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원내교섭단체 3당이 모두 당 대표가 부재한 상황에서 당내 힘의 구도는 고령자 쪽으로 쏠리는 모습이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헌정 사상 최초로 여야 원내교섭단체 3당이 모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꾸려지면서 각 당의 전당대회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8월 9일, 더불어민주당은 8월 27일로 전당대회 날짜를 확정짓고 당 대표 후보군도 윤곽이 잡히는 모양새다. 신생 정당인 국민의당은 당초 내년 2월께 전당대회를 치를 계획이었지만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의 동반 사퇴로 비대위를 꾸리게 되면서 전대를 앞당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 대표가 부재한 상황에서 당내 ‘힘의 논리’는 자연히 고령자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모양새다.

올해로 74세인 8선의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은 8·9전당대회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4·13총선 참패 수습을 해야 할 차기 당 대표는 “한 마디로 먹을 게 없는 자리”다. 서 의원도 일찍이 “이 나이에 무슨 전대에 출마하겠느냐”고 출마를 부인했고, 그가 20대 국회 최다선 의원인 만큼 후반기 국회의장직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조원진·김태흠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이 “당내 갈등을 해소하고 화합을 이루는 데 적임자”라며 출마를 권유하면서 다시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서청원 의원이 출마한다면 이미 출마선언을 한 친박계 이주영·이정현 의원의 당권 방정식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일부 친박계에서는 서청원 추대론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현가능성은 낮다. 당 관계자는 “당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경선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서 의원이 당 대표가 된다면 3당 대표가 모두 70대인 상황이 된다.

국민의당의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올해로 75세다. 비대위원장이 원내대표도 겸하고 있는 사실상의 ‘박지원 1인 체제’ 하에서 박 비대위원장의 권한은 강력하다. ‘정치9단’으로 불리던 그가 ‘정치10단’으로 올라섰다는 농담 섞인 이야기도 나온다.

‘사드 정국’에서 국민의당이 존재감을 높이고 있는 배경에도 박 비대위원장의 역할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당은 법원이 국민의당 소속 김수민·박선숙 의원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리베이트 파문이 잠잠해진 사이, 일찍이 사드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하고 정부에 각을 세우는 등 야당색을 강화하고 나섰다. 창당 후 ‘안보는 보수’를 강조해왔던 국민의당이지만 박 비대위원장의 거침없는 ‘야당 행보’로 잃었던 호남 민심을 다잡을 수 있을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77세인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는 3당 ‘올드보이’ 중에서도 가장 맏형이다. 비례대표로만 5선이라는 전무후무한 이력도 갖고 있다. 2012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으로 박근혜 정권을 창출한 1등 공신에서 제1야당의 비대위 대표로 적을 옮기는 등 광폭 행보도 거리낌 없다. 내홍과 분란으로 바람 잘 날 없던 더민주의 군기를 꽉 잡았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평가다.

김 대표는 이번 사드 문제에 있어서도 문재인 전 대표와 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줄곧 “사드는 찬반 입장을 표명할 문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던 김 대표와 달리 문 전 대표는 “사드 재검토·공론화”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때문에 전·현직 대표 간의 알력다툼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이런 김 대표의 태도를 두고 “애매하다”는 비판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탁월한 정무적 감각”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한다.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에 합의한 이상 현실적으로 번복이 어려운 상황에서 당론으로 찬반을 가르는 것은 섣부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 대표가 현 당권을 쥐고 있는 만큼 사드 정국을 헤쳐나갈 제1야당의 행보는 김 대표의 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대표가 사실상 전당대회를 한 달여 앞둔 ‘시한부’ 대표라는 점에서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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