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진기업이 공시에서 15년동안 사외이사를 한 사람에 대해 재직기간을 누락해온 것으로 나타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유진그룹의 ‘핵심’이자 레미콘·아스콘 등 건축자재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유진기업. 유진기업이 공시에서 사외이사 재직기간을 빼놓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의혹이 일고 있다. 이 사외이사는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사외이사 재직기간만 빠진 보고서

<시사위크>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내용을 확인한 결과, 유진기업은 지난 1분기보고서 ‘임원의 현황’ 부분에서 사외이사 2명의 재직기간을 기재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의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에 따르면 이사와 감사, 그리고 상법에 규정된 업무집행지시자와 집행임원은 양식에 맞게 관련 정보를 기재해야 한다. 여기엔 성명과 출생년월, 직위, 등기임원 여부, 상근 여부, 담당 업무, 주요경력, 소유주식수를 비롯해 재직기간과 임기 만료일도 포함돼 있다.

유진기업은 지난해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유경선 회장을 제외한 다른 모든 임원들의 정보는 빼놓지 않고 기재했으면서도 유독 두 사외이사의 ‘재직기간’은 빈칸으로 남겨 놨다. 이는 비단 1분기보고서만이 아니다. 해당 양식으로 작성된 2010년 사업보고서부터 모든 분기·반기·사업보고서에서 두 사외이사의 재직기간만 누락돼 있다.

이에 대해 유진기업 측은 “해당 사외이사는 상근이 아니기 때문에 재직기간을 기재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의 작성지침에는 “미등기임원으로서 5년 이상 회사에 계속 재직해온 경우에는 주요경력, 재직기간 및 임기만료일 등의 기재를 생략할 수 있다”고만 돼 있다.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유경선 회장은 여기에 포함될 수 있지만, 두 사외이사는 모두 등기임원이다. 상근 여부에 따라 재직기간을 생략할 수 있다는 내용은 없다. 애초 사외이사라는 말 자체가 ‘상근이사와 동일한 권한과 책임을 갖는 비상근이사’다. 대다수 다른 기업들도 상근 여부에 상관없이 사외이사의 재직기간을 기재하고 있는 이유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작성지침에 따라 해당 내용들을 모두 기재해야 한다”며 “다만, 투자자들의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별도의 제재가 내려지진 않고, 시정조치 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 유진기업의 2016년 1분기 보고서 '임원의 현황' 페이지. 두 사외이사의 재직기간은 기재돼있지 않다. <시사위크>
◇ 재직기간 15년에 유경선 회장과 ‘절친’

물론 사외이사의 재직기간을 누락한 것이 불법은 아니지만 감독기관에서 작성지침까지 둔 것은 경영 투명성 확보를 위해서다. 더욱이 유진기업 사외이사 2명 중 한 명인 김진호 사외이사는 수상한 구석이 많아 재직기간 누락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김진호 사외이사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으며,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와 국방대학교 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진호 사외이사는 지난 2002년 3월 처음 유진기업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이후 3년 임기를 4번 연임하며 현재까지 15년째 재직 중이다. 마지막 재선임은 지난 2014년 3월이었으며, 임기는 2017년까지다.

사외이사의 장기재직 문제는 우리 경제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보통 10년이 넘어가면 ‘장수 사외이사’로 분류된다. 장기간 같은 기업의 사외이사를 맡다보면 경영진 및 최대주주와 유착관계가 생길 수 있어 독립성이 중요한 사외이사로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최근엔 많은 기업들이 사외이사 재직기간을 10년이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유진기업 측은 “김진호 교수는 회사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사외이사로서 결격사유가 없어 재선임 돼온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진호 사외이사는 지난해 열린 이사회 중 58.6%만 참석했다. 2014년엔 34.1%, 2013년엔 20.7%에 불과했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이사회 참석률은 평균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4번이나 재선임 될 만큼 사외이사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했는지 의문이다.

또한 김진호 사외이사는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과 상당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경선 회장은 트라이애슬론 마니아로 유명하다. 2000~2009년, 2012년~2013년 두 번에 걸쳐 대한트라이애슬론연맹 회장을 맡기도 했다. 김진호 사외이사도 같은 취미를 공유하고 있다. 유경선 회장이 트라이애슬론연맹 회장을 맡았을 때는 부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유진기업 측은 “유경선 회장과 김진호 사외이사가 친분이 있는 것은 맞지만, 친인척이라거나 규정상 저촉되는 관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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