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부의 냉장고가 갑자기 화제다. 가벼운 사진이긴 하지만 함축적 의미는 깊다. 갑부의 냉장고를 접한 누리꾼들은 벌써부터 “재벌그룹의 비자금 창고 같은 느낌”이라고 쓴소리를 던진다.
 
물론 지금의 재벌 대기업들이 저 먼 과거 군부독재정권 시절처럼 자기네 집 한켠에 자리잡은 냉장고에 어마어마한 돈다발을 숨겨놓을 일은 거의 없다. 그들은 일반인이 상상하지 못하는 곳에 천문학적인 돈을 모아두고 흥청망정 말 그대로 돈놀이를 즐긴다.
 
수십억 수백억을 마치 1-2만원을 사용하는 그들만의 세상에선 냉장고 속의 수백억은 손주들의 장난감을 사기 위해 서민들의 고통에 대한 의식조차 없이 사용되는 정도라고나 할까.
 
드라마 추적자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재벌들이 어떻게 나라를 교란시키고, 또 국정을 좌지우지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근론자, 즉 노동자들의 노동적 가치는 ‘껌’이다. 그들에게 ‘돈’은 뭐든지 할 수 있는 도구다.
 
여러 언론보도에서 드러났듯이, 재벌들에게 투명한 경영이란 없다. 편법상속과 불법적인 비자금 조성을 위해 그들은 냉장고 뿐 아니라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물질적 도구는 총동원한다.
 
탈세·비자금 조성·재산 해외 도피, 국민·국회 무시, 노동자 탄압 등이 어디 어제 오늘의 일인가. 재벌 오너들이 분식회계와 비자금 등으로 사법처리를 받을 때도 그들의 돈은 과연 어디에 숨겨져 있을까가 화두였다.
 
포털을 통해 인기를 끌고 있는 갑부의 냉장고 사진은 '경제민주화'로 시끄러운 지금, 단순히 웃어 넘길 사안이 아니다.
 
한때 모 정치인의 비자금이 자동차 안에 있는 냉장고에 숨겨 있었다고 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가진자들, 즉 기업총수들과 정치인들 그리고 높은 곳에 있는 사람들은 늘 ‘돈’으로 국민을 우롱했다.
 
비자금을 은닉하고, 탈세를 저지르고, 편법 상속을 덮느라 고급 양복을 빼입고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거짓말을 늘어놨다. 또 환자처럼 거짓행세를 하며 국민을 조롱했다.
 
그리고 농락당한 국민은 그들을 욕을 하며, 선거 때 또다시 그들을 뽑는다. 나라가 망해갈 때 그들은 “경제를 살리겠다”고 같은 말을 반복하며 지지를 호소한다.
 
요즘 같은 시기엔, 갑부의 냉장고 사진은 사실 재벌들의 냉장고라는 타이틀로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단순히 웃고 넘길 게 아니라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편법ㆍ불법, 차명계좌, 비자금, 상납 같은 돈놀이로 국민을 우롱했던 지배계층, 또한 수십년째 권력을 누려왔던 세력에 성난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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