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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필 박사의 세상사는 이야기]H에게-아웃사이더 트럼프가 주는 교훈
[김재필 박사의 세상사는 이야기]H에게-아웃사이더 트럼프가 주는 교훈
  • 시사위크
  • 승인 2016.05.30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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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김재필(미 델라웨어대학 사회학 박사)
[시사위크] 미국의 부동산 재벌 도날드 트럼프가 많은 전문가와 언론의 초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자력으로 대의원 과반수의 지지를 얻어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었네. 지난 24일 워싱턴주 경선에서 승리한 후, 그를 지지하는 슈퍼 대의원 수가 95명으로 늘어나면서 공화당 대선 후보 공식 지명에 필요한 매직 넘버’ 1237명을 넘어섰다는군. 물론 아직도 당내에는 2012년 대선후보였던 밋 롬니처럼 트럼프를 인정하지 않는 유력 인사들도 많지만, 이제 트럼프에게는 오는 718일부터 클리블랜드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공식대선후보로 추대될 절차만 남아 있는 것 같네.

비교적 안정적인 양당 체제를 갖고 있다고 평가받았던 미국에서마저 왜 도날드 트럼프 같은 아웃사이더가 대정당의 대선후보가 될 수 있을까? 미국식 대의민주주의 정치에 대한 환멸, 기존 양당 정치지도자들에 대한 불신, 국제 정치경제 무대에서의 미국 지위의 후퇴, 점점 심화되고 있는 경제적 불확실성 등 다양한 요인들이 언급되고 있네. 하지만 이번에 미국 양당 정치 무대에서 버니 샌더스와 도날드 트럼프 같은 아웃사이더들이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40여 년 전부터 미국과 영국에서 시작된 신자유주의적인 지구화의 부정적인 결과들이 차곡차곡 쌓여 생긴 토양 덕분이야. 금융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중시하는 주주자본주의로 인해 고용 없는 성장이 일상화되고, 기업의 이익 창출을 우선하는 구조조정의 여파로 일자리를 잃은 중간계급들이 늘어나고, 예전보다 더 많은 시간 일을 하는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줄어들었지. 이제 많은 사람들은 경제 성장이 이루어져도 자신들의 삶은 개선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거야. 그러니 트럼프의 막말과 엉터리 공약이 통할 수밖에.
 
실제로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분노하는 저학력 백인 남성들일세. 한 조사에 의하면,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 대다수는 미국인들의 삶이 50년 전보다 더 나빠졌고, 자유무역협정은 미국에 손해라고 생각한다네.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에서 이민자가 미국에 짐이 될 뿐이라고 믿는 사람도 많고. 큰 정부보다는 작은 정부를 선호하고, 자유시장의 자율성을 믿고, 자유무역을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기존 공화당 지지자들과는 크게 다른 보수적이지 않은 보수주의자들이 트럼프를 열렬히 지지하고 있네. 그러니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고, 1100만 명에 이르는 불법 이주노동자들을 강제 추방하고, 중국과의 교역에 4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이 나올 수도 있었던 게야.
 
트럼프의 경제 공약을 보면 더 황당한 게 많네. 트럼프는 자신이 이번에 대통령이 되고 4년 후에 연임까지 한다면, 8년 동안에 미국 정부의 부채 19조 달러를 모두 청산하겠다고 큰소리치고 있어. 10조 달러는 미국의 한 해 GDP로 한국 GDP 14000억 달러의 13배가 넘는 천문학적인 돈이야. 그걸 8년 동안에 다 갚겠다니빚을 갚으려면 세수는 늘고 지출은 줄여야 하는데, 트럼프는 대규모 감세를 약속하면서 사회보장 및 노인 의료보장은 건드리지 않겠다고 말하네. 미국판 증세 없는 복지정책이야. 물론 미국 경제가 고도로 성장하면 가능할 수도 있지. 하지만 <워싱턴 포스트>의 계산에 따르면, 감세를 하지 않으면 매년 13% 성장하면 가능하고, 트럼프의 공약대로 감세를 하면, 매년 24~25%씩 성장해야만 정부 부채를 모두 청산할 수 있다네. 참고로 지난 519일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전망한 올해 미국과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각각 2.0%6.3%였네.
 
트럼프를 보고 있으면 우리 전임 대통령 한 분이 겹쳐 보이네. 위장전입, 선거법 위반으로 국회의원직 상실, 아들딸 위장 취업과 탈세, 부동산 투기, 마사지 걸은 못 생길수록 서비스가 좋다는 막말, BBK 주가조작과 ()다스의 차명 보유 의혹 등 많은 도덕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대통령이 되었던 분 말일세. 그 분이 내세웠던 대표적인 공약이 ‘747’이었네. 7% 경제 성장, 국민 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 아마 당시에 그를 지지했던 많은 분들이 저런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을 거야. 그보다는 그가 경제적으로 출세부자이니 국민 모두를 잘 살게 해 줄 거라고 믿고 표를 주었을지도 몰라.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4대강 삽질과 자원 외교로 정부 부채만 엄청나게 늘려놓고 떠났지. 참고로 이명박 정부 5년 동안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2.9%였네. 노무현 정부의 4.3%보다 훨씬 낮았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유명 경제학자 폴 크루구먼이 트럼프를 무식한 떠버리(ignorant blowhard)’라고 부르더군. 자고로 어디에서나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은 진리야. 한국 대통령이 무식하면 우리만 고생하면 되지만, 미국 대통령이 막말만 지껄이는 무식한 떠버리이면 전 인류의 미래가 위태로워질 텐데 걱정일세. 왜냐고? 싫든 좋든 미국은 현재 제국이고 패권 국가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