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방한 전후로 문재인·안철수·김무성 등 기존 정치권 유력대선주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예상치 못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광폭행보에 차기 대선주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미꾸라지를 생존시키기 위해 어항에 메기를 넣는 이른바 ‘메기효과’가 언급되기도 했다. 실제 총선 이후 잠잠한 행보를 이어가던 차기대권주자들은 반기문 총장의 방한 이후 더욱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야인으로 돌아간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는 내달 1일 충북을 방문해 장봉훈 천주교 청주교구장, 정도 법주사 주지스님 등을 만난다. 문재인 전 대표 측은 ‘특별한 정치적 함의는 없다’고 선을 긋고 있으나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 ‘충북’ 찾는 문재인…안철수는 ‘강연정치’로 여론몰이

공교롭게도 충북은 반기문 총장이 나고 자란 지역으로 방한 때마다 살뜰히 챙겼던 지역이다. 반기문 대망론의 지역적 출발점이라는 얘기다. 정치권에서 문 전 대표의 충북방문을 두고 ‘반기문 대망론’ 잠재우기의 일환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 이유다.

앞서도 문 전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제는 국회의원이 아니라 시민 문재인으로 돌아가 여러분 곁에 한 발짝 더 다가가겠다”며 “다시 한 번 정권교체, 정치교체, 시대교체를 위해 모두와 함께 힘을 모으겠다”고 대권도전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임기를 마치며 앞으로의 각오를 다지는 의미로 보인다. 그러나 이면에는 반 총장의 방한기간 내내 들썩였던 여론을 의식했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문 전 대표뿐만 아니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행보도 빨라졌다. 차기대선 주요의제로 ‘양극화 해소’를 제시한 안철수 대표는 해법으로 ‘공정경제론’ 설파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28일 단국대에서 열린 ‘전국여교수연합회 세미나’에 참석한 안 대표는 조선과 해운 등 산업분야 구조조정에 대한 내용으로 강연을 펼쳤다. 29일에는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한국경제 해법 찾기와 공정성장론’을 주제로 강연했다.

특히 안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낡은 정치를 바꾸고 민생을 해결해 달라는 게 국민들의 외침”이라며 “정치권이 부응하지 않으면 내년에 태풍이 몰아칠 것”이라고 말했다. 민생문제를 해결하고 낡은 정치를 바꿀 적임자가 바로 안 대표 자신이라는 점을 강조한 대목으로 해석된다. 이는 안 대표가 더민주를 탈당하고 국민의당을 창당할 당시 내세운 명분이기도 하다.

◇ 기지개 펴는 김무성, 반기문 방한 전 존재감 확인

반 총장의 부상에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반 총장이 대선출마를 한다면 새누리당으로의 출마가 예상된다. 그렇다면 당내 경선에서 맞불을 가능성이 큰 김무성 전 대표가 직격탄을 맞는 셈이다. 최근 김 전 대표가 ‘칩거’를 깨고 당내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 반 총장의 방문 직전인 지난 24일, 김 전 대표는 최경환 의원과 만나 비대위 구성과 차기 지도부 권한 등 당내현안에 대해 합의했다. ‘연말 정치재개를 할 것’이라는 관측을 깬 과감한 행보였다. 물론 당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밀실합의’라는 비난이 있었다. 그러나 합의 이후 당이 급속도로 안정을 되찾은 것도 사실이다. 이전까지 비대위 인선을 가지고 으르렁 댔던 친박과 비박은 거짓말처럼 침묵을 유지하는 상태다.

이에 대해 이준석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은 “김 전 대표가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반 총장의 방한을 앞두고 최 의원과 당내 문제를 합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며 김 전 대표의 행보가 반 총장과 무관치 않음을 짐작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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