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누피 커피우유’와 ‘슬로우카우’ 품귀 현상
야근과 수면장애에 시달리는 현대인 삶 반영

▲ '스누피 커피음료'(완쪽)와 'Slow Cow'.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스누피는 자지 말라고 하고, 암소는 자라고 부추긴다. 최근 없어서 못판다는 ‘스누피 커피우유’와 ‘슬로우 카우’ 이야기다.

GS25의 PB상품인 ‘스누피 커피우유’ 1팩의 카페인 함유량은 237mg이다. 한 에너지음료 브랜드(46.9mg)의 약 5캔에 달하는 카페인 덩어리인 셈이다. 귀여운 포장패키지만 보고 구매했다가 다음날까지 잠을 못 잤다는 피해사례(?)도 심심찮게 보인다. 일부 편의점엔 ‘카페인 함량이 매우 높으니 구매 전 주의’를 요하는 경고문까지 나붙었다.

‘고카페인’ 음료 열풍이 부는 가운데 정면도전에 나선 음료가 있다. 일명 ‘마시면 잠이 오는 음료’로 불리는 ‘Slow Cow’다. 녹차의 아미노산인 테아닌 성분이 들어가 심신 안정과 긴장 완화 효과가 있다. 수입업체는 허브차 같은 진정 효과가 있을 뿐 졸음을 부르는 음료는 아니라고 밝혔지만, 지난 달 대비 매출이 18%까지 급상승했다.

품절 사태를 빚고 있는 두 음료는 각각 ‘각성’과 ‘숙면’이라는 반대 효과를 내세우고 있다. 현대인에겐 자는 것도 문제, 못자는 것도 문제다.

◇ 야근, 불황, 실업…“자는 시간도 아까워!”

한국인의 노동시간은 엄청나다. 2014년 기준 연간 2124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E) 회원국 평균 대비 350시간을 더 일한다. 근로시간이 가장 짧은 독일의 1371시간에 비해 매년 약 4개월을 더 일하는 셈이다.

지난 3월 대한상공회의소와 컨설팅기업 맥킨지가 발표한 ‘한국기업의 조직건강도와 기업문화’에 따르면 주 3일 이상 야근을 하는 직장인이 43%에 달했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 카페인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시간이 모자란 건 대학생도 마찬가지다. 지난 4월 통계청이 10.9%라는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률을 발표하면서 청년세대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스펙 쌓으랴, 알바 하랴, 공부 하랴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특히 시험기간에 집중적으로 고 카페인 음료가 품귀현상을 보인다는 사실은 청년세대의 고달픈 삶을 반영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 49분이다. 적당해 보이지만 OECD 조사대상 18개국 중 최하위다. 8시간 22분인 OECD 평균 수면시간에 비해 한국인은 33분이나 덜 잔다.

▲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작년 10월 발표한 '수면장애 연도별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그래프<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 ‘불면 공화국’ 대한민국 “자고 싶다 푹!”

반면 자고 싶어도 잘 수 없는 현대인이 많아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결과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2012년 35만8062명에서 2014년 41만4524명으로 연평균 7.6% 가량 급증했다.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다.

숙면을 원하는 현대인이 많아지면서 수면사업 ‘슬리포노믹스’가 성장시장으로 떠올랐다. 슬리포노믹스는 ‘수면(sleep)’과 ‘경제(economic)’의 합성어다. 귀마개나 아로마 향초, 맞춤형 침구 등 ‘숙면’ 관련 상품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수면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슬리포노믹스 규모는 2조원에 달한다. 미국 20조원과 일본 6조원에 비해 작지만 업계에선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전망한다.

숙면 트렌드가 사회 전반으로 뻗어나가면서 호황을 맞은 건 기능성 침구 시장이다. 기능성 침구시장의 매출은 2011년 4800억원에서 지난해 6000억원 규모로 빠르게 성장했다. 매년 평균 10%대의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해 2018년엔 매출이 93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각성 음료와 숙면 음료의 상반된 열풍 속에 나타난 현대인의 바람은 딱 하나다. ‘꿀잠’을 자는 것. 나중에 두 발 뻗고 편히 자기 위해 지금은 고 카페인 음료를 마셔가며 야근과 알바를 하는 것이다. 음료업계 트렌드로 알아본 현대인의 하루는 고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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