뿐만 아니라 비박계 이혜훈 의원도 당대표 출마를 저울질 하는 것으로 전해졌고, 최근 복당한 유승민 의원의 출마가능성도 언급되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친박계에 이어 비박계도 분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친박계에 비해 세가 밀리는 비박계 입장에서는 후보간 단일화 과정이 있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김 의원의 공식출마 전까지 당대표 출마가 예상되는 후보는 대략 5~6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이정현 의원, 이주영 의원, 홍문종 의원, 원유철 의원, 최경환 의원 등은 친박계로 분류된다. 비박계 인사들 중에는 정병국 의원이 유일했다. 이에 정 의원이 비박계 단일후보로 나설 경우, 표가 결집돼 해볼만한 싸움이 될 것이 예상됐다. 그러나 김 의원의 출마로 비박계 역시 표분산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다른 관측도 내놓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의 출마는 이른바 ‘판 키우기’ 포석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전당대회는 올림픽과 여름휴가와 겹쳐 참여도가 저조할 것이 예상된다. 투표율이 저조하면 세력과 조직에 의해 선거가 좌우될 가능성이 높은데, 오히려 이런 상황이 비박계로서는 더 어렵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판을 키움과 동시에 ‘혁신’을 위한 전당대회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새누리당의 총선패배가 친박계의 공천학살에 있다는 점을 강조해, 입지를 넓히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단일후보 보다는 다양한 후보군이 등장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새누리당 내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김무성 대표나 비박계가 왜 친박계에서 추천한 김희옥 비대위원장을 수락했을까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김 위원장 체제에서 혁신이 어려울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며 “전당대회에서 당권주자들의 혁신안 대결로 몰고 갈 경우, 비박계에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 있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실제 이날 출마를 선언한 김 의원은 ‘혁신 전당대회’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질래야 질 수 없었던 총선에서 참패한 후 새누리당은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며 “뼈를 깎는 혁신으로 새누리당을 일으켜 세우고자 한다. 제2창당으로 꺼져가는 정권재창출의 희망을 살려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앞서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비박계 나경원 의원도 “솔직히 말하면 이제는 비대위에 기대할 게 별로 없지 않느냐”고 반문한 뒤, “비대위에 원래 혁신 작업의 밑그림이나 큰 그림이라도 그려달라고 했는데 지금으로서는 기대할 게 없다”며 ‘혁신’에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