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갑질' 피해 협력업체 7곳 공동대응 나서기로

▲ 롯데그룹이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협력업체들이 '갑질' 을 당했다며 공동대응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내우외환에 빠지고 있다. 비자금 의혹과 압수수색, 형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등으로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한 가운데, 중·소 협력업체들이 '갑질'을 당했다며  집단행동에 나설 태세다.

압수수색-신동주 반격에 또 다시 뒤숭숭

롯데그룹은 지난해 형제간 경영권 갈등으로 뭇매를 맞았다. 볼썽사나운 집안싸움 뿐 아니라, 이 과정에서 드러난 롯데그룹의 실체가 많은 국민들에게 충격을 안긴 것이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은 아버지와 형을 따돌리고 롯데그룹을 장악하며 대국민사과는 물론 청년고용, 상생방안 발표 등으로 성난 여론을 어느정도 달랬다.

그런 롯데그룹이 재차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최근 비자금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검찰은 지난 10일과 14일, 롯데그룹 계열사 전반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틀 동안 확보한 자료만 1톤 트럭 10~12대 분량에 이른다.

경영권 분쟁에서 동생에게 밀렸던 신동주 회장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반격에 나서고 있다. 비자금 의혹 등 롯데그룹에 닥친 위기를 신동빈 회장의 책임으로 규정하며 공격에 나섰다. 오는 25일 열리는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통해 재역전을 노리고 있다.

◇ “협력업체 7곳 피해금액 510억원" 주장

이런 가운데 롯데그룹 계열사와 거래를 하다 ‘갑질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중·소 협력업체들이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롯데그룹과 갈등을 빚고 있는 업체들은 아하엠텍ㆍ신화ㆍ다윈인터네셔널ㆍ가나안RPCㆍ푸르베ㆍ성신청과, 그리고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계약을 맺었던 임대건물주까지 7곳이다. 모두 롯데그룹 계열사와 계약을 맺었다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분쟁을 겪고 있는 이들이다. 이들은 롯데건설ㆍ롯데상사ㆍ롯데마트 등 계약을 맺은 계열사와 사업 분야는 다르지만 롯데그룹이 보인 '갑질 행태'는 같았다고 주장한다. 힘이 약한 중소업체의 약점을 악용했다는 것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피해금액은 총 510억원이며, 가장 긴 분쟁을 겪고 있는 업체는 8년째 싸우고 있다. 자금력이 떨어지는 중·소 협력업체 사정상 장기간 분쟁은 곧 파산으로 이어진다. 아하엠텍과 신화는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다윈인터네셔널은 은행관리를 받고 있으며, 가나안RPC는 파산했다. 롯데그룹 계열사와 분쟁을 겪기 전까진 문제가 없었던 업체들이다.

일부는 언론을 통해 그 내용이 전해졌고, 국정감사에서 다뤄지기도 했지만 모두 해결되지 않고 있다.

▲ 롯데건설과 분쟁을 겪고 있는 안동권 아하엠텍 대표는 “신동빈 회장을 직접 찾아가 편지까지 전달했지만 달라진 것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시사위크>
이들은 최근 한 자리에 모여 피해 상황을 공유하고, 공동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그동안은 개별적으로 힘든 싸움을 이어왔지만, 가칭 ‘롯데 계열사 관련 피해자 모임’을 결성해 힘을 모을 예정이다. 이들은 법적대응은 물론 롯데그룹 비자금 관련 단서를 제공하는 등 롯데그룹과의 전면전을 예고하고 있다.

147억원으로 피해금액이 가장 크고, 분쟁 기간도 가장 긴 아하엠텍의 안동권 대표는 21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나는 롯데그룹을 정상적인 기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줘야 할 돈을 주지 않고, 법적 다툼 등으로 시간을 질질 끌면 중소 업체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다”고 밝혔다.

아하엠텍은 롯데건설과 계약을 맺고 공사에 참여한 뒤 추가 공사비를 받지 못해 분쟁에 휩싸였다. 롯데그룹과 계약을 체결할 때만 해도 직원 수 300여명에 대통령상을 받을 정도로 건실했지만, 현재 아하엠텍은 법정관리 상태다.

이 문제는 지난해 국감에서도 다뤄진 바 있다. 당시 신동빈 회장은 “보고받은 바 없다. 사실이라면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원만한 해결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후에도 달라진 것은 전혀 없다. 오히려 롯데그룹 측은 신문에 호소문을 발표한 안동권 대표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

안동권 대표는 “신동빈 회장을 직접 찾아가 호소문이 담긴 편지까지 전달해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살려달라고 호소한 것을 명예훼손이라고 하니 어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동빈 회장은 그동안 ‘창조경제’ ‘일자리 창출’ ‘상생’ 등을 강조하며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악화된 여론을 돌리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분쟁 협력업체들의 딱한 사정을 볼 때 이 말이 진실성이 있는 것인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피해 협력업체 관계자는 “많은 중소업체가 파산하고,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그 원인을 제공한 롯데그룹이 창조경제와 일자리 창출, 상생을 말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롯데그룹 관계자는 “계열사 별로 내용과 진행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어떠한 입장을 밝히긴 곤란하다”며 “그분들이 모임을 결성해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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