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모바일 게임업체의 연예인 마케팅.<한국투자증권 제공>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영화광고야? 게임광고야?”

최근 TV를 보던 50대 A씨는 한 광고에 눈길을 빼앗겼다. 유명 연예인이 등장해 멋진 검으로 악당을 물리치는 장면이 그것. 영화 제목을 열심히 찾아봤으나 검색할 수 없었다. 그는 나중에 ‘화려한 액션신’의 실체가 게임 광고였다는 점을 알게 됐다.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순항 중이다. 시장 규모는 2012년 8010억원에서 올해 3조9710억원으로 5배 가까이 성장했다. 게임 시장 내에서 비중도 2012년 8%에서 올해 36%까지 치솟았다. 온라인 게임이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모바일 게임은 승승장구하며 최근엔 TV광고까지 진출했다.

문제는 모바일 게임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소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형업체들이 광고비 물량공세로 시장 점유을을 높여가는 것을 영세 업체들은 지켜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 1년 새 모바일 게임 마케팅 비용 10배↑

모바일 게임 시장은 마케팅 비용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대형 개발사 중심으로 시장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

실제로 상위 20위 안에는 대부분 대기업 게임 개발사만 남았다. ‘넷마블’ ‘넥슨’ 등 대형 업체들이 시장을 독식하며 중소개발업체는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7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모바일 게임 시장의 마케팅 비용은  2014년 월 2~3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20~30억원으로 급증했다. 불과 1년 만에 10배가 불어난 셈이다.

마케팅 비용 상승은 모바일게임 업체들이 2014년 천편일률적인 마케팅에 차별성을 꾀하기 위해 TV광고에 눈을 돌리면서 시작됐다. 종편광고 진출로 필요 마케팅 비용이 월 7~10억으로 올랐고, 이후 지상파까지 진출하면서 월 20~30억원을 쏟아붓고 있다.

스타 연예인들이 광고 모델로 나서며 마케팅 경쟁은 격화됐다. 배우 차승원을 모델로 썼던 넷마블 ‘레이븐’의 성공을 신호탄으로 ‘연예인 모델=흥행’이란 공식이 업계에 번졌다. 이후 연예인 모델이 직접 게임의 역동적인 액션을 재연하는 광고가 대세가 됐다.

◇ 중소업체 ‘진입장벽’ 높아

게임 시장의 마케팅은 출시 초반에 집중된다. 초기 순위를 높여 신규 유입자를 최대한 늘리는 것이 흥행 공식으로 굳어져 있다. 어린 학생부터 중장년층까지 전 세대가 보는 TV광고에 모바일 게임 업체가 집중하는 이유다.

이같은 광고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신규 게임업체는 높은 진입장벽에 직면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중소 게임 개발업체는 광고비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는 협회의 도움으로 한 달에 2~3건 무료 광고 지원을 받지만, TV 등 광고 단가가 비싼 대형 매체는 진출이 힘들어 큰 효과를 보지는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일부 상위 모바일 게임 업체가 광고에 집중하느라 콘텐츠가 부실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정우ㆍ이정재ㆍ유아인 등 유명 연예인 모델을 전면에 내세운  ‘크로노 블레이드’ ‘고스트’ ‘KON’ 등 모바일 게임은 출시 당시 반짝 흥행 성적을 내고 장기 흥행에는 실패했다.

일부 게임 유저들을 중심으로 버그와 게임 오류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 게임 유저는 “인기 연예인이 그저 앉아 있는 모습으로만 그려진 광고도 무슨 메시지를 던지려는 것인지 이해가 잘 안갔다”며 “개발사들이 마케팅보다 게임 운영에 좀 더 힘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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