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사람이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서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GO를 하고 있다.<고성군청 제공>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글로벌 다운로드 1억명’ ‘속초행 티켓 매진’. 포켓몬GO라는 증강현실게임이 글로벌, 그리고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다.

올해 초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대결이 바둑을 활성화시키고 국내 AI(인공지능)연구소를 설립시킨 점을 감안하면, 조만간 정부의 AR(현실증강)산업에 대한 육성책이 나올 모양새다. 하지만 이번 현상은 기술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콘텐츠에 대한 인식 부족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 포켓몬GO, 흥행요인은?

지난 7일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 시범 출시된 포켓몬GO는 AR(증강현실)과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게임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바라보는 현실에 몬스터를 등장시키고 이를 포획·육성하는 내용이다.

출시 이후 일주일여만에 글로벌 다운로드 1억건을 넘어섰고, 국내에선 정식발매 전이지만 속초 등 일부지역서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이에 힘입어 제작사인 닌텐도의 주가는 같은 기간 93.3% 치솟았다.

업계에선 포켓몬GO의 인기비결이 콘텐츠의 힘이라고 입을 모은다. 적용된 AR, GPS 등은 세상에 나온 지 좀 된 기술들로, 새로울 게 없기 때문이다. 반면 포켓몬GO의 원작인 포켓몬스터는 닌텐도가 20년 전 최초 게임으로 발매한 후 만화, 애니메이션 등으로 만들어지며 현재까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물론 일각에선 새로운 방식의 게임이 출시된 점을 성공요인으로 꼽지만, 포켓몬스터라는 인기 콘텐츠가 없었다면 흥행은 불가능했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몇몇 업체들이 AR게임을 선보였지만 흥행하지 못했다. 반디앱은 지난 2012년 청기백기 게임에 AR을 적용해 출시했지만 다운로드 수는 5000여회에 그쳤다.

그보다 앞선 2011년 KT는 현재의 포켓몬GO와 흡사한 어플 ‘올레 캐치캐치’를 선보였고, 2여년만인 2013년 5월(아이폰 기준) 서비스를 전면 종료했다. 일반 게임과 다르게 KT가 이용자들에게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어플인데다가, 콘텐츠 경쟁력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2013년 5월 서비스가 종료된 '올레 캐치캐치'. 게임이 아닌 비즈니스 카테고리로 분류돼 있다.<AppShopper 홈페이지 캡쳐>

◇ 예산은 증가… 남은 과제는?

게임콘텐츠 부문의 정부 지원은 수년 전에 비해 크게 늘었다. 정부의 게임산업 육성을 위한 예산은 지난 2013년 183억원에서 올해 329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게임산업의 수출액은 7억2016만 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0.2% 감소했다.

업계에선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기저에 깔려있는 게임, 만화 콘텐츠에 대한 인식 및 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간 정치권 및 정부가 미성년자 보호 등을 이유로 셧다운제, 결제한도규제 등을 조치함으로써 산업을 위축시켰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국회의원들은 게임중독법을 발의해 학부모들의 표심을 얻었고, 보건복지부에선 올해 초 인터넷과 게임중독에 질병코드를 발급하는 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정책 담당자들이 색안경을 끼고 콘텐츠산업을 바라보는 이상, MB정권의 ‘명텐도’ 같은 헤프닝밖에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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