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원 원내대표. 사진 뉴스1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자신이 생명을 걸었다. 검찰에 대해선 “정치검찰”이라고 맹비난했고, “생명을 걸고 정치검찰과 싸우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한마디로 솔로몬이나 보해저축은행, 그 어디로부터도 금품을 받은 적이 없는데 검찰이 이명박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검찰이 직접 나서 야권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50·구속기소)과 오문철 보해저축은행 전 대표(59·구속기소) 등으로부터 1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의혹으로 검찰로부터 19일 오전 10시 소환 통보를 받았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1시 국회 본관 앞 계단을 찾아 말 그대로 집회를 약식 개최했다.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이 자리에서 검찰이 박지원 원내대표를 소환 통보한 데 대해 ‘정치공작 물타기 수사’라며 성토했다. 추미애 최고위원은 한발 나아가 “야당 원내대표가 MB 대선자금의 가리개냐”며 검찰의 태도를 강도높게 비꼬았다.
 
사실상 질긴 악연이 있는 박지원 원내대표와 검찰이 이명박 정부 말기에 또다시 피흘리는 ‘전투’를 시작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 전투는 둘 중 하나는 치명상을 입게 돼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패배하면 정치적 생명이 끝나는 것이고, 검찰이 패배하면 ‘이명박 정권의 검찰’이라는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며 검찰개혁 움직임에 불을 붙이게 된다.
 
박 원내대표와 검찰의 악연은 지난 2003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 원내대표는 ‘대북사업 추진에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150억원을 현대그룹으로부터 받은 혐의(뇌물)로 구속기소됐다.
 
이후 검찰은 2004년 금호그룹에서 3000만원, SK그룹에서 7000만원 등을 수수한 혐의(알선수재)로 박 원내대표를 추가기소했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는 서울고법에서 징역 12년과 추징금 148억5000만원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2006년 5월 박 원내대표에게 150억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금호와 SK에서 1억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해 징역 3년과 추징금 1억원 등을 선고했다.
 
그는 2007년 사면 복권을 받고 다음해 18대 총선에서 전남 목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박 원내대표는 2009년 천성관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각종 의혹을 제기해 천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검찰은 천 후보자와 관련한 정보가 박 원내대표에게 유출된 것과 관련해 수사를 진행했지만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결국 수사를 중단했다.
 
그러나 검찰은 박지원 의원이 원내대표 사령탑에 올라며서 MB정권에 연일 맹비난을 퍼붓자 또다시 그를 붙잡고 늘어지는 형국이다. “단단히 벼르고 있다”는 표현이 맞아 떨어지는 모양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야당의 원내대표로서 하루가 멀다하고 ‘검찰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검찰의 입장에선 박 원내대표가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결국 검찰의 이번 수사 결과에 따라 양쪽 가운데 한쪽은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검찰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명숙 전 총리 등 야당 거물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에서 지속적으로 헛발질을 했던 까닭에 이번에도 박지원 원내대표에 대한 수사는 그런 수사들과 일맥상통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똑같은 실수를 계속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연일 계속되는 민주통합당의 공세에 불구하고 박 원내대표에 대해 전격적으로 소환 통보하면서 이미 박 원내대표의 혐의를 입증할 상당수 증거와 진술을 확보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양측의 신경전은 그야말로 아슬아슬하다.
 
검찰의 소환통보를 받은 박지원 원내대표와 관련해 민주당 측이 “소환에는 응하지 않겠으나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을 가져오면 응하겠다”는 주장을 펼치자 검찰은 곧바로 “말장난”이라며 반격했다.
 
검찰 한 관계자는 ‘영장을 가져오면 소환에 응하겠다’는 민주당 입장에 대한 의견을 묻자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라며 이 같이 답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회기중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위해서는 국회의 체포동의가 있어야 하는데…”라며 민주당 측의 주장을 모순이라고 일축했다.
 
실제로 박 원내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다 해도 가결될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다.
 
민주당이 강력 반발하는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정두언 체포동의안 부결 때와 다른 입장으로 가결시킬 경우 상당한 정치적인 파장을 감수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통과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이다.
 
검찰은 결국 이번 임시회 회기가 끝나는 8월3일 이후 체포동의안 제출 없이 박 원내대표에 대한 강제 수사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물론 8월3일 이후 야당이 ‘민생현안’이나 ‘민간인 사찰 국정조사’ 등을 이유로 단독 국회를 소집할 수도 있지만, ‘방탄국회’라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야권의 대선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박 원내대표가 어떤 주판알을 튕기고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