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설현 사건'으로 연예인 홍보대사 자격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사진은 본문내용과 상관없음.<뉴시스>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일을 설렁설렁 하면서 월급만 받아가는 직원을 ‘월급 루팡’이라고 비꼰다. 월급을 훔쳐가는 도둑이란 얘긴데, 비단 일반인에게만 해당하는 말은 아닌 듯 하다.

밥값도 안하면서 국민의 혈세를 훔쳐가는 연예인 홍보대사에 ‘혈세 루팡’ 오명이 씌워졌다.

각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의 연예인 홍보대사 자격 논란은 이른바 ‘설현 사건’이 발단이 됐다.

앞서 3일 AOA 멤버 설현과 지민이 온스타일 ‘채널AOA’에서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보고 ‘긴또깡(김두한)’이라고 반문하는 장면이 방송을 타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당시 설현은 한국방문위원회 ‘한국 방문의 해’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사실이 알려져 홍보대사 자격 문제가 불거졌다.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급기야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의 연예인 홍보대사 남발 문제와 국민 혈세 낭비를 지적하는 목소리로 이어졌다.

◇ 10년간 70억… 무보수 아니었나 ‘충격’

최근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가 각 부처의 연예인 홍보대사에 대한 과도한 예산 집행과 낭비 방지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온 것도 이와 맥이 닿아 있다.

<시사위크> 취재 결과 해당 발언은 기재부의 공식 발언이 아닌 사석에서 나눈 사담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한 기재부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얘기된 부분은 없지만 연예인 홍보대사 예산 낭비에 대해 기재부도 문제의식은 갖고 있다”며 향후 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2014년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이 정부 부처와 산하 기관 등 71곳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중앙정부와 공공기관이 연예인 홍보대사에 지급한 모델료는 무려 70억원이 넘는다.

자료에 따르면 정부부처 중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가장 많은 비용을 지출했다. 지난 10년간 기재부는 홍보대사 59명에 총 22억1420만원의 예산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기재부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기재부는 복권위원회 홍보대사 4명에게 11억7700만원을 지급해 복지부의 뒤를 이었다.

정부기관의 홍보대사를 봉사차원의 무보수 명예직으로 알고 있던 대중은 ‘억’ 소리 나는 홍보대사 기용에 과도한 모델료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연예인 홍보대사의 과도한 몸값 부풀리기도 문제다. 기재부 복권위원회 홍보대사 감투를 2년간 썼던 이승기는 총 5억7200만원을 모델료로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배우 조재현, 배우 임현식 역시 각각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4억9500만원,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4억8000만원의 적지 않은 금액을 모델료로 받았다.

논란의 불씨가 된 ‘한국 방문의 해’ 홍보대사 설현은 재능기부 차원에서 무보수로 해당직을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 인지도만 보고 기용… 자격 검증 ‘허술’

문제는 연예인 홍보대사에 대한 자격 검증이다.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사실 홍보대사는 마케팅에 해당하는 분야다 보니 모델의 인지도를 가장 중점적으로 본다”며 “해당 분야와의 연관성이나 모델의 지식 및 이해도는 상대적으로 검증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인지도만 보고 모델을 썼다가 부적절한 처신에 구설수에 휘말린 정부부처의 사례가 이미 여러 번이다.

앞서 국세청은 모범납세자로 위촉됐던 배우 송혜교의 세금 탈루 사실이 밝혀지며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법무부도 2010년 가수 2NE1을 ‘법질서 캠페인 홍보대사’에 위촉했다가 멤버 박봄의 항정신성의약품 암페타민 밀반입 문제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그러나 수많은 구설수에도 공공기관의 연예인 홍보모델 기용은 계속될 분위기다. 한국방문위원회 역시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역사 교육이라는 민감한 사안이 얽혀 일단은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는 상황”이라며 “설현 씨의 교체계획은 당분간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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