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대위원장이 당무에 복귀하며 꺼내 든 권성동 사무총장의 경질 요구로 계파 간 갈등은 더욱 커졌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선 당권 경쟁 초읽기로 해석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속마음은 모른다. 사무총장을 그만두게 하는 이면에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는지) 모르니까,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권성동 새누리당 사무총장의 답변은 묘했다. 김희옥 당 비상대책위원장에 이어 친박계로부터 사퇴를 요구받고 있는 그는 자신의 경질 배경에 대해 ‘이면에 어떤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 친박계의 전대 사전작업 “조직위원장 지켜야”

표면적 배경은 김희옥 비대위원장의 ‘기강잡기’다. 지난 1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혁신비대위원 회의에서 권성동 사무총장이 김희옥 비대위원장의 뜻에 반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것. 당시 김희옥 비대위원장은 탈당파 무소속 의원 7명에 대한 복당 여부 결정을 연기하자는 입장이었으나, 반대에 부딪혀 무기명 투표로 속전속결 처리됐다. 이 과정에서 권성동 사무총장이 김영우·이학재 의원 등과 강압적 분위기를 몰아갔다는 게 친박계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친박계에선 “무너진 당 기강을 바로잡고,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권성동 사무총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비박계는 다른 해석을 내놨다. 친박계 사무총장으로 교체하기 위한 ‘트집잡기’라는 것. 당헌·당규상 사무총장의 권한은 상당하다. 당 조직과 인사 등을 관장하는 것은 물론 예산을 비롯한 살림살이를 총괄한다. 뿐만 아니다. 오는 8월9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의 준비위원회 위원장도 맡게 된다.

▲ 권성동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혁신비상대책위 의결을 통해 해임이 결정되기 전까지 사무총장직을 유지한다는 각오다. 이에 대한 친박계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뉴시스>
결국 비박계인 권성동 사무총장의 지휘 하에 전대를 치를 경우 친박계로선 불리할 수밖에 없다. 실제 권성동 사무총장은 “20대 총선에서 당 지지율보다 개인 득표율이 저조했던 조직위원장들을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조직위원장의 물갈이다. 낙선한 조직위원장이 상당수 친박계인 데다 전대를 앞둔 만큼 표대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계파 간 신경전이 만만찮다.

앞서 김태흠 제1사무부총장은 조직위원장 정리를 주장하는 권성동 사무총장에게 “당무 감사 한번 없이 조직을 정비하면 분란만 일으킬 수 있다”면서 “새 지도부가 선출된 후 논의하자”고 막아섰다. 친박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그는 권성동 사무총장이 사퇴하면, 사무총장대행을 맡게 된다.

◇ 권성동의 고민 “사무총장이냐, 법사위원장이냐”

물론 권성동 사무총장은 자리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 그는 당무에 복귀한 김희옥 비대위원장과 만나 경질 재고를 요청했고, 21일에는 원내대책회의에 사무총장 자격으로 참석해 당무를 보고했다. 비대위 의결을 통해 해임이 결정되기 전까지 사무총장직을 유지한다는 게 권성동 사무총장의 각오다. 그는 복수의 매체를 통해 “김희옥 비대위원장이 뚜렷한 (경질)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다”면서 “정치는 명분인데, 이번 결정은 합리적 이유나 명분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권성동 사무총장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른다. 친박계는 당헌 23조를 내세웠다. 국회 상임위원장은 상임전국위원 신분을 갖게 되며, 상임전국위원은 선출직 이외 다른 당직을 겸할 수 없다는 것. 실제 황진하 전 의원이 일례로 제시됐다. 그는 당 사무총장에 임명되자 맡고 있던 국방위원장직을 내려놓은 바 있다. 앞서 권성동 사무총장은 20대 국회 상반기 법제사법위원장으로 선출됐다. 결국 권성동 사무총장의 거취 문제는 오는 23일로 예정된 비대위 회의가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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