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3 04:06
[전현준의 북한진단] ‘3대 수령’ 김정은, 어디로 튈까
[전현준의 북한진단] ‘3대 수령’ 김정은, 어디로 튈까
  • 시사위크
  • 승인 2016.05.1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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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원장.
-우석대학교 초빙교수
-민주평통 자문위원
-前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시사위크] 북한 김정은이 7차 당대회를 통해 ‘당위원장’에 등극함으로써 ‘3대 수령’이 됐다. 북한의 수령은 ‘수령-당-인민’으로 구성된 사회정치적 생명체에서 ‘최고의 뇌수’다. 육체적 생명에서 뇌수가 죽으면 육체가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처럼 사회정치적 생명체에서도 뇌수인 수령이 죽으면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북한의 수령은 ‘신적’ 존재다. 북한에서 수령에게 도전하는 것은 ‘천벌’을 받을 죄가 된다. ‘벌 받은 자들’은 무정, 박헌영, 허가이, 최창익, 박창옥, 박금철, 이효순, 김창봉, 허봉학, 장성택 등 항일빨치산부터 친인척까지 망라돼있다. 
 
그 수령의 지위에 김정은이 올랐다. 수령이 되기 위해서는 모든 ‘세속권력’의 최고를 점유해야 한다. 김정은은 이미 정치국 상무위원, 최고사령관, 당중앙군사위원장,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변경예정), 공화국 원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등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번 ‘당위원장’ 획득은 ‘화룡점정’이다.

노동당은 수령의 교시를 성실히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 수령→조선노동당→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내각→인민으로 이어지는 것이 북한 체제의 특징이다. 이런 체제 하에서 수령은 ‘알파와 오메가’일 수밖에 없다. 수령이 없는 북한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수령 김일성은 죽어도 후대수령들이 그 지위를 이어받는다. 물론 김일성도 ‘영생’한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라는 구호가 그 증거다.

‘지존’에 오른 김정은은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가? 사실 북한의 대내외 정세가 너무 복잡해 일목요연하게 김정은 정권의 미래를 점치기는 쉽지 않다. 제대로 된 전망을 위해서는 최소한 4차원적 분석이 필요하다. 국제적 차원, 동북아적 차원, 남북관계 차원, 북한 내부 차원 등이 그것이다.

이 모든 것을 다 고려하면서 북한의 향방을 내다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필자는 모험을 감수하고 김정은 정권의 향방에 대해 전망해 보려 한다. 전망함에 있어서 한 가지 대전제는 7차 당대회의 모든 것이 과거회귀, 극보수화 돼 김정은 시대에도 과거와 거의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첫째, 김정은 독재정권의 안정성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김정은은 수령이라는 상징적 지위와 당 위원장이라는 제도적 지위를 모두 장악했다. 따라서 이제 북한 내에서 만큼은 그에게 도전할 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장성택을 비롯한 잠재적 도전세력은 2013년 12월을 전후해 모두 제거됐다.

제7차 당대회는 종파척결을 확인하기 위해 개최된 측면도 있다. 기존의 6차에 걸친 노동당대회도 김일성이 종파를 척결하고 더욱 강화된 권력을 장악했음을 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행사였다. 권력의 안정성 여부는 대안사상과 그것으로 무장한 대안세력이 존재하느냐, 또 그것을 강제력에 의해 제어할 지도자나 국가의 능력이 있느냐 등에 달려있다. 북한은 7차 당대회를 통해 주체사상에 입각한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지도이념으로 분명히 함으로써 ‘유일사상체계와 유일령도체계’가 확고해졌음을 선포했다.

대민통제 기구인 당, 군, 보안기관, 사회단체 등이 김정은에 대한 ‘충성맹세’를 함으로써 강제기구는 보다 효율적으로 작동하게 됐다. 최고엘리트들도 김영남(80대), 박봉주(70대), 황병서·최룡해(60대) 등 안정적인 노·장·청 3합구조가 형성됐다.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 스카치폴(Theda Skocpol)은 “어떤 상황에서건 강제기구가 작동되면 정권이나 체제는 붕괴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앙의 강제기구가 약화돼 주민의 반란을 진압하지 못하거나 엘리트의 준동을 제압하지 못할 때 사회혁명이 발생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재 북한 내에는 주민의 반란이나 엘리트의 준동 가능성이 거의 없을 정도로 수령과 국가의 체제통합 능력은 강력하다. 주민들의 광범위한 저항이 없는 한 쿠데타나 궁정혁명도 어렵다. 

둘째, 기본적으로 김정은은 선대 수령들이 걸었던 길을 고수할 것이다. 김일성-김정일주의, 주체사상, 선군사상, 사회주의, 계획경제, 주민통제, 대미 항전, 핵무기 개발, 전한반도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 등 경로 의존적(Path Dependency) 통치가 지속될 것이다.

