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1일부터 5월 13일까지 주요 아침 라디오방송을 전수조사한 결과, 정치인 가운데서는 박지원 의원이 독보적인 출연횟수를 기록했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매일 아침 방송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최다출연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침라디오가 대국민 여론형성의 일익을 담당한다는 점을 가장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셈이다.

<시사위크>가 지난 2월 1일부터 5월 13일까지 매일 아침 방송되는 주요 라디오 프로그램의 출연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박지원 원내대표의 출연이 총 25회로 가장 많았다. 정장선 더민주 전 총선기획단장이 16회로 다음이었고, 이상돈 국민의당 전 공동선대위원장도 15회로 다수 출연했다.

◇ ‘스피커’부터 달라…, 라디오 인터뷰에 정치인들 관심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와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도 13회로 높은 출연빈도를 보였고, 정동영 당선자와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도 총선 등을 전후해 집중적으로 라디오 인터뷰를 소화했다. 이밖에 홍문표 새누리당 전 공천관리위원, 김성식 국민의당, 홍창선 더민주 전 공천관리위원장,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 이한구 새누리당 전 공천관리위원장도 자주 얼굴을 비췄다.

총선기간과 겹쳤던 만큼, 여야 선거대책위원장 등 선거관련 담당자들의 출연이 잦았던 것이 특징이다. 각 정당의 선거공약이나 총선이슈에 대한 당의 공식입장을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정장선 전 단장이나 이상돈 전 선대위원장, 권성동 전략본부장 등의 출연이 많았던 적이 대표적이다.

반면 특정이슈나 현안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현안에 꾸준히 출연해 자신의 견해를 피력한 정치인들도 눈에 띄었다. 최다출연의 박지원 원내대표가 선두주자다. 박 원내대표는 폭넓은 식견을 바탕으로 선거뿐만 아니라, 개성공단폐쇄, 야권분열과 계파갈등, 경제현안까지 인터뷰를 자처했다. 노회찬 원내대표도 비슷한 사례다. 선거와 직접적 관련있는 현안을 제외하면 두 사람의 출연빈도가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 스마트폰의 보급과 유튜브 등 동영상 컨텐츠가 홍수를 이루고 있지만, 여전히 라디오 방송 등을 통한 고전방식의 여론형성 기능이 작지 않다는 평가다. 실제 아침 출근길에 나서는 다수의 시민들은 버스나 자가용 안에서 여전히 라디오 방송 등을 청취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들의 라디오 발언은 정치적으로 파급력이 작지 않다. 출근길 시민들에게 가감 없이 견해를 피력하는 과정에서 인지도와 친밀도 상승을 노릴 수 있고, 일부 발언내용은 타 언론사에 인용보도 되면서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기도 한다. 정치권에서 ‘스피커부터 다르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마이크’가 올 기회가 적은 초·재선 의원들에게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 발가벗겨진 계파갈등, 큰 파급력에 역기능도 상존

그렇다고 아무나 출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만큼 사회자와 자연스럽게 문답을 나눌 수 있는 대화능력은 필수다. 질문의 핵심을 꿰뚫는 간결하고 명괘한 답변과 위트가 있다면 금상첨화다.

한 방송작가는 “현안이슈의 중심에 있는 분이라고 하더라도 섭외 때 중요하게 보는 것은 아무래도 능숙한 대화능력과 방송센스”라며 “기본적으로 질의서와 전체적인 틀은 주어져 있지만,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에 아무래도 검증된 분을 먼저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의원들 사이 출연을 두고 기싸움이나 눈치싸움도 치열하다는 후문이다. 현안과 관련한 토론상대자가 누군지, 혹은 섭외순서에 따른 신경전이 그것이다. 인기가 많은 한 출연진 측이 ‘나를 먼저 섭외한 게 아니라면 출연하지 않겠다’고 밝혀와 제작진을 난처하게 했다는 일화도 있다. 라디오 방송의 파급력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물론 역기능도 존재했다. 방송의 파급력을 이용한 일부 정치인들의 계파싸움 전쟁터가 되는 경우도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실제 친박계 A의원과 비박계 B의원은 같은 날 서로 다른 방송에 출연해 상대진영을 맹비난한 사례도 있었다. 이후 언론사들의 확대재생산 과정을 거치며 계파싸움은 표면화 및 공론화되기도 했다.

20대 총선에서 낙선한 더민주의 한 후보자는 “정제과정 없이 터지는 라디오 발언에 선거운동 내내 가슴 졸였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며 “사회자의 질문에 인상을 남기기 위해 발언을 강하게 하려다 보니 실제 당내 상황보다 더 심각하게 느껴지는 측면이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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