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8·15 광복절을 맞아 특별사면을 실시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우리 경제가 대내외적으로 어렵고, 삶의 무게가 무겁다.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의 전기가 필요하다. 광복 71주년을 맞이해서 국민들의 역량을 모으고, 재기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사면을 실시하고자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8·15 광복절을 맞아 특별사면을 실시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일 새누리당 의원들과의 오찬 간담회 자리에서 정진석 원내대표로부터 특별사면 건의를 받았다.

이번에 특별사면이 실시되면 박근혜 대통령의 세 번째 특별사면이 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동안 특별사면에 대해 비교적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앞선 정권들이 7~9번의 특별사면을 실시한데 반해 임기 절반이 지난 지금까지 단 2번만 실시했다. 2014년 설에 실시한 특별사면에는 특별사면 단골손님인 기업인들이 모두 제외되기도 했다.

다만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실시하는 사면이라는 점과 기업인이 대거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적잖은 진통과 후폭풍이 예상된다.

◇ 특별사면이 가장 절실한 남자

정치권에서 특별사면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재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특히 특별사면 대상과 밀접한 기업들은 ‘혹시나’하는 기대감과 함께 눈치보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별사면 대상이 될 수 있는 경제계 인사는 10명 정도로 압축된다. 저마다 죄명과 형량, 현재 상황 등은 다르지만 특별사면을 바라는 마음은 같다.

먼저 특별사면을 가장 애타게 바라는 인물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이다. 조세포탈 및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회장은 3년 넘게 영어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1심에서는 징역 4년에 벌금 260억원, 2심에서는 징역 3년에 벌금 250억원을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됐고, 지난해 12월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징역 2년 6월에 벌금 252억원을 선고받았다.

문제는 그의 건강이다. 이재현 회장은 지난 2013년 구속수감 두달도 채우지 못한 채 구속집행정지를 받아 신장이식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건강은 호전되지 않았고, 2014년 두달 동안 재수감되면서 몸 상태가 더욱 악화됐다. 지난해 사망한 아버지의 임종은 물론 빈소조차 지키지 못했으며 현재는 젓가락을 잡을 수도, 혼자 걸을 수도 없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가운데 이재현 회장의 재상고 포기설도 솔솔 나오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건강악화가 이유지만, 특별사면을 고려하고 있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형이 확정된 상태가 아니면, 특별사면에 포함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재상고를 포기한 뒤 특별사면에 포함되지 못한다면 그대로 형이 확정되는 부담감도 안고 있다. 이래저래 고민이 깊은 CJ그룹이다.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회장님’으로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과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도 있다.

조석래 회장은 조세포탈 및 횡령 등의 혐의로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고령, 건강 등을 이유로 법적구속은 면한 채 항소심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횡령 및 상습도박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장세주 회장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 3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건강과 경영 등 제각기 특별사면을 바랄 요건은 있지만, 녹록치는 않을 전망이다.

▲ 특별사면 대상자로 거론되고 있는 경제계 인사들. <시사위크>
◇ 만기출소 얼마 안 남았지만…

현재 감옥에 있거나 집행유예에 발목이 묶인 총수들도 특별사면이 간절하다.

먼저 김승연 한화 회장이다. 1심과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돼 건강까지 악화됐던 그는 지난 2014년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하지만 집행유예 기간인 탓에 경영 전면에 복귀하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승연 회장의 집행유예는 2019년 2월까지다. 집행유예 기간이 절반 가까이 지난만큼, 특별사면에 기대를 걸어볼만하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과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도 현재 집행유예 기간으로, 사면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최재원 SK그룹 부회장은 지난 2014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월형을 확정 받았다. 오는 10월이면 만기출소라는 점에서 특별사면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도 감옥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사기성 CP 발행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은 그 역시 오는 10월이 만기출소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아버지 구자원 회장은 집행유예 상태이고,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동생 구본엽 LIG건설 부사장은 내년 2월까지 복역해야 한다. 이들 세 부자의 운명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현재현 전 동양 회장 또한 실형을 살고 있다. 지난해 징역 7년을 확정 받았다. 복역기간이 길지 않고, 피해자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특별사면 가능성은 미지수다.

배임 및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4년 6월을 선고 받았으나 지난 2012년 보석으로 풀려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도 특별사면 여부가 거론된다. 최근 보석 허가 조건 위반 논란이 제기된 게 변수다.

◇ 공약파기, 재벌 봐주기 논란도

재계 총수들은 저마다의 사정 속에 특별사면 명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특별사면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최근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제인 특별사면 반대여론이 60.6%를 차지했다. 찬성은 27.8%에 그쳤다.

경제개혁연대는 “어려운 국민들이 조그만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길 바란다는 대통령의 말이 진심이라면, 비리기업인 사면만큼은 자제해야 한다”며 “대선공약인 ‘불법비리 기업인 사면 불가’ 원칙은 지난해 최태원 회장을 특별사면한 것으로 이미 깨졌으나 그렇다고 해서 올해 또다시 불법비리 기업인을 사면한다면 단순한 공약파기 수준을 넘는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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