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전격 구속되면서 다음 타깃과 수사의 최종 종착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 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남상태 전 사장,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 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부총재,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구속되면서 검찰의 대우조선해양 수사가 탄력을 받고 있다. 수사가 ‘속전속결’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종착지로 향하는 연결고리가 될 다음 타깃이 누가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 수사 초기 구속된 남상태, 다음 타깃은?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지난 27일 오전 검찰에 출석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던 중 긴급체포됐다. 추가혐의와 증거인멸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남상태 전 사장은 검찰 출석을 앞두고 사건 관계자들에게 거짓 진술을 부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한 그는 지난 29일 전격 구속됐다.

이로써 검찰의 대우조선해양 비리 수사는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수사 착수 20여일 만에 핵심 내부 인물 2명을 구속하는 성과를 올렸다. 지난 25일에는 김갑중 전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최고재무책임자)이 구속된 바 있다.

‘속전속결’로 진행 중인 검찰 수사의 관건은 종착지다. 수사 초기부터 핵심 인물의 혐의를 확인해 구속에 성공한 만큼, 단순한 개인 비리를 넘어 ‘정권 비리’의 실체를 드러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검찰의 다음 타깃은 두 갈래로 예상된다.

먼저 남상태 전 사장의 ‘비호세력’이다. 남상태 전 사장은 정권이 바뀌는 과정에서도 연임에 성공한 독특한 케이스다. 또 이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 및 로비 의혹에 휩싸였지만, 꿋꿋이 자리를 지키며 임기를 마쳤다.

남상태 전 사장 비호세력에 대한 의혹은 이명박(MB) 정권으로 연결된다. 첫 번째 연결고리는 MB정권 초기 산업은행장을 맡는 등 ‘금융권의 MB맨’이라 불린 민유성 전 행장이다. 민유성 전 행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직접 발탁한 것으로 전해질만큼 MB정권의 핵심인물이었다.

민유성 전 행장은 현재 남상태 전 사장 비리에 연루된 정황이 포착된 상태다. 남상태 전 사장이 민유성 전 행장의 측근이 운영하는 홍보대행사와 수상한 계약을 맺은 정황이 드러났다. 측근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뒷돈을 건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또 하나의 연결고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다. 남상태 전 사장은 김윤옥 여사의 남동생인 고(故) 김재정 씨와 중학교 동창으로 어린 시절부터 친분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남상태 전 사장의 연임로비 의혹을 꾸준히 제기했던 강기정 전 의원은 ‘남상태 연임’을 지시한 실체가 김윤옥 여사라고 주장한다. 김윤옥 여사의 지시가 민유성 당시 산업은행장에게 내려갔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남상태 전 사장 다음 타깃은 민유성 전 행장이 유력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민유성 전 행장에 대한 조사는 MB정권으로 향하는 하이패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

▲ 남상태 전 사장의 구속은 MB정권 비리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시사위크>
◇ 고재호-홍기택, 검찰 소환 불가피

두 번째 갈래는 고재호 전 사장에서 출발한다. 남상태 사장의 뒤를 이어 2012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대우조선해양을 이끈 인물이다. 지난해 불거진 대우조선해양 대규모 부실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현재 구속된 상태인 김갑중 전 부사장이 고재호 전 사장 재임 시절 인물이다.

고재호 전 사장은 분식회계를 통해 실적을 부풀리고, 이를 토대로 성과급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3년의 임기 동안 저지른 분식회계 규모가 5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핵심은 이러한 분식회계 및 부실의 책임이다.

고재호 전 사장 재임기간 산업은행장은 홍기택 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다. 그는 최근 대우조선해양에 관한 폭로성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에 투입된 4조2000억원의 자금 지원이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에 의해 결정됐다고 폭로한 것이다.

홍기택 부총재가 대립각을 세운 인물들은 모두 대표적인 ‘친박인사’다. 홍기택 부총재 역시 오래 전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브레인’ 역할을 한 친박인사 중 하나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박근혜 캠프와 인연을 맺었고, 지난 대선 때는 박근혜 캠프 경제모임에 참여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 인수위원회 위원을 거쳐 산업은행장을 맡았다.

하지만 이후 진행된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다른 친박인사들과 갈등을 겪었고, 이것이 최근 폭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고재호 전 사장의 혐의가 입증되면 홍기택 부총재는 관리 부실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다만 최근의 기류를 감안하면, 홍기택 부총재가 또 다른 책임의 화살을 날릴 가능성도 재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당장 다음 검찰 수사의 타깃은 고재호 전 사장이 될 전망이다. 그는 가까운 시일 내에 소환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은 홍기택 부총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홍기택 부총재는 최근 돌연 휴직하며 검찰 수사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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