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두 달 가까이 공급에 차질을 빚으며 저칼륨혈증 환자들의 애를 태운 동광제약의 '케이콘틴서방정' <동광제약>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일부 제약회사들이 약값 올리기에 매달리며 희귀병환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어 논란이다. 희귀병환자를 위한 의약품의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생산을 중단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 제약회사 싸움에 피해 보는 환자들

최근 제약업계에 따르면 시중 약국에서는 특정 의약품의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물량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전국적으로 품절 현상을 보이고 있는 이 약의 이름은 ‘케이콘틴서방정’(이하 케이콘틴). 몸속 칼륨의 양이 정상 수준보다 적은 ‘저칼륨혈증’ 환자를 위한 약이다.

문제는 이 약이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면서 저칼륨혈증 환자들이 위험에 처하게 됐다는 점이다. 방치할 경우 심장마비나 합병증으로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이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은 국내에서 케이콘틴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두 달 가까이 케이콘틴 품절 사태가 발생한 이유가 지난 14일 한 뉴스전문 방송매체를 통해 밝혀졌다. 원인은 ‘돈’ 때문이었다. 약의 생산원가 인상을 두고 제약사간 분쟁이 발생한 것이다.

글로벌 독립관계법인 기업 ‘먼디파마’가 개발한 이 약의 국내 생산업체는 ‘동광제약’이다. 국내 생산과 허가권을 동광제약에 넘긴 먼디파마는 판매만을 전담하면서, 두 회사는 파트너십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케이콘틴의 생산을 책임지고 있는 동광제약이 ‘약값이 지나치게 싸다’며 판매회사에 ‘생산원가를 올려줄 것’을 요구하면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고 한다.

실제 케이콘틴 한 정의 가격은 68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수요 또한 일부 환자에 국한돼 있어 제약회사는 판촉 대상에서 제외할 정도로 ‘푸대접’을 받고 있는 약이다.

논란은 이 약이 ‘퇴장방지 의약품’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확산됐다.

◇ ‘퇴장방지’ 의약품이라도 생산 중단 가능

지난 1999년 정부는 일부 환자에 꼭 필요한 약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퇴장방지 의약품제를 도입했다. 이는 케이콘틴처럼 수익성이 낮은 약의 생산원가를 정부가 보전해, 희귀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의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제약회사가 생산 중단을 결심할 경우 이를 막을 뾰족한 수단이 없다. 생산중단 사실을 60일전에만 보건 당국에 알리면, 수익성이 낮은 퇴장방지 의약품의 생산을 멈출 수 있다는 것이다.

허술한 제도가 퇴장방지 의약품의 공급 차질을 유발하는 근본적이 원인이었던 것이다. 이번 케이콘틴 사태에 관한 책임이 비단 수익성에 치중한 제약사 때문만은 아니다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두 달 가까이 저칼륨혈증 환자와 가족들의 애를 태운 케이콘틴 공급 문제는 일단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듯하다. 이달 말 동광제약과 먼디파마가 합의점을 찾으면서 케이콘틴이 재생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퇴장방지 의약품으로 선정된 약이라도 나름의 사정이 있는 제약회사에 무조건적 생산을 강요할 수는 없어 두 달여의 유예기간을 주고 있다”며 “오늘 케이콘틴 40만정이 추가로 공급됐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저칼륨혈증 환자들의 불안은 쉽게 가시지 않을 듯하다. 케이콘틴은 지난 2009년과 2014년 품절 사태를 겪은 바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