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출마를 시사하면서 그의 측근 인사들이 재조명받고 있다. 대선 캠프가 꾸려질 경우 이들이 우선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아직 조직을 만들 상황이 아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가까운 인사로 알려진 한 충청권 인사는 ‘반기문 대통령’을 만들기 위한 세력의 조직화를 부인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열어뒀다. “때가 되면 조직이 만들어지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실제 물밑 움직임은 활발한 것으로 보인다.

‘반기문재단’ 설립이 그 일례다. 측근 2~3명이 반기문 총장의 퇴임 후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내년 출범을 목표로 재단 설립을 추진 중이다. 외교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것으로 알려진 이들은 “정치적인 의미는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정치권의 시각은 다르다. 반기문 총장의 측근 그룹으로 외교부 관료 출신 브레인들이 첫손에 꼽혔다.

◇ ‘복심’ 김원수 ‘멘토’ 노신영·한승수 ‘조직’ 윤상현의 행보 눈길 

공교롭게도 반기문 총장이 대선 출마를 시사한 다음날 조찬을 함께 한 사람들도 바로 전현직 외교관들이었다. 바로 송민순·김성환 전 외교부 장관과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 오준 유엔 대사, 이태식 전 주미대사, 주철기 전 외교안보수석, 박수길 전 유엔대사 등이다. 앞서 반기문 총장은 25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퇴임 후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그때 결심하겠다”고 말했다.

반기문 총장의 ‘복심’으로 알려진 김원수 유엔 사무차장도 외교부 출신이다. 그는 반기문 총장이 외교부 장관을 지낼 당시 특보를 맡은 데 이어 유엔으로 자리를 옮긴 지금도 반기문 총장의 곁을 지키고 있다. 국내 동향을 수시로 보고하는 일도 그의 역할이다. 지난 2월 청와대에 들어간 윤여철 의전비서관은 2006년부터 8년간 유엔에서 반기문 총장을 보좌한 만큼 청와대와 반기문 총장의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김숙 전 유엔 대표부 대사, 박인국 한국고등교육재단 사무총장까지 더해 ‘4인방’으로 불린다.

노신영·한승수 전 국무총리는 반기문 총장의 멘토로 꼽힌다. 노신영 전 총리는 1970년대 초대 주인도 대사로 근무할 당시 서기관이던 반기문 총장을 눈여겨보고, 총리에 취임하자 의전비서관에 임명했다. 사실상 초고속 승진이다. 한승수 전 총리는 유엔 총회의장 시절 반기문 총장을 비서실장으로 발탁했다. 유엔 사무총장 도전의 발판을 마련해 준 셈이다. 때문일까. 반기문 총장은 방한할 때마다 두 사람을 빼놓지 않고 만나왔다는 후문이다.

▲ 노신영·한승수 전 국무총리와 김원수 유엔 사무차장, 윤여철 청와대 의전비서관(사진에서 왼쪽부터)이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한편 지지기반인 충청의 대표적 포럼을 이끌고 있는 윤상현 무소속 의원이 핵심 인사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반기문 총장이 평생을 외교관으로 살아온 만큼 외교부 출신들이 중추적 역할을 할 수밖에 없지만, 외곽 조직은 충청권 인사들이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충북 음성이 반기문 총장의 고향이다. 특히 충청 출신의 정치권 인사들이 세력 확장을 주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목이 쏠린다. 발판은 ‘충청포럼’이다. 포럼을 만든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생전 ‘반기문 대망론’을 주장해왔다. 그의 후임자로 2대 회장에 오른 윤상현 무소속 의원은 친박 핵심이다.

충청권 특성상 반기문 총장은 새누리당과 가깝다. 이번 20대 총선에서 충청권 25석 가운데 14석을 차지한 만큼 당 안팎으로 ‘충청대망론’이 거세다. 여기에 충청 출신 정진석 원내대표가 워싱턴 특파원 시절 주미 정무공사이던 반기문 총장을 취재원으로 만나 줄곧 친분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손에 꼽는 하버드 케네디스쿨 동문도 새누리당 소속이다. 바로 홍문종 의원, 박진 전 의원, 이달곤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다. 특히 박진 전 의원은 반기문 총장과 스터디그룹을 같이 한 사이로, 김영삼 정부에서 청와대 의전수석으로 반기문 총장을 추천하기도 했다.

반기문 총장 개인적으로는 새누리당 소속인 나경원 외통위원장과 친분이 두텁다. 그는 26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전현직 외교관들과 조찬을 함께 하며 “이번 총선(재외 투표)에서 개인적 인연이 있는 나경원 의원을 찍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기문 총장의 국내 주소지는 나경원 위원장의 지역구인 서울 사당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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