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중공업.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대규모 적자에 이어 올해 수주 가뭄으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잇단 사망사건으로 회사 안팎이 뒤숭숭하다.

지난 14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작업 중이던 크레인이 갑자기 무게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쓰러진 크레인이 덮친 것은 50대 하청노동자 김모 씨. 김씨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지난 12일에는 삼성중공업 하청노동자이자 40대 가장인 윤모 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심장마비였다. 윤씨의 가족과 동료들은 그의 돌연사가 높은 업무강도 및 구조조정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이라며 산업재해를 신청할 예정이다.

지난 9일에는 업무 도중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던 30대 하청노동자 홍모 씨가 끝내 숨졌다. 홍씨는 그라인더에 다리를 다친 상태였다.

산재 사망 뿐 아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30대 하청노동자 정모 씨가 자택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8년 경력으로 ‘반장’ 직책까지 올랐던 그는 최근 자신이 속한 하청업체의 조직개편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스마트폰 메신저에는 ‘이제 무겁다. 내려놓아도 될까’라는 글귀가 남겨져 있었다.

지난 4월엔 삼성중공업 작업장 내에서 40대 하청노동자 김모 씨가 목을 매 숨졌다. 김씨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3일의 휴가를 쓴 뒤 관리자로부터 “관두라”는 질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4월 23일부터 5월 14일까지, 22일새 삼성중공업에 드리운 죽음의 기록이다.

▲ 삼성중공업의 최근 사망사건 일지.
◇ “사회적 타살…왜 노동자만 책임 떠안나”

삼성중공업에 닥친 위기는 최일선에서 일하는 하청노동자들을 힘겹게 하고 있다. 구조조정에 따른 압박이 자살로 이어지고, 비용과 시간을 아끼기 위해 안전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계에서는 이를 사실상의 ‘사회적 타살’로 규정하고 철저한 책임규명 및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거제통영고성 조선소 하청노동자 살리기 대책위원회’는 이달 초 기자회견을 통해 “조선업계 위기의 책임은 자본의 부실경영과 정부의 방관에 책임이 있다”며 “그런데 왜 그 고통을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이 모두 떠안아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정의당 노회찬 당선자 역시 지난 11일 숨진 정씨의 자살과 관련해 “노동자들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현재의 조선업계 구조조정이 가져온 사회적 타살”이라며 “조선업계의 경영상태가 악화된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인건비 절감방식의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이 올바른 해법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이 위치해 조선업에 대한 의존도가 큰 거제 지역에서는 죽음의 행렬이 계속되진 않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조선업계 종사자는 물론 지역경제 전반이 무너져 노동자들의 피해가 잇따를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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