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4월 29일 정부가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 선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업체 간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사진은 이명구 관세청 통관지원국장.<이하 뉴시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올 하반기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업체 간 경쟁이 벌써부터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해 연말 면세점 사업권 재승인 심사에서 탈락한 업체들을 비롯해 앞서 입찰전에서 탈락한 기업들까지 대거 참여의사를 밝히면서 조기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면세점을 추가할 경우 업계가 공멸한다”며 강하게 반대했던 기존 신규면세점 사업자들은 슬그머니 말을 바꿔 도전 의사를 내비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경쟁이 과열되면서 기업윤리마저 져버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 신규 면세점 추가 반대하던 신세계·두산, 관세청 발표 후 “나도 도전”

‘면세점 3차대전’은 지난 4월 29일 정부가 면세점 신규 사업자를 선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본격화 됐다. 지난해 7월, 11월에 이은 3번째 ‘전쟁’이다. 당시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 특수에 대비하기 위해 서울 주요 상권에 4개의 면세점을 신규로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은 대기업 3곳, 중소·중견기업 1곳이 선정된다.

업계 등에 따르면 이번 입찰에는 호텔롯데(월드타워면세점)과 SK네트웍스(워커힐면세점)를 비롯해, 현대백화점, 이랜드 등이 도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와 SK네트웍스는 지난해 면세점 사업 재승인에서 탈락, 특허권을 잃었다. 여기에 신세계와 두산, 한화갤러리아, HDC신라면세점 등 기존 신규 사업자들의 도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에 따라 ‘면세점 사업권’을 둘러싼 승부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하지만 뒷말이 적지 않다. 하반기 면세점 입찰에 도전 의사를 내비친 기존 면세점 사업자들의 경우, 앞서 면세점 특허 추가를 강하게 반발해왔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실제 HDC신라, 한화, 신세계, 두산, SM면세점 등 신규 면세점들은 지난달만 해도 정부의 면세점 특허추가 의지에 대해 여러차례 반대해왔다.

이들의 주장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면세점 특허를 또 내줄 경우, 공급과잉으로 업계가 모두 공멸한다’는 것이다. 신규 면세점 업체들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적어도 1년 정도는 추가 출점을 내줘선 안 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 국내 면세점 매출은 지난해 기준 8조3077억원으로 세계 최대 규모이며, 서울시내만으로도 1조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 하반기 면세점 사업자 선정 입찰을 두고 벌써부터 경쟁이 뜨거운 이유다.
신규면세점 5개사 대표들은 긴급 대책회의까지 열고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심지어 정부가 서울시내 면세사업자의 추가를 하는 것이 “특정 기업을 위한 특혜”라며 “정부의 규제완화가 롯데월드타워점의 영업을 연장해주려는 의도”라고 못 박으며 강하게 반대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4월 29일 관세청이 신규 면세점 추가 선정 계획을 발표하자 일부 면세사업자들은 돌연 입장을 바꿨다. 신규 면세점사업자 5개사 중 신세계와 두산은 올해 하반기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 추가 취득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규 면세점 특허에 반발하더니 이젠 말을 바꿔 오히려 자신들이 도전장을 내겠다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 면세점 운영능력 검증 안돼…

이천우 두산 부사장은 지난 20일 있었던 두타면세점 프리오픈 기자간담회에서 “기회가 된다면 시내면세점이 됐든 공항이든 해외든 불문하고 앞으로 그룹의 새로운 유통사업으로 면세점 사업을 꾸려나겠다”고 밝혔다. 추가 면세점 사업권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는 분석이다.

성영목 신세계디에프 사장 역시 지난 18일 서울시내 면세점 추가 특허 신청 여부와 관련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조심스럽게 준비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도전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물론 ‘기업’의 목적은 ‘최대이윤’이라는 점에서 두산과 신세계의 속보이는 행태를 무조건 비난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지난해 7월 신규 사업자 입찰과정에서 ‘롯데와 신라의 독과점 구조를 해소하고 자율경쟁을 통해 면세점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던 바 있다. 본인들이 면세점 사업자 선정되자 자사 이익을 위해 추가 선정에 반대하고 나선 셈이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며 면세점 특허 추가를 강하게 반발해왔던 두산(위)과 신세계가 올해 하반기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 추가 취득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말바꾸기’ 논란이 일고 있다.
게다가 신세계는 지난해 11월 면세점 사업자 재승인 면세점 2차 대전의 최대 수혜자다. 신세계는 SK네트웍스가 지난해 연말 면세점 사업자 재승인에 탈락하면서 이 사업권을 차지했다. 여기에 부산면세점을 지키는데도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신세계와 두산의 면세점 운영능력에 대해서도 불신하는 분위기다. 신세계와 두산은 현재까지 3대 명품을 유치하지 못했다. 기존 면세점 사업조차 안정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추가 면세점 사업권을 따낸다고 해도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의 목소리가 높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두산이나 신세계의 경우,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면세점 추가 선정에 대놓고 반대하더니 이제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꿔 자신들도 도전하겠다고 한다”면서 “돈이 되는 일이라면 윤리고 체면이고 뭐고 신경쓰지 않는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면세산업 경쟁력 강화와 롯데·워커힐 면세점 직원들의 고용 문제 해소를 목표로 신규 추가특허 방안을 내놓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면서 “롯데와 워커힐이 박탈당한 사업권을 취득한 신세계와 두산이 다시 추가 신규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된다면 본말이 전도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정부도 정책 취지에 맞는 사업자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선발해야 또 다른 논란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관세청은 이르면 이달 말 대기업 3곳과 중소ㆍ중견기업 1곳에 대한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추가 공고를 낸 뒤 2개월 간의 심사를 거쳐 올해 11월 최종 사업자 선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