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 박병모:현 광주뉴스통 발행인, 전 광주 FC 단장, 전 전남일보 편집국장
[시사위크] “그래 새정치를 한다고 해서 표를 몰아주고 힘을 실어줬더니 고작 한다는 게 억대 리베이트의혹이라니…….”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휘청되는 국민의당을 빗댄 푸념이다. 이것도 모자라 이번 사건에 연루된 서른 살 먹은 김수민이라는 여성에게 비례대표를 느닷없이 주면서 금배지를 달아 주었다. 20대 국회 최연소의원이다. 더욱 의아한 것은 그는 디자인 벤처기업을 운영했다고 하지만 이름이 거의 오르내리지 않은 무명에 가까웠다. 더군다나 공천신청도 하지 않았는데도 당 지도부가 스스로 알아서 국회의원을 시켜준 것은 정당민주주의 절차를 무시했다 할 수 있다. 국민의당을 제3야당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다.

따라서 안철수 대표가 사전에 보고를 받았는지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그가 공당의 수장이라는 점에서 국회의원 자리를 ‘2억 리베이트를 받고 엿 바꿔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만큼 이번 의혹사건의 핵심은 김수민 의원이 대표로 있는 브랜드호텔에 송금된 23820만원의 행방에 있다. 김 의원은 지난 총선 당시 선거공보 제작업체와 TV광고 대행업체 두 곳으로부터 자신이 운영하는 브랜드호텔 앞으로 허위계약서를 작성하는 수법을 썼고, 그 대가로 17820만원의 리베이트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한술 더 떠 그 업체로부터 6000만원을 더 받기 위해 체크카드를 받아쓰는 방식을 택한 혐의도 받고 있다.

물론 김 의원 혼자서 우회적으로 리베이트를 받았을 리는 만무하고 당시 사무총장이던 박선숙 의원과 왕주현 사무부총장 등과의 합작품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당직 인선을 좌지우지하면서 안 대표의 복심이라 지칭되는 박 의원이 이럴 진데, 이제 국민의당은 어떠한 변명과 해명을 하더라고 국민적 정서를 달랠 길 없게 됐다.

새정치’, ‘클린정당이라는 국민의당 슬로건은 이미 빛이 바랜 채 퇴색돼가고 있다. 특히 413 총선에서 녹색바람을 일으키며 국민의당에게 몰표를 줬던 호남민들의 마음은 허허롭기 그지없다. 안철수 대표가 잘나서가 아니라 반문재인 정서에 대한 반발로 절대적 지지를 보냈건만 리베이트 사건이 불거지면서 자괴감이 들 정도다.

당시 국민의당에서 발표한 비례대표 명단에 호남출신들이 한명도 들어있지 않자 이게 아닌데...’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야권의 지형이 더민주로부터 국민의당으로 바뀐 터라 비록 제3당이지만 힘을 실어줘야 했고, 그래서 정권재창출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 하나로 지속적인 사랑과 애정을 보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리베이트 사건을 계기로 호남에서는 기껏 몰표를 던져주고 되돌아오는 게 허전함 그 자체라는 말인가라는 자각운동이 움트기 시작한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랬고, 문재인 더민주 전대표의 호남홀대론과 뭐가 다를 게 있느냐는 반응이다. 친노 프레임으로 혹세무민 정치를 했던 친노세력보다 더하다는 얘기가 서슴지 않고 나온다.

그런 점에서 비례대표 공천의혹은 어쩌면 단순한 것 같아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가 않다. 그 의미는 각별하다. 안철수 대표는 비례대표 13명을 모두 자기사람으로 심었다. 그러다보니 국민의당 38명 의원 가운데 절반이상이 자기 사람이다.

이제 국민의당은 안 대표 한 사람의 일인지배로 사당화 된 느낌이다. 말이 그렇지 전국정당을 지향하는 제3당이나 호남당이 아니라 안철수당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당 원내대표 경선만 보더라도 그렇다. 여러 중진들이 경선에 뛰어들었으나 박지원 의원으로 지명된 것은 안 대표가 그 사람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말 한마디로 끝이 났다.

더욱이 당의 헌법기관이라 하는 사무총장 자리에 지난번 총선에서 출마했다 낙선한 원외인사인 김영환 전 의원을 앉히는 과정에서 당시 호남홀대라는 지적이 나온 것도 그래서다. 호남 출신 중진급 의원들이 그래도 사무총장에는 원내 인사인 주승용 전 원내대표가 하는 게 마땅하다고 고언했지만 일언지하에 묵살됐다.

김 사무총장이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수민 의원을 추천했고, 과거 민자당 비례대표를 역임했던 부친과 친하다는 말이 한 때 나왔다. 하지만 김 총장은 일면식도 없다고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또 안 대표는 대선주자 여론조사 결과 자신을 지지해준 호남에서 30%대 이하의 지지율을 받고 있다. 특히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대선주자로 급부상한 이후 중도성향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중첩되는 바람에 지지율이 더욱 빠지는 형국이다. 지난 총선 때 호남지역 국민의당 후보들에 대한 지지율이 60%대에 이르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적어도 40~50%의 고정적인 지지표가 있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다. 안 대표의 확장성이 오그라들고 있는 것은 아직도 호남민들이 그를 대선주자감으로 미덥지 않게 여기기 때문이리라.

그럼에도 안 대표가 호남민들을 바라보면서 자기 주머니 안에 넣은 표처럼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혹여 그런 오만함을 보인다거나 호남을 위한 콘텐츠나 비전을 내놓지 못할 경우, 호남표심이 이반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호남 발() 대권주자로 커 나가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호남 출신 비례대표 보다는 리베이트로 엿 바꿔먹은 김수민 의원을 택할 경우, 민심이반 속도는 걷잡을 수 없게 될 게 뻔하다. <외부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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