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P&G가 미국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페브리즈에 대한 안전성 결과를 발표했지만 소비자들의 불안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3M’은 안되고, ‘페브리즈’는 된다?
무슨 논리일까. 최근 환경부가 OIT(옥틸이소티아졸론) 방부제가 포함돼 있는 공기청정기 및 에어컨필터 제품에 대해 회수 권고를 내렸다. 문제가 된 에어컨과 공기청정기에 사용된 항균필터 제조사는 3M이다.

그러나 BIT(벤조이소치아졸리논) 방부제가 포함된 공기탈취제 제품은 여전히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다. ‘국민탈취제’로 불리는 ‘페브리즈’가 대표적이다. OIT와 BIT는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원인물질인 CMIT/MIT와 같은 이소티아졸린 계열 물질이다. 이 물질들은 모두 흡입독성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다.

◇ 3M과 페브리즈 성분, 가습기살균제 원인물질 계열

지난 20일 환경부는 공기청정기 필터에서 OIT 성분이 방출됐다고 밝혔다. 환경부에 따르면 공기청정기 필터를 비롯해 가정용 에어컨 필터, 차량용 에어컨 필터 등 총 88종의 필터에서 OIT가 방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OIT는 가습기살균제에 들어간 CMIT(클로로메탈이소티아졸리논) 계열 성분이다. 호흡기를 통해 지속적으로 흡입 시 호흡기 질환 및 장기손상을 일으키는 걸로 알려져 있다.

환경부의 당시 실험은 공기 중의 OIT를 포집해 이뤄졌다. 공기 중으로 방출된 OIT가 실제 인체에 얼마나 흡입되는지 여부는 나오지 않았지만, 환경부는 사전 예방적 조치로 OIT 함유 필터에 대해 회수 권고를 내렸다. 업체들 역시 소비자 불안과 건강을 고려해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

▲ P&G에서 공개한 페브리즈