김정일은 생전 “나에게 어떤 변화도 바라지 말라”고 일갈했다. 김정은도 이를 답습할 것이다. 북한은 항일무장투쟁 혁명전통이 권력 정당성의 원천이다. ‘빨치산식 사고와 행동’을 벗어나게 되면 권력의 정당성 근간이 무너진다. 따라서 누구나 김일성의 ‘항일유격대식’ 사고와 행동을 묵상하고 실천한다. 이것이 북한의 전략문화다. 김정은이 끝없이 ‘김일성 흉내’를 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정은이 김일성을 벗어던지는 순간 그의 권력도 끝날 것이다.

다만 김정은이 무한정 ‘동굴’ 속에서 살 것인지는 의문이다. 주변에서 그런 삶의 태도를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끝없이 김정은과 그의 ‘아바타들’을 동굴에서 ‘넓은 풍요로운 세상’으로 끌어내려 할 것이다. 주변국들은 핵무기 개발을 빌미로 대북 제재를 지속할 것이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각종 ‘자본주의황색바람’을 북한으로 유입시켜 내부 폭동이 일어나도록 노력할 것이다.

과연 김정은은 이것을 언제까지 막아낼 수 있을 것인가? 김정은은 ‘제2의 고난의 행군’은 물론이고 ‘옥쇄’를 각오하고라도 ‘신흥종교체제’를 방어해 낼 것인가? 정말 ‘미제’와 건곤일척 일합을 겨룰 것인가? 국제정치는 철저히 힘의 역학관계에 의해 작동된다. 국제정치판에서는 자비심이란 없다. 국제정치판에는 사자, 호랑이, 하이에나(종결자) 등이 득실거린다. 다만 김정일이 2009년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고 교시했기 때문에 김정은도 이를 승계할 가능성이 있다. 안정된 권력을 확보한 김정은이 세계를 보기 위해 동굴 밖으로 얼굴을 내밀지도 모른다. 물론 발까지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김정은은 이미 모든 부문에서 ‘세계적 수준’을 강조했다. 대표적인 것이 평양공항 건설, 모란봉 악단 창단 등이다.

셋째, 대내외 정책과 관련해 김정은은 7차 당대회를 통해 매우 보수적인 정책들만 나열했다. 전혀 변화의 내용이 없다. 김일성-김정일주의, 사회주의 강국, 경제·핵 병진노선, 자력자강, 만리마운동, 연방제, 통일대전 등과 본인의 당위원장 지위 등극은 역사를 1940, 1950, 1960년대로 후퇴시킨 느낌이다. 가히 구한말 대원군의 ‘쇄국정책’을 연상시킬 정도다.

그러나 북한이 내놓은 공식문서나 성명, 발표 등을 통해 북한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오류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우리는 다른 변수들을 동원해 김정은의 정책방향을 전망해야 한다. 김정은은 ‘세계의 비핵화에 기여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미국과 대화해야 한다. 미국과의 대화를 위해서는 핵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이 나와야 한다. 최소한 ‘핵동결’ 정도는 돼야한다.

물론 김정은은 앞으로도 핵을 ‘질량적으로 강화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5차, 6차, 7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대북 제재가 가속화되면 북한은 물리적으로 버티기 쉽지 않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최소한 중국과의 관계개선이라도 해야 한다. 김정은은 시진핑 주석을 만난 경험이 있는 최룡해를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복귀시켰다. 시진핑도 7차 당대회에 축전을 보냈다. 김정은이 5차 핵실험을 유예한다면 북중 대화도 가능할 것이다. 그는 ‘사회주의연대성 강화’ 차원에서라도 북중관계 회복에 나설 것이다.

문제는 북미대화 문제인데 오바마 정부 하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책 전환을 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는 이란, 쿠바와의 관계 개선을 외교 성과로 만족할 것이다. 다만 미국은 중국이 원하는 6자회담 개최에 동의할지 모른다. 북한도 대북 제재 해제를 견인하기 위해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있다.

남북관계 또한 별 진전이 없을 것 같다. 김정은이 남북군사회담을 제의했지만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남한도 이를 일축했다. 다만 북한이 핵문제에 대해 전향적 태도를 보이고 6자회담 분위기가 조성되며 박근혜정부가 DMZ평화공원 조성에 관심을 보일 경우 남북대화도 가능할 것이다.

아무쪼록 7차 당대회를 통해 형태야 어떻든 ‘안정된’ 권력을 장악한 김정은이 ‘대범한’ 대내외 정책을 펼쳐 북한 주민들을 경제난에서 벗어나게 하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달성하며 동북아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길 기대한다. 우리 정부도 김정은이 ‘중대 결단’을 내릴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일조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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