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청정 이미지를 내세운 이니스프리는 제주화장품 인증을 받지 못했다.<이니스프리 광고 캡쳐>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제주도가 ‘진짜’ 제주 화장품 감별에 나서 뷰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달 1일 ‘제주화장품 인증제도’를 도입했다. 제주도 인증을 받은 제품에만 ‘COSMETIC CERT JEJU’ 마크를 붙일 수 있도록 했다. 해당 마크는 ‘확실한 제주산 화장품’이란 뜻이다. 제주도 측의 인증제도 도입은 과도한 제주도 마케팅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이다.

국내 화장품 업계는 인증 총력전에 나섰다. 제주 인증 마크가 소비자에게 주는 성분 공신력과 마케팅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한편에선 제주 이미지를 내세운 화장품들이 인증 시험대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소비자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 제주산 맞아? 원료 0.1% 첨가

제주도는 지난달 1일부터 화장품 인증 제도를 시행했다. 제주 인증을 받으려면 제품 전성분의 10% 이상을 제주산 원료로 사용해야 한다. 또 원재료 생산부터 완제품 가공까지 전 공정을 제주도 내에 위치한 생산시설에서 마쳐야만 인증을 획득할 수 있다.

그런데 청정 제주 마케팅을 주도해 온 상당수 제품이 정작 인증을 받지 못했다.  ‘이니스프리’의 경우, 그린티, 화산송이, 용암해수, 제주한란 등 주요 제품 라인 대부분이 제주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워 깨끗하고 청정한 제품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지만 ‘제주 인증'을 받은 제품은 없다.

홈페이지에 공개된 제주산 주원료 함유량도 미미한 수준이다. 제주의 비옥한 토양에서 자라난 제주 생강을 내세워 홍보한 ‘진저오일’ 제품 정보란에는 생강오일 추출물이 0.1%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 풋감’ 에센스는 50ml에 풋감 추출물은 250mg으로 함유량은 0.5%에 불과하다.

이니스프리는 기존 제품군으로는 인증 절차에 참여하지 않았다. 하반기 출시되는 신제품을 대상으로 제주 인증을 준비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 업계 “성분 10% 이상은 과도”

제주도 관계자에 따르면 제주 인증을 받지 못한 제품에 제주도 이미지 마케팅을 금지할 법적 강제성은 없다. 인증 마크를 단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과의 비교를 통해 소비자 판단에 맡기고 있다.

업계에서는 제주 인증 기준에 불만이 적지 않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제주지역 화장품 제조업체는 81개다. 하지만 현재 제주 인증을 획득한 제품은 4개 업체, 14개 제품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총 함량의 10% 이상을 특정 성분으로 채우는 것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보통 화장품에는 ‘물’로 표기되는 정제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다른 성분들로 10%를 넘기는 것은 과도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제주 인증 절차를 밟아온 LG생활건강도 제주도 이미지를 활용한 모든 제품에 인증을 받지는 못했다. 비욘드 피토모이스처 제품 6종과 더페이스샵 제품 4종, 총 10개 제품만 인증을 받았다.

이 중 8개 제품은 기획 단계부터 제주 인증을 염두에 두고 성분 함량을 맞췄다. 더페이스샵 제주화산토 2종의 기존 제품은 함량 미달이었지만, 인증을 진행하기 위해 제주산 원료 비율을 대폭 늘려 인증 기준 10%를 넘길 수 있었다.

제주도는 인증 기준이 적정하다는 입장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원래 기준선이 더 높았는데 자문위원회와 업체 협의과정에서 기준을 내려 적정선을 맞춘 것”이라며 “성분은 조금 넣고 제주 이미지만 활용하는 행태를 없애고 화장품 산업 전반의 질을 끌어 올리는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