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제청한 대법관 후보가 국회 검증과정에서 제기된 백화점식 의혹 때문에 ‘불과 보름만에’ 스스로 사퇴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후보자 인선과 검증과정에 대한 책임론은 물론이고, 대법원을 겨냥한 정치권의 비판 목소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검찰 출신’ 김병화(57·사법연수원 15기·전 인천지검장) 대법관 후보자가 26일 전격 사퇴한 것은 여야 정치권 및 시민단체 뿐 아니라 사법부 내부에서조차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기 때문으로 일단 풀이된다.
 
김 후보자는 그동안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다운계약서, 세금탈루, 아들 병역근무 특혜, 제일저축은행 수사와 전 태백시장 수사 개입 등의 수많은 의혹들에 시달려왔다.
 
그럴 때마다 그는 매번 해명자료를 통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면서 대법관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해왔다.
 
그러나 일선 판사들이 직접 나서 김 후보자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자 결국 두 손을 든 것 아니냐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내부적으로 불거진 ‘반대여론’이 그를 중도하차 결심을 굳히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야권의 압박도 물론 거셌다. 야권은 논평을 통해 수시로 김병화 후보자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민주당의 자체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김병화 대법관 후보는 78.4%가 부적합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특히 새누리당이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김병화 후보의 임명동의안을 직권상정해달라고 국회의장을 압박하고 있다며 여론몰이에 나서며 일정부분 여론을 선점하기도 했다.
 
결국 새누리당의 지원사격을 받아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백화점식 의혹에 따른 명예실추로 향후 대법관으로서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그를 중도 사퇴하게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 김병화 후보자는 26일 ‘사퇴에 즈음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저를 둘러싼 근거 없는 의혹들에 대해 끝까지 결백함을 밝히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지만 저로 인해 대법원 구성이 지연된다면 더 큰 국가적 문제”라며 “사퇴하는 것이 국가에 마지막으로 헌신하는 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임을 성실하게 해명하였지만 해명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의혹제기를 계속해 저와 가족들의 명예와 인격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면서 그간 제기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어 “앞으로 공직후보자에 대한 이런 안타까운 일이 다시 없기를 진심으로 호소한다”며 끝까지 결백함을 강조했다.
 
대법원도 같은날 논평을 통해 “법조인으로서 훌륭한 인품과 능력을 겸비한 김 후보자가 대법관 후보직을 사퇴하는 결단을 내린 데 대하여 충격과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대법원 구성의 지연으로 인한 사법부의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이런 결단을 내린 김 후보자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도 “김 후보자가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매우 당혹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양승태 대법원장이 임명제청한 고영한, 김병화, 김신, 김창석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한편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형식은 자진사퇴지만 부적격 인사 추천에 대한 국민과 상식의 승리”라며 “이번 김병화 후보자 문제를 계기로 대법관 후보자 인사 추천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과 개선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논평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