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일 일지테크 회장(사진) 등 최대주주 일가가 일감몰아주기 및 떼어주기를 통해 편법 증여를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일지테크 홈페이지 캡쳐>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일지테크 최대주주 일가가 수년전부터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편법증여를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재작년엔 사업부를 분리해 구준모 대표일가의 회사에 일감 떼어주기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지테크는 금형제작 및 철강을 가공해 각종 판넬류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다. 설립 이듬해 현대자동차 협력회사로 등록되면서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해 말 기준 매출 3048억원, 영업이익 185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지난 1986년 구본일 회장이 창업했다. 지난해 말 기준 최대주주는 지분 34.25%를 가진 구본일 회장의 아들 구준모 대표다. 구본일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해도 46.3%에 불과하다.

◇ 구본일 회장 자녀 2명,  같은 목적의 회사 설립

일지테크의 사업구조 변화는 5년 전부터 일어났다. 구본일 회장의 차남 준희씨는 지난 2011년 5월 자본금 3억원으로 케이엔씨를 설립, 대표자리에 올랐다. 셋째인 대희씨도 같은 해 6월 자본금 1억5000만원으로 디엔피를 설립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두 회사 모두 ‘자동차용 프레스 판넬 제조 및 수출과 자동차 부품 제조설비 수출’을 주요 사업으로 기록했다는 점이다.

이들 회사는 3억원 이하의 자본금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설립된 해부터 수십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급성장했다. 지난해 케이엔씨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01억원, 157억원이다. 디엔피도 매출 228억원, 영업이익 78억원을 기록했다.

이들 실적은 일지테크를 비롯한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로 대부분 발생했다. 일지테크 구본일 회장이 자녀들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혹은 떼어주기를 통해 편법 증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 구준모 대표, 금형사업 분리해 개인소유

의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지테크는 지난 2014년 4월1일자로 ‘아이제이에스’라는 회사에 금형사업부에 관한 권리와 의무 전체를 양도했다. 양도대금은 174억500만원이다.

일지테크 측은 공시를 통해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업역량 강화와 ▲양도대금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들었다.

하지만 일지테크의 부채비율은 지난 2014년 1분기 195%에서 2015년 말 274%로 높아졌다. 매출은 2014년 2445억원에서 지난해 3048억원으로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95억원에서 185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278억원에서 85억원으로 급감했다.

아이제이에스를 살펴보면 의혹은 짙어진다. 아이제이에스는 지난 2014년 3월 자본금 20억원으로 설립됐다. 최대주주는 구준모씨(50%)다. 그 외 구지은씨와 구지후씨가 각각 25%의 지분을 갖고 있다.

구 회장의 아들이자 일지테크의 대표인 구준모씨가 개인 회사를 차린지 한 달 만에 일지테크로부터 금형사업부를 양도받은 셈이다. 이후 아이제이에스의 실적은 눈부시다. 설립 당해 매출 227억원, 영업이익 50억원을 올렸고, 지난해엔 매출 496억원, 영업이익 135억원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구 대표가 최대주주 및 대표 지위를 이용해 사익을 챙기고 일지테크에 손해를 끼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본지는 이와 관련해 일지테크 측에 입장을 요청했지만 답신이 없었다.

기업지배구조연구소 네비스탁은 “일지테크가 오너 일가의 개인회사를 위해 이익을 희생했다”며 “소액 주주들의 몫을 희생시켜 최대주주인 구준모 대표이사 자신과 형제들, 그리고 어린 두 자녀의 이익을 도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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