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이 7주기를 맞은 가운데, 봉하마을로 향한 ‘친노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의 만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최근 야권의 화두는 ‘세대교체’다. 20대 총선 결과, 야권의 심장부인 호남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당에 주도권을 뺏기면서 더민주 내 세대교체론에는 가속도가 붙었다. 그 중심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 세력인 이른바 ‘친노’가 있다. 더민주의 호남 참패 원인으로 친노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계파 청산’은 당의 최대 과제가 됐다. 이처럼 더민주 내 최대 계파인 친노계가 지각변동을 일으킬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23일 봉하마을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7주기 추도식이 열렸다.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의 만남이다. ‘노무현의 그림자’로 불리는 문재인 전 대표, ‘노무현의 적자’로 불리는 안희정 지사 모두 친노라는 지지기반을 공유하고 있다. 동시에 봉하마을을 찾은 두 사람의 ‘노무현 적통 대결’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함께 갈 수 없는 문재인·안희정… 깊어지는 친노계 고민

안희정 지사가 대권 도전을 시사한 뒤부터 친노계를 대표하는 두 사람의 맞대결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안희정 지사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전 대표를 계속 응원해야 할지, 아니면 직접 슛을 때리기 위해 뛰어야 할지 정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에도 “시대와 때가 정하는 일이라 그때 가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열심히 훈련하고 연습하고, 불펜투수로서 몸을 풀겠다”고 대권 도전 의사를 거듭 밝혔다.

안희정 지사의 이같은 발언은 당내 ‘문재인 대세론’을 뒤흔들었다. 야권을 통틀어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꼽히는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선 레이스에 제동이 걸렸다는 관측이다. ‘충청 대망론’을 등에 업은 안희정 지사가 ‘불펜투수’에서 ‘승리투수’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에서다. 때문에 이번 봉하마을 방문이 안희정 지사의 대권행보에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리얼미터가 23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19주 연속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는 일단 반기는 모양새다. 그는 안희정 지사의 대권 도전과 관련해 “안 지사와 같은 좋은 후배들과 제가 경쟁할 수 있다면 그것만 해도 큰 영광”이라며 “그만큼 우리 정치가 발전하는 것이라 본다. 우리 당으로서는 아주 든든하고 기대가 크다”고 기대감 어린 답변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친노 진영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안희정 지사가 대권 행보를 걷게 되면, 친노 진영이 안 지사와 문 전 대표로 갈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세론’이 지속됐을 때 유권자들이 느낄 피로감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당내 경쟁구도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안희정 지사를 비롯한 더 많은 대선 주자가 경선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의 배경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