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화학이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의 개인 회사에 일감몰아주기를 한다는 의혹에 휩싸였다.<이수그룹>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이수화학이 이수그룹 오너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등을 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수화학의 실질적 최대주주는 절반 넘는 지분을 가진 소액주주로, 이수화학이 이들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수화학은 이수그룹 계열사 중 한 곳으로, 세탁 세제 원료인 알킬벤젠을 생산하는 업체다. 국내에선 독점적인 지위를, 글로벌 시장에서는 점유율 4위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매출 1조8000억원을 넘겼다.

◇ 이수화학 덕 보는 김상범 회장 개인소유 회사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수화학의 올해 1분기 기준 최대주주는 이수그룹으로, 34.82%를 보유 중이다. 그 외 특수관계인의 지분까지 더하면 39.25%에 이른다. 이수그룹의 지분은 김상범 회장이 32.5%, 이수엑사켐이 67.4%를 보유 중이다.

논란은 이수화학이 이수엑사켐에 과도한 지원을 한다는 의혹에서 시작한다. 이수화학의 특수관계인 중 하나인 이수엑사켐은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이 지분 100%를 소유한 개인회사다. 이수엑사켐의 배당금 등 이익이 고스란히 김 회장의 몫이라는 뜻이다.

문제는 이수엑사켐의 대부분 매출이 이수화학으로부터 나온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이수엑사켐은 이수화학으로부터 990억원치의 제품을 매입, 판매해 매출 1340억원, 매출총이익 198억원을 기록했다.

지배구조 컨설팅업체인 네비스탁은 보고서를 통해 “단순 유통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매출총이익률이 15%에 육박한다”며 “유형자산이 17억6000만원으로, 총 자산의 약 1.9% 수준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 매출 총이익률은 놀라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수화학의 이수엑사켐에 대한 수상한 지원은 누적된 매출채권과 지급보증에서도 나타난다.

지난해 이수화학의 총 매출(1조300억원) 중 이수엑사켐에 대한 매출은 9.5%(980억원) 수준이다. 그러나 이수화학이 보유한 매출채권(약 1147억원) 중 이수엑사켐이 차지하는 비중은 41%(472억원)에 달한다. 아울러 같은 기간 이수엑사켐의 차입금은 161억원인데, 그 중 64억6000만원에 대해 지급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네비스탁 측은 “이수화학이 이수엑사켐의 현금 흐름에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갑의 위치인 이수화학이 지급보증까지 제공하는 건 일반적이지 않다”고 전했다.

◇ 이수엑사켐, 4년간 배당금 30억원

이수화학의 지원 아래 벌어들인 이수엑사켐의 돈은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이 챙긴 것으로 보인다. 이수엑사켐은 올해 3월 11억2000만원, 지난 2012년과 2013년엔 각각 9억6000만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이 같은 행위는 현행 공정거래법상 처벌대상은 아니다.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오너일가의 사익 편취 규제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의 경우에 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수화학의 실질적 주인은 소액주주라는 점에서 이들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네비스탁은 “이수엑사켐이 이수그룹의 정점을 지키며 지배구조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는 이수화학과 같은 지배구조 하단에서 조달되고 있다”며 “이수화학은 수많은 소액주주들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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