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은진 기자] 2012년 5월 개원한 19대 국회가 마무리됐다. ‘식물국회’를 넘어 ‘뇌사국회’라는 오명을 쓰면서도 마지막 본회의에서 무쟁점 법안 134건을 통과시켜 4년간 1만7822건의 법안을 발의, 총 7441건의 입법실적을 거뒀다.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 아래 19대 국회의원들도 ‘일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주목할 만한 일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에 <시사위크>는 19대 국회에서 있었던 굵직한 사건을 통해 이목을 끈 의원 다섯 명을 꼽았다.

◇ 탈당과 창당의 주역들… 안철수·천정배·유승민 ‘판 흔들기’

▲ 안철수·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야권 재편에 앞장서 3당 체제를 이끌었다는 평을 받고 있고, 무소속으로 대구에 깃발을 꽂은 유승민 의원의 탈당은 여당 총선 참패의 신호탄이었다는 분석을 낳는다. <뉴시스>

‘정치 구도 재편.’ 19대 국회를 요약하는 한마디다. 19대 국회에서는 유독 탈당과 창당, 그리고 통합이 줄을 이었다. 이 과정에서 재편성된 정치판이 20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꾸려지는 데 역할을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시작은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내분으로 탈당한 천정배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주도했다. 천정배 의원이 구상 중이던 신당 ‘국민회의’와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이 본격적으로 통합에 나서면서 창당한 국민의당은 호남을 기반으로 정치판 내 ‘불모지’이던 제3지대를 구축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3당 체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여권에서는 유승민 의원이 꼽힌다. 지난해 6월 국회법 파동으로 당내 친박계와 정면충돌한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직을 사퇴하면서 당청 갈등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이후 공천 파동이 유승민 의원의 탈당으로까지 이어지자 여당의 오래된 텃밭이던 영남민심은 돌아서기 시작했다. 결국 새누리당은 20대 총선에서 ‘과반의석 붕괴’를 맞았다. 무소속으로 대구에서 재기한 유승민 의원의 복당 문제는 현재까지도 여권 내 주요 이슈다.

◇ 최대 정치 이벤트 ‘필리버스터’… 이석현·은수미 ‘재조명’

▲ 이석현 국회부의장과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표적인 ‘필리버스터 스타’로 꼽힌다. <뉴시스>

지난 2월 23일 테러방지법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47년 만에 등장한 필리버스터는 19대 국회에서 열린 최대 ‘정치 이벤트’였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소속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192시간25분 동안 이어갔던 필리버스터는 세계 최장 시간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특히 필리버스터가 국회방송을 통해 생중계되면서 SNS 상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고 이에 따라 많은 ‘필리버스터 스타’가 탄생했다.

‘힐러(healer).’ 이석현 국회부의장이 필리버스터 정국 이후 누리꾼들에게 얻은 별명이다. 정의화 국회의장, 정갑윤 국회부의장과 함께 번갈아가며 국회의장석을 지켰던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이 자리에서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의원들을 배려하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석현 부의장은 “여야 원내대표와 함께 이야기 해 잠깐 화장실을 갈 수 있는 시간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하면서 “성스러운 국회에서 어떻게 발언하다가 화장실을 가느냐는 비판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국회는 성스러운 곳도 아니고 속된 곳도 아니다. 그저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우리는 약해도 강합니다.” 10시간18분에 걸친 필리버스터를 마무리 지으며 은수미 더민주 의원이 한 말이다. 2012년 당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은수미 의원이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은 것 역시 필리버스터가 계기였다. 필리버스터 후 은수미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엔 격려 전화가 쇄도했고, 후원계좌에는 이틀 사이 1000건이 넘는 후원금이 찍혔다. 20대 총선에서 신상진 새누리당 의원을 누르는 데 실패해 4년 후를 기약해야하는 은수미 의원은 “필리버스터가 내 인생을 바꿨다”고 소회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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