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 이형운 발행인
[시사위크=이형운 발행인]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앞서서 가나니 산 자여 따르라

19805·18 광주민주화운동 중 계엄군에 사살된 윤상원 씨와 노동현장에서 야학을 운영하다 사망한 노동운동가 박기순 씨의 합동결혼식에 헌정된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앞두고 이 노래 때문에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곡 지정을 놓고 갑론을박 중이다.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과 3당 원내대표가 청와대에서 회동을 갖고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지혜를 모았지만, 결과적으로 갈등만 부추기는 꼴이 되고 말았다.
 
국가보훈처는 지난 16일 올해 5·18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현행대로 합창방식을 유지하기로 결론내렸다. 보훈처가 합창방식을 유지한데는 “5대 국경일과 46개 정부기념일, 30개 개별 법률에 규정된 기념일에 대해 정부가 기념곡을 지정한 전례가 없고, 애국가도 국가 기념곡으로 지정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3당 원내대표와의 청와대 회동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원내대표의 기념곡 지정건의를 받고 국론 분열이 생기지 않는 좋은 방안을 찾아보라고 (보훈처에)지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훈처의 결정이 오히려 국론분열을 부추기는 촉매제역할을 하고 있다. 5·18 관련 단체에서는 올해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겠다며 정면으로 반발하고 있고, 더민주와 국민의당에서도 재고를 요청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조차 재고를 요청하기도 했다.
 
보훈처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5·18 관련단체와 여야 정치권의 거듭된 재고요청에도 보훈처는 결정한 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뒷짐을 지기는 마찬가지다. 보훈처의 결정에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는 청와대는 보훈처의 결정에 따른다는 말만 하고 있을 뿐이다.
 
보훈처는 과거의 전례를 이유로 임을 위한 행진곡5·18 기념식 기념곡으로 지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청와대는 보훈처의 입장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보훈처와 청와대가 핑퐁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대목이다.
 
5·18 민주화운동의 당사자인 광주시민과 관련단체의 의견을 무시한 채 오직 과거 전례만을 내세우는 보훈처의 태도가 한심할 뿐이다. 보훈처의 결정으로 오랜만에 무르익은 정치권의 협치가 위태롭게 됐고,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더욱 심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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