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7 18:43 (목)
[사드배치 성주 르포] “참외농사 무너지면 성주경제도 붕괴”
[사드배치 성주 르포] “참외농사 무너지면 성주경제도 붕괴”
  • 소미연 기자
  • 승인 2016.07.20 1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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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성주읍 곳곳에는 정부의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성주군청에서도 사드 배치 예정지인 성산읍 성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때문에 성주군민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사진|경북 성주=소미연 기자>

[시사위크|경북 성주=소미연 기자] 참외가 끝물이다. 마지막 수확을 거쳐 한 해 농사를 마무리 짓는 농민들에게 7월은 가장 바쁜 시기다. 하지만 참외밭에 농민들은 없었다. 우리나라 참외 생산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경북 성주의 농민들은 정부의 사드 배치 공식 발표 이후 “농사지을 맛이 안 난다”고 입을 모았다. ‘전자렌지 참외’,‘ 사드 참외’라는 얘기가 벌써부터 떠돌기 시작하자 “굶어죽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답답한 가슴을 안고 농민들이 향한 곳은 바로 성주읍에 위치한 성주군청이었다. 군청 앞에는 ‘성주 사드배치 저지 투쟁위원회(이하 투쟁위)’가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 참외 농사 포기하는 농민들 “목숨 걸고 싸울 수밖에”

사드 배치가 공식 발표된 지 여섯째 날이 된 지난 19일, 기자가 성주군청 앞에서 만난 김탁훈(57) 씨는 반대서명서에 사인을 하고 있었다. 매일 저녁마다 군청 앞에서 열리는 촛불문화제에 참석하고 있었지만, 매번 서명할 기회를 놓치다 이날은 꼭 서명을 하기 위해 채비를 서둘렀다. 이름 석자를 적고 나자 한숨이 먼저 나왔다.

“고향에서 30년 동안 참외농사만 해왔다. 그런데 갑자기 사드를 배치한다고 선포식을 하더라. 정말 억울해서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 그래서 밤낮으로 (군청 앞에) 온다. 사드 배치를 철회할 때까지 목숨 걸고 싸울 수밖에 없다. 생계가 걸린 문제 아닌가. 이게 아니면 우린 굶어죽는다.”

▲ 성주군민들은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있으면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각오다. 장기전은 이미 투쟁을 시작할 때부터 각오한 바다. 특히 농민들은 “목숨을 걸겠다”고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사진=소미연 기자>

김씨를 비롯한 성주군의 참외 농가들은 절박한 심정이다. 이들은 사드가 배치될 경우 참외 농사를 포기할 생각이다. 정부에서 검증을 통해 전자파 위해성 논란을 해소한다고 하지만 국민들의 신뢰 여부에 대해선 장담할 수 없는 만큼 판매율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문제는 이후다. 군민 70% 가까이가 참외 농사를 짓고 있는 만큼 나머지 30%의 군민들도 참외 농사와 연계된 일로 생계를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주 경제의 시작은 참외다. 참외에서부터 모든 상권이 연결돼 있다. 비료, 농약, 비닐 등에서부터 하다못해 주변 식당, 구멍가게까지 연결고리와 다름없다. 결국 참외가 망하면 다른 상권도 모두 망한다는 얘기다. 삶이 무너지는데 보상이 무슨 필요가 있나. 우리가 바라는 것은 사드 배치 철회, 그것뿐이다.”

식당을 운영 중인 30대 부부의 말이다. 하지만 이들 부부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자녀들의 미래다. 사드가 배치될 것으로 알려진 성산포대에서 성주읍까지 거리가 1.5km 정도다. 정부에선 300m 고지대에 설치되는 만큼 저지대에 사는 군민의 영향은 미비할 것이라고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는 점에서 걱정이 크다. 분통 터지는 마음은 세월호 침몰로 아이들을 잃은 부모들의 심경과 같달까.

▲ 성주군민들이 가장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것은 사드 배치를 결정하면서 관계 부처의 책임자들이 한 번도 성주에 방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만약 성주에 와서 현장을 둘러봤다면 위치상 읍내와 너무 가까워 사드 배치를 결정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성주군민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사진=소미연 기자>

“내 새끼들이 죽었는데 어느 부모가 보상 많이 받으려고 데모를 계속 할 수 있겠나. 우리도 똑같다. 보상 더 받으려고 투쟁하는 게 아니다. 공항도 지하철도 싫다. 사드는 생명과 생존이 달린 문제다. 며칠 전 총리가 다녀가면서 한 부부의 차량과 사고가 있지 않았나. 부부 차량에 애기가 셋이었다. 총리에게 ‘내 새끼들과 성주에서 살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인데 그게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

실제 성주읍에 사는 이민수(37) 씨는 자신의 차량으로 황교안 총리의 차량을 가로막은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지난 18일에도 촛불문화제에 나와 “해당 차량에 황교안 총리가 탑승한 사실을 몰랐고, 후진하지도 않았다”면서 “다만 황교안 총리가 탑승했다면 ‘성주에서 살게 해달라’고 한마디 하고 싶은 마음에 차량을 따라갔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 경찰의 ‘외부세력’ 조사… “사태 본질 흐리고 있다”

황교안 총리가 지난 15일 성주군청을 다녀간 이후 군민들의 민심은 더욱 흉흉해졌다. 언론의 왜곡 보도로 군민들이 폭도가 됐다는 것. 감금사태가 그 일례다. 이는 황교안 총리와 강신명 경찰청장이 “감금된 것은 아니다”고 밝히면서 오해가 풀렸지만, 경찰의 ‘외부세력’ 개입 여부에 대한 조사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군민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 평일 오후에도 성주군청을 찾는 군민들이 많다. 한편에선 반대 서명운동을 받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선 그림으로 평화적 시위에 동참했다. <사진=소미연 기자>

농민회 이재동 회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외부세력이라는 말은 이 싸움이 시작될 때부터 근거 없이 나왔던 얘기”라면서 “사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SNS 카톡방으로 총리 방문 당일 학생들의 등교 거부를 선동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전면 부인했다. 그는 “학생들이 스스로 판단해 찾았다”면서 “당초 교육청에 조퇴를 원하는 학생들에게 이를 허가해달라고 요청했고, 학교 측도 허락했으나 다시 말을 바꿔 안 된다고 했다. 그러자 학생들이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고 설명했다.

지역의 40~50대 어머니들도 같은 얘기였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한 어머니는 “요즘 아이들이 우리보다 더 똑똑하다. 정보 검색도 어른들보다 더 잘하고 사태 파악도 더 빠르다”면서 “아이들 역시 고향이 위기에 빠졌는데 걱정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현재 투쟁위는 학부모들에게 등교거부와 조퇴를 막아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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