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은진 기자] 요즘 여의도는 70대 정치인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그야말로 7080시대다. ‘할배’ 정치인들이 정치판 곳곳에서 노익장을 발휘하고 있는 것. 이들은 특히 정치적 경험과 연륜을 앞세워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20대 총선 당선자 중 최고령자인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는 1940년생으로 올해 76세다. 그는 20대 총선 과정에서 ‘경제 민주화’의 선봉장으로 나섰다. ‘경제할배’라는 친근한 별명 앞에서는 ‘노욕’이라는 비판도 무색해졌다.

그는 정부의 지방재정개편 저지를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던 이재명 성남시장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김 대표는 “단식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다. 더민주가 20대 국회에서 제도적으로 해결하겠다. 이를 믿고 단식을 풀어 달라”고 권고했고, 이 시장은 열흘간의 단식을 중단했다.

1942년생으로 올해 74세인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정치 9.5단’으로 불린다. ‘정치 9단’을 넘어섰다는 뜻에서다. 4선인 박 원내대표의 역할로 신생정당인 국민의당이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정치 고수’인 그가 초선의원들을 향해 조언한 내용도 화제다. 박 원내대표는 초선의원들에게 ‘금귀월래(金歸月來)’를 강조했다. 평일에는 여의도에서 의정활동을 하고 금요일 밤부터는 지역구에 내려가 지역구 활동에 집중하라는 주문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외에도 “국회의원이 되면 기자의 전화를 잘 받아야 한다”거나 “국회법을 꼭 읽어보고 공부를 게을리하면 안 된다”는 등의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여권에서는 8선의 서청원(73세) 새누리당 의원이 꼽힌다. 20대 원 구성 합의 과정에서 서 의원이 “야당에서 국회의장을 달라면 줘버려라”며 국회의장직을 포기하자 이후 협상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이같은 ‘정치할배 대세론’에 따른 것일까. 이상돈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30대 청년들이 정치권에 들어오는 게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인생은 긴 과정인데 30대가 되면 (정치 외의) 자기 분야에서 일하는 게 저는 옳다고 본다”는 것. 그는 “정치권에서 괜히 청년 표를 얻기 위해서 청년 비례가 유행이 됐다”며 청년 비례대표제를 깎아내리기도 했다.

물론 이 최고위원의 ‘30대 정치불가론’은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한국청년유권자연맹은 공식 사과를 요구했고, 청년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입성했던 김광진 전 더민주 의원도 자신의 SNS를 통해 “정치 아마추어 이상돈 의원님, 청년들 걱정 마시고 의원님이나 잘하세요”라고 비판했다.

이는 20대 국회가 역대 최고령 국회로 꼽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20대 국회의원들의 평균 연령은 55.5세다. 전체 의석 수 300석 중 청년 의원의 몫은 단 3석이다. 새누리당의 신보라 의원, 더민주의 김해영 의원, 국민의당의 김수민 의원이 전부다. 그중에서도 지역구 당선자는 김해영 의원뿐이고, 신보라 의원과 김수민 의원은 청년 비례대표 제도의 ‘수혜자’였다.

이 최고위원의 ‘30대 정치불가론’이 무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30대 청년들이 정치권에 들어오는 게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했지만, 실제로 20대 국회에서 청년 정치인은 전체 국회의원의 100분의 1에 불과하다. 이를 두고 ‘적절성’을 따지는 것은 과연 적절한가. 이 최고위원의 ‘때이른 걱정’에 유감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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