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박인사들의 '탈계파' 선언이 이어지면서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주이야박'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주이야박이란 이명박 정부 말기 낮에는 친이로 행동하고 밤에는 친박이랑 어울린다는 말로 권력이동을 의미한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여의도 정치권에 ‘주박야비’라는 말이 돌고 있다. 낮에는 친박행세를 하다가도 보는 눈이 적은 밤에는 비박들과도 어울린다는 얘기다. 18대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에서 유행했던 ‘주이야박’의 또 다른 버전이다. 이는 곧 박근혜 정부의 레임덕이 시작됐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오는 8월 9일 예정된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더욱 가시화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첫 신호탄은 범박계에 포함됐던 이주영 의원이 올렸다. 특히 이주영 의원은 다른 친박계 후보의 출마여부와 상관없이 “끝까지 완주하겠다”며 독자노선을 천명했다. 나아가 “총선패배에 책임 있는 인사들은 자숙해야 한다”며 최경환 의원 등 친박중진들을 압박하기까지 했다. 친박계의 당권접수를 위해 내부교통정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이다.

◇ 친박중진들의 연이은 ‘탈계파’… 주이야박 평행이론?

친박중진으로 통했던 홍문종 의원도 친박과 비박의 경계선에 위치했다. 물론 홍문종 의원은 서청원 의원의 출마여부에 따라 최고위원출마로 변경가능성은 열어놓은 상태다. 그러나 홍 의원은 “서청원 의원의 출마를 열렬히 주장하는 의원들만큼 반대를 얘기하는 분들도 상당히 많이 있어서 제가 어떤 결단을 내릴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독자출마 가능성도 예상되는 대목이다.

친박계로 분류되지만, 친박대표성을 띄지 않는 후보군이 가져갈 전당대회 아젠다는 ‘통합’이다. 이를 위해서는 비박은 물론 계파갈등의 중심인 친박까지 저격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이 주로 ‘탈계파’를 강조하는 것도 무관치 않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기존 친박을 강경파와 온건파로 분류하는 등 분화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최근 당대표에 출마한 범친박 이주영 의원은 '완주' 의사를 분명히 하며 사실상 탈계파를 선언했다. 홍문종 의원 역시 독자노선의 가능성을 열어 놓은 상태다. <뉴시스>
사실 친박계 분화현상이나 탈계파 현상의 전조는 총선 직후부터 나타났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을 그 시발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당시 친박핵심 중 한명으로 통했던 유기준 의원은 최경환·한선교 의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탈계파’를 선언하며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강행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유 의원이 7표 득표에 그치는 등 친박계는 공고함을 확인하며 응징에도 성공한 듯 했다.

◇ 경계선에 위치한 친박들의 고민, ‘나갈까 말까’

그러나 유승민 등 무소속 의원들의 복당문제를 기점으로 분화가 본격화 된 것으로 정치권은 풀이한다. 당시 대구경북과 충청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친박계 초재선 의원들은 복당결정에 강하게 항의했으나, 한선교·이정현 의원 등은 당의 미래를 위해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특히 한선교 의원은 이 문제와 관련, “아주 강한 친박성향의 의원 몇 분이 뉴스에 나오는 데 자기 생각을 표현한 의원은 몇 안 되지 않느냐”며 친박 내부에서도 이견이 존재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겉으로 드러난 분화현상 외에 물밑에서의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국회 내 포럼 등 연구모임 등이 초계파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그 방증이다. 물론 해당 의원들은 “연구목적”이라며 정치적 목적과 선을 긋고 있으나, 정치판 모임을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시각은 거의 없다. 일례로 비박계 김학용 의원이 결성하고 김무성 전 대표가 가입한 미래혁신포럼에 친박계 의원 10여 명이 회원으로 이름을 올린 사실은 주목할 법한 흐름이다.

당직자 출신의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권 말기와 꼭 같은 흐름이다. 주이야박이라는 말이 괜히 나왔겠느냐”면서 “정권의 힘이 떨어지면 계파색이 옅은 외부부터 떨어져 나가고, 중립을 선언하며 이곳저곳 다리를 걸쳐놓는 사람이 많기 마련이다.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