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현대중공업이 또 다시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하면서 반발이 거세다. 노사갈등이 격해지는 가운데,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4~2015년 조단위의 적자를 기록했다. 2014년과 2015년의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각각 3조2000억원과 1조5000억원에 달했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 2분기 첫 대규모 적자가 발생한 직후 경영진을 현 최길선 회장-권오갑 사장 체제로 교체했다. 이후 경영 정상화를 위한 강도 높은 조치들이 내려졌다. 사업 및 인력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을 위한 경영 혁신이 이어진 것이다.

경영난이 심해지면서 진통이 따랐다. 노조는 20년 만에 파업을 실시했고, 희망퇴직이 진행된 사무직에도 노조가 설립됐다.

하지만 상황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이미 완성된 선박이 계약 취소되는 등 업황은 더 나빠지기만 했다. 적자 행진도 계속돼 현대중공업은 올해 1분기가 돼서야 9분기 연속 적자를 마감할 수 있었다.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대규모 적자가 과거의 저가수주 및 무리한 해양플랜트에 의한 것이었다면, 이제는 수주 가뭄이 위기의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 식량이 바닥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전보다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 

이는 비단 현대중공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조선업계 전반에 일감이 뚝 떨어지면서,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조선업계 전체가 죽느냐, 사느냐 기로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희망퇴직 절차에 돌입했고,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에 자구계획안을 제출했다. 여기엔 인력감축, 자산매각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더 이상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던 권오갑 사장의 말이 번복됐다며, 본격적인 투쟁에 나설 태세다. 특정 직원에게 희망퇴직을 권고하는 이른바 ‘찍퇴’에 대한 뒷말도 나오고 있다.

▲ 정몽준 이사장이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 동안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받은 배당금.
◇ 10년간 받은 배당금만 3000억원…실질적 ‘오너 경영인’

이런 가운데 현장 노동자들의 희생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도 고통분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최근 위기 극복을 위해 정몽준 이사장의 사재 출연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몽준 이사장이 그동안 배당금으로만 수천억원을 챙긴 만큼, 책임지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치권에 입문하기 전, 직접 현대중공업을 이끌기도 했던 정몽준 이사장은 지분 10.15% 보유 중인 최대 주주다. <시사위크> 확인 결과 지난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 동안 정몽준 이사장이 현대중공업을 통해 받은 총 배당금은 3000억원에 육박한다.

2014년과 2015년은 경영악화로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으나, 업황과 경영 상태가 좋았던 2000년대 후반엔 배당금 1위에 여러 번 이름을 올린 그다. 2007년엔 615억원, 2008년엔 410억원, 2010년엔 574억원을 배당금으로 챙겼다. 2007년의 경우 배당금 중 200억원을 기부하며 정치인으로서 이미지 상승효과도 봤다.

일각에선 정몽준 이사장에 대한 사재 출연 요구가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있다. 오너경영인이 아닌, 최대주주일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회사 경영이 나빠지면 주가가 떨어지고, 주주들은 피해를 보게 된다. 한때 주식가치만 3조원을 훌쩍 넘겼던 정몽준 이사장 역시 최근 현대중공업 위기로 자산가치가 뚝 떨어졌다.

하지만 정몽준 이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았을 뿐, 실질적으로는 오너 경영인이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14년 긴급 투입된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은 모두 정몽준 이사장과 오래전부터 연을 맺어 온 최측근이다. 겉으로는 전문경영인 체제지만 실상은 최대주주의 최측근이 경영을 맡는, 최대주주가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정몽준 이사장의 아들인 정기선 전무의 행보 역시 간과할 수 없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 10월 기존 임원들에게 일괄 사표를 받고, 임원의 30%를 감축했다. 비상경영의 신호탄이었다. 그러나 이때 정기선 전무는 상무로 승진하며 처음 ‘별’을 달았다. 1년 뒤엔 곧장 전무로 승진하며 재벌 3세 ‘초고속 승진’의 대표주자가 됐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에도 임원 25%를 내보내며 칼바람을 일으켰지만 정기선 전무의 자리는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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