015년 월간판매량 비교.
◇ 벤츠의 매서운 추격, 올해도 ‘팽팽’

이처럼 BMW는 줄곧 벤츠에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영원한 강자는 없다. 둘 사이의 전선은 지난해부터 또 다시 달아올랐다. 벤츠의 역습이 시작된 것이다.

벤츠와 BMW는 지난해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판매 경쟁을 펼쳤다. 먼저 공세를 펼친 것은 벤츠였다. 1~2월 월간판매량에서 BMW를 앞섰다. 이후부터는 시소게임이 이어졌다. 3월은 BMW, 4월은 벤츠, 5~6월은 다시 BMW, 7월은 또 다시 벤츠가 앞섰다. 8월 역시 벤츠가 앞섰는데, 둘의 차이는 고작 20대였다.

진검승부는 가을에 펼쳐졌다. 벤츠는 8월에 이어 9월과 10월 판매량에서도 BMW를 앞지르며 8년만의 왕좌 교체를 예고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연간누적판매량에서 벤츠가 근소하게 앞서고 있었다. 그러나 BMW의 저력은 만만치 않았다. 11월에 재차 역전에 성공한 것이다.

결국 둘의 팽팽한 승부는 마지막 달인 12월이 돼서야 승패가 갈렸다. 최종 승자는 총 4만7877대를 판매한 BMW였다. 마지막까지 대권을 노렸던 벤츠는 4만6994대로 분루를 삼켰다.

비록 지난해에도 아쉽게 패하며 BMW의 8년 연속 1위 등극을 지켜봐야했던 벤츠지만, 매서운 기세는 올해도 계속됐다. 벤츠는 1~3월 모두 BMW를 제치고 판매 1위 자리를 지켰다. 차이도 꽤 컸다.

그러나 BMW 역시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았다. 4월 판매량에서 벤츠를 앞지르며 반격의 깃발을 올렸다. 한 달 실적만으로 평가하긴 어렵지만, 지난해에도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한 바 있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벤츠와 BMW의 승부는 올해 역시 갈수록 뜨거워질 전망이다. 4월 주춤했던 벤츠는 ‘에이스’ E클래스의 신형 모델이 출격을 앞두고 있다. 때문에 4월 판매감소는 어느 정도 예견됐고, 벤츠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또한 벤츠는 SUV 라인업도 한층 강화하며, 올해만큼은 반드시 수입차 왕좌에 오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3-5-7로 이어지는 탄탄한 라인업을 자랑하는 BMW는 친환경모델을 대폭 추가해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한편,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힐 방침이다. 지난해 신형 모델 출시로 3, 7 시리즈를 한층 강화한 만큼 주력 라인업의 저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언젠가부터 벤츠와 BMW의 양자대결 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수입차 시장. 올해 역시 절대 강자 BMW의 왕좌 수성이 가능할지, 절치부심한 벤츠가 새로운 왕좌에 오르게 될지 그 결과에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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