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과 9일 이틀간 열린 광동제약 하반기 워크숍에서 최성원 부회장이 임직원들에게 '스피드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광동제약>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광동제약이 동시다발적 악재를 만나 고전하고 있다. 매출 조작 의혹으로 대한약사회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비자금 조성 의혹까지 겹쳤다. 최성원 부회장의 ‘스피드 경영’이 화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실적 올리기 급급’…약사 속이고 매출 부풀려

광동제약의 실적 제일주의는 경영비전에서 엿볼 수 있다. 광동제약은 올해 경영방침을 ‘스피드 경영을 통한 비전 2020 가속화’로 정하고 매출 1조원 달성에 한 발짝 다가서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지난 8일 열린 하반기 워크숍에서도 광동제약 최성원 부회장(대표이사)은 ‘스피드 경영’을 강조하며 임직원들에게 빠른 의사결정을 통한 목표 달성을 주문했다.

최 부회장의 ‘스피드 경영’이 화를 자초한 것일까. 광동제약이 부도덕한 영업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다. 광동제약은 자사 효자상품인 비타500의 매출을 조작해왔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최근 한 의약 전문 매체에 따르면 광동제약은 일선 약국에 공급되는 비타500의 물량을 속여 온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원장에 기록된 수량에서 일부를 빼돌려 ‘무자료’로 거래되는 시장에 넘겼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광동제약이 매출을 조작한 수법은 이렇다. A약국에 10박스의 비타500을 공급하기로 한 뒤 실제로는 8박스만 넣는다. 나머지 2박스는 거래원장 없이 재래시장 등 암거래 시장으로 빼돌린다. 이런 식으로 광동제약은 10박스 당 12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인다.

일선 약국에 공급되는 비타500의 박스 당 가격은 3만5000원이며, 무자료 시장에는 2만5000원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약국에서 얻은 차익 7만원(3만5000원X2박스)에 무자료 시장에서 얻은 차익 5만원(2만5000원X2박스)을 더하면 12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약국 1곳 당 빠져나간 금액은 한 달에 수 십 만원에 이르며 이를 전국적으로 환산하면 엄청난 금액이 될 것이란 게 제약업계의 관측이다.

광동제약은 이런 수법으로 비타500의 매출 실적을 올리고 뒷돈도 마련한 것으로 파악된다.

◇ “광동제약 전 제품 불매운동 불사”

이에 대해 약사들의 배신감은 이만저만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수년간 거래를 하면서 영업사원을 믿고 수량 확인을 안했는데, 완전히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는 게 일선 약사들의 목소리다.

전국 7만 약사들의 모임인 대한약사회는 광동제약 전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번 일의 본질은 단순히 광동제약이 약사를 속였다는 문제가 아니라, 부당이득을 통해 세금을 포탈했다는 점”이라며 “오늘날 광동제약이 음료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었던 건 약국에서 우황청심환, 경옥고 등을 판매해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광동제약의 매출 조작은 일부 영원사원이 아닌,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게 대한약사회의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약사 회원들에게 거래원장 재검토를 요청했다"며 "이미 전국에 걸쳐 거래원장과 실제 공급량이 다르다는 신고가 상당량 접수됐다”고 밝혔다.

대한약사회에서 자체 조사 중인 광동제약의 매출 조작 여부는 2~3주 후 최종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 광고 리베이트 의혹까지

광고 리베이트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광동제약은 지난 수년간 롯데시네마에 광고를 주고, 그 댓가로 백화점상품권을 받은 사실이 12일 알려졌다. 2013년부터 쌍방이 주고받은 금액은 연간 1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 조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밝혀낸 검찰은 광동제약이 받은 상품권 10억원의 용처를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 광동제약은 보도자료 통해 “직원 개인의 일탈이었다며, 해당 직원은 해고된 상태”라고 밝혔다. 또 매출 조작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한 내부조사를 통해 관련자를 처벌할 예정”이라며 “철저한 전산 관리시스템 구축과 인적관리 시스템을 보완해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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