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은진 기자] 20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마무리됐다. 국회가 개회할 때마다 원내교섭단체 대표들은 돌아가며 연설을 한다. 20대 총선 이후 교섭단체가 3당이 되면서 교섭단체 대표연설도 3일에 걸쳐 진행됐다. 비교섭단체인 정의당은 포함되지 않았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에게는 이번이 첫 번째 연설이 된다. 2014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했고, 국민의당 창당 후 올해 비교섭단체 대표발언을 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에게는 세 번째 연설이다.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지난 20일부터 사흘 간 정 원내대표-김 대표-안 대표 순으로 진행됐다. 각각의 연설문을 뜯어보면 3당의 색깔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부분도 있었지만 공통적인 내용도 상당했다.

▲ <3당 대표연설에서 여야가 공감대를 이룬 부분>

첫 번째 공통분모는 ‘분배’였다. 3당 모두 침체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필요한 논의로 ‘분배를 통한 사회적 격차 해소’를 꼽았다.

정 원내대표는 “우리 새누리당은 지금까지 나눠먹을 파이를 키우는 일에 집중했다. ‘파이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하는 분배의 문제는 정책의 후순위로 밀려났다”면서 “그러나 이제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분배의 문제를 고민해야만 할 시점”이라고 짚었다.

김 대표도 비슷한 맥락에서 분배의 문제를 언급했다. 김 대표는 “경제성장의 혜택이 공평하게 분배돼 다시 새로운 성장을 위한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라며 “지난 30년간의 대기업중심 경제정책으로 벌어진 소득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의 문제 의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안 대표는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은 이유”로 ‘가계소득의 감소’와 ‘개인 간의 임금격차 확대’를 들며 “분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누리당에서 말한 노동문제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거래관행 근절 등 다른 문제들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3당은 북핵 문제를 비롯한 안보와 ‘구의역 스크린 사고’ ‘강남역 살인사건’ 등 안전문제에도 한목소리로 입을 모았다.

▲ <3당이 제시한 해결책에서는 조금씩 온도차를 보였다.>

반면 3당이 제시한 해결책은 각각 달랐다. 양극화 해소 방안으로 정 원내대표는 “중향 평준화”를, 김 대표는 “포용적 성장”을, 안 대표는 “격차해소를 위한 국회의 로드맵”을 제안했다. 그간 ‘분배보다 성장’을 외쳐왔던 새누리당과 ‘성장보다 분배’를 외쳐왔던 더민주의 ‘태세 전환’이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중도 지향적 시각을 드러내면서 중도 정당을 표방하는 국민의당을 포함한 3당이 경제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앞으로 협치를 이룰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안 대표는 연설문에서 “20대 국회의원들은 이미 선거과정에서 국민께 약속한 바 있다”며 “새누리당은 대한민국을 위한 개혁에 나서겠다고 했고 더민주는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 해소를 공약했다. 국민의당은 ‘가진 것이 없이 태어나도 세상은 살만하다’고 아이에게 말할 수 있게 해 주겠다고 다짐했었다”고 설명했다. “공통분모는 충분하다. 문제는 실천의지”라는 게 안 대표의 생각이다.

가장 큰 시각차를 보인 것은 안보 문제였다. 3당은 모두 북핵 문제를 안보의 위협으로 정의했지만, 북핵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론에 있어서는 뚜렷한 차이를 드러냈다.

정 원내대표와 김 대표는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 외교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다만 정 원내대표는 “미국과의 신뢰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한·미 동맹을, 김 대표는 “적극적인 대미외교·대중외교로 우리 정부가 소외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미·중과의 관계를 강조한 데서 차이가 나타난다.

안 대표는 “우리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서 튼튼한 안보는 필수적이지만 평화통일을 위해 대화와 협력이 필요하다”며 “적극적인 경제교류·민간교류·문화교류를 통해 그 간극을 좁히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간 ‘안보는 보수·경제는 진보’라 외쳐왔던 국민의당의 기조와는 약간 달라진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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