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위원회 무산 후 김광림 정책위의장, 김도읍 원내수석 등 원내대표단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뾰족한 대책은 쉽게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전국위원회 무산에 친박계의 조직적 보이콧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됨에 따라, 그 배후의 ‘보이지 않는 손’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친박계는 ‘조직적 보이콧’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정진석 원내대표의 리더십 부재를 무산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새누리당 내 계파갈등은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조직적 보이콧’이라는 의심은 상임전국위와 전국위가 무산된 직후 제기됐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위원들 대부분이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국위 회의장에는 특정지역의 당협위원장 등 위원들이 참석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상임전국위에서도 친박계로 분류되는 위원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 정진석·현기환, 같은 열차 탔지만 분위기 ‘싸늘’

이에 대해 비박계 이혜훈 당선자는 “친박계 의원 5명이 조직적으로 전화를 돌렸다”고 의혹을 제기했고, 홍문표 의원도 전국위 산회를 선언하면서 “여의도에 많이 와 있는데 회의장에 못 들어오는 안타까움이 있다”고 말했다.

▲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손수검으로 땀을 닦고 있다. 기념식 참석을 마친 정 원내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인 공주에서 대책마련까지 장고에 들어갔다. <뉴시스>
당 내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다수의 전국위원들이 회의참석을 위해 여의도에 도착했으나 다수가 끝내 회의장에는 입장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지시를 기다리다가 불참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만약 지시가 있었다면 친박계 핵심 중 누군가일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공론화된 것은 아니지만, 비박계 일각에서는 친박좌장으로 통하는 최경환 의원이나 현기환 정무수석을 배후로 지목하기도 했다. 비박계 당선자들은 긴급 당선자 총회를 제안, 전국위원회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된 경위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날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차 광주행 KTX에 오른 정 원내대표와 현 수석이 어색하게 조우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앞뒤 칸에 나란히 앉은 이들은 도착까지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서로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확인되는 대목이다.

◇ 친박, ‘조직적 보이콧’은 소설…무산된 이유는 정진석 독단

그러나 친박계는 ‘조직적 보이콧’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특정인의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닌, 정 원내대표의 독단적 결정에 당원들이 반발한 것이라는 게 친박계의 주장이다. 최 의원 측도 “무관한 일”이라며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나섰다. 실제 이정현 의원 등 친박계 위원들이 전국위에 참석한 것이 사실이다.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언론이 자꾸 친박이 상임 전국위에 불참해서 무산됐다고 하는데, 이른바 비박이라는 분들도 많이 참석하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나경원 의원”이라며 “(전국위 무산은) 당원들이 정진석 리더십에 관해 의문을 표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태흠 의원도 “친박 비박을 떠나서 많은 분들이 불참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상임전국위원들 중에 낙선한 분들이 10여명 가까이 되고, 당내 인선 과정에 공감하지 못한 부분이 큰 이유라고 본다”고 홍 의원과 같은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특히 김 의원은 정 원내대표를 향해 “책임에 대한 통감과 사과를 하고 백지에서 (인선을) 시작하든가 아니면 본인께서 정말로 너무 어려워서 못 하겠다고 하면 본인 스스로가 사퇴를 하든가”라고 사퇴론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전국위 무산으로 촉발된 계파간 갈등이 냉각기도 없이 ‘배후’ 의혹과 정 원내대표 책임론 공방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여기에 5.18 기념식 참석을 마친 정 원내대표가 자신의 지역구 칩거를 선택, 장고에 들면서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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