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간 누적된 불만이 터진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나도 (국정 운영을) 못했지만 나보다 더 못하는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석에서 하는 우스갯소리 형태로 전해졌으나 최근 롯데그룹 수사 등 전 정권에 대한 사정의혹과 맞물려, 가볍게만 들리지 않는다는 평가다.

앞서 11일 <세계일보>는 새누리당 소속 한 의원의 전언을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을 잘못 이끌어 가고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이 강했다. 특히 계속되는 검찰의 재벌수사에 불만을 토로했다”며 “현 정부 출범 후 검찰이 몇 년째 기업 수사를 하는 것은 직전정권의 비리를 캐기 위한 표적수사로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 이명박, 박근혜 향해 “나보다 더 못해” 이례적 비판… ‘왜’

이는 대우조선해양이나 롯데그룹을 향한 검찰의 수사가 전 정권의 비위의혹으로 이어지는 것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다. 주목되는 것은 그간 박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 언급을 피해왔던 이 전 대통령이 불만을 표출했다는 점이다. 실제 4대강이나 자원외교 관련, 검찰의 수사가 진행중일 때도 이 전 대통령은 “잘 하고 계시잖아요”라며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자제했던 것이 사실이다.

▲ 총선 이후 당의 '중도노선'을 강조했던 김무성 대표는, 최근 개헌의 필요성도 거듭 설파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공천학살에 따른 총선패배, 여소야대 정국 형성과 정권말기가 겹치면서 참아왔던 불만이 터진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박근혜 정권 하에서 소외당했던 친이계를 포함한 인사들과 함께 새로운 정치세력에 힘을 보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와 관련 주목받고 있는 인물은 이재오 전 의원이다. 친이계 좌장으로 통하는 이재오 전 의원은 4.13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받지 못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총선패배 후 잠시 숨을 고른 이 전 의원은 “개헌을 위한 정치세력을 구상하겠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정치활동을 재개했다.

특히 그는 개헌을 위해 필요하다면 신당을 창당할 수 있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면서 “신당창당이 어느 정도 진전이 되면 상의를 할 수 있다”며 이 전 대통령의 간접적 참여 가능성도 예고했다. 그리고 지난 달 말 이 전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신당창당 구상은 이미 마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또한 원외에서 ‘새한국의 비전’이라는 싱크탱크를 발족, 제 4의 정치세력을 구상하고 있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박형준 전 국회사무총장도 친이계로 통하는 인사들이다. 개헌과 친이계라는 공통점이 많다는 점에서 통합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 전 의원도 “개헌을 하는데 모든 국민이 손을 잡아야 하지 않겠나”며 긍정적인 입장이다.

◇ 이재오 신당창당과 정계개편 시나리오, 연결고리는 ‘개헌’

나아가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정계개편’ 시나리오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새누리당 내 비박계와 더민주 비노, 여기에 손학규 전 대표와 국민의당까지 결합한 중도세력 총결집이 핵심 내용이다. 연결고리는 개헌이다.

하나의 시나리오에 불과하지만, 최근 정치권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날 국가전략포럼이 개최한 ‘개헌’관련 세미나에는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해 더민주 원혜영 의원 등이 참석했다. 총선 이후 ‘중도노선’을 천명한 김무성 전 대표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여야 간 극한 대립의 정치 구도를 깨려면 개헌이 돼야 한다”고 개헌필요성을 강조했다.

더민주 내에서의 이상기류도 감지된다. 당대표 후보자로 언급되던 김진표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하며 “여야를 막론하고 개헌세력이 있는데, 그분들과 뜻을 모아 개헌을 추진하거나 추진약속을 가진 정치세력을 어떻게 하나로 묶느냐 하는 일을 제가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오는 14일에는 김부겸, 박영선, 진영, 민병두 의원이 공동으로 개헌관련 대담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당내 비주류 세력으로 통한다. 최근 더민주 당대표 출마를 연달아 고사한 비주류 중진들은 당권 보다 개헌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비박계의 한 관계자는 “보수정당이 깨진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 부쩍 당이 갈라질 수 있다는 얘기들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라며 “실질적으로 이뤄지는 것과 별개로, ‘개헌과 중도’라는 프레임은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기 위한 명분으로 충분하다. 여야의 전당대회 과정과 그 결과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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