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 “그래 ‘새정치’를 한다고 해서 표를 몰아주고 힘을 실어줬더니 고작 한다는 게 ‘억대 리베이트’의혹이라니…….”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휘청되는 국민의당을 빗댄 푸념이다. 이것도 모자라 이번 사건에 연루된 서른 살 먹은 ‘김수민’이라는 여성에게 비례대표를 느닷없이 주면서 금배지를 달아 주었다. 20대 국회 최연소의원이다. 더욱 의아한 것은 그는 디자인 벤처기업을 운영했다고 하지만 이름이 거의 오르내리지 않은 무명에 가까웠다. 더군다나 공천신청도 하지 않았는데도 당 지도부가 스스로 알아서 국회의원을 시켜준 것은 정당민주주의 절차를 무시했다 할 수 있다. 국민의당을 제3야당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다.
따라서 안철수 대표가 사전에 보고를 받았는지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그가 공당의 수장이라는 점에서 국회의원 자리를 ‘2억 리베이트’를 받고 ‘엿 바꿔’ 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만큼 이번 의혹사건의 핵심은 김수민 의원이 대표로 있는 ‘브랜드호텔’에 송금된 2억3820만원의 행방에 있다. 김 의원은 지난 총선 당시 선거공보 제작업체와 TV광고 대행업체 두 곳으로부터 자신이 운영하는 브랜드호텔 앞으로 허위계약서를 작성하는 수법을 썼고, 그 대가로 1억7820만원의 리베이트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한술 더 떠 그 업체로부터 6000만원을 더 받기 위해 체크카드를 받아쓰는 방식을 택한 혐의도 받고 있다.
물론 김 의원 혼자서 우회적으로 리베이트를 받았을 리는 만무하고 당시 사무총장이던 박선숙 의원과 왕주현 사무부총장 등과의 합작품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당직 인선을 좌지우지하면서 안 대표의 복심이라 지칭되는 박 의원이 이럴 진데, 이제 국민의당은 어떠한 변명과 해명을 하더라고 국민적 정서를 달랠 길 없게 됐다.
‘새정치’, ‘클린정당’이라는 국민의당 슬로건은 이미 빛이 바랜 채 퇴색돼가고 있다. 특히 4‧13 총선에서 녹색바람을 일으키며 국민의당에게 몰표를 줬던 호남민들의 마음은 허허롭기 그지없다. 안철수 대표가 잘나서가 아니라 반문재인 정서에 대한 반발로 절대적 지지를 보냈건만 리베이트 사건이 불거지면서 자괴감이 들 정도다.
당시 국민의당에서 발표한 비례대표 명단에 호남출신들이 한명도 들어있지 않자 ‘이게 아닌데...’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야권의 지형이 더민주로부터 국민의당으로 바뀐 터라 비록 제3당이지만 힘을 실어줘야 했고, 그래서 정권재창출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 하나로 지속적인 사랑과 애정을 보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리베이트 사건을 계기로 호남에서는 “기껏 몰표를 던져주고 되돌아오는 게 허전함 그 자체라는 말인가”라는 자각운동이 움트기 시작한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랬고, 문재인 더민주 전대표의 호남홀대론과 뭐가 다를 게 있느냐는 반응이다. 친노 프레임으로 혹세무민 정치를 했던 친노세력보다 더하다는 얘기가 서슴지 않고 나온다.
그런 점에서 비례대표 공천의혹은 어쩌면 단순한 것 같아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가 않다. 그 의미는 각별하다. 안철수 대표는 비례대표 13명을 모두 자기사람으로 심었다. 그러다보니 국민의당 38명 의원 가운데 절반이상이 자기 사람이다.
이제 국민의당은 안 대표 한 사람의 일인지배로 사당화 된 느낌이다. 말이 그렇지 전국정당을 지향하는 제3당이나 호남당이 아니라 ‘안철수당’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당 원내대표 경선만 보더라도 그렇다. 여러 중진들이 경선에 뛰어들었으나 박지원 의원으로 지명된 것은 안 대표가 “그 사람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말 한마디로 끝이 났다.
더욱이 당의 헌법기관이라 하는 사무총장 자리에 지난번 총선에서 출마했다 낙선한 원외인사인 김영환 전 의원을 앉히는 과정에서 당시 ‘호남홀대’라는 지적이 나온 것도 그래서다. 호남 출신 중진급 의원들이 그래도 사무총장에는 원내 인사인 주승용 전 원내대표가 하는 게 마땅하다고 고언했지만 일언지하에 묵살됐다.
김 사무총장이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수민 의원을 추천했고, 과거 민자당 비례대표를 역임했던 부친과 친하다는 말이 한 때 나왔다. 하지만 김 총장은 “일면식도 없다”고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또 안 대표는 대선주자 여론조사 결과 자신을 지지해준 호남에서 30%대 이하의 지지율을 받고 있다. 특히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대선주자로 급부상한 이후 중도성향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중첩되는 바람에 지지율이 더욱 빠지는 형국이다. 지난 총선 때 호남지역 국민의당 후보들에 대한 지지율이 60%대에 이르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적어도 40~50%의 고정적인 지지표가 있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다. 안 대표의 확장성이 오그라들고 있는 것은 아직도 호남민들이 그를 대선주자감으로 미덥지 않게 여기기 때문이리라.
그럼에도 안 대표가 호남민들을 바라보면서 ‘자기 주머니 안에 넣은 표처럼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혹여 그런 오만함을 보인다거나 호남을 위한 콘텐츠나 비전을 내놓지 못할 경우, 호남표심이 이반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호남 발(發) 대권주자로 커 나가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호남 출신 비례대표 보다는 리베이트로 ‘엿 바꿔’ 먹은 김수민 의원을 택할 경우, 민심이반 속도는 걷잡을 수 없게 될 게 뻔하다. <외부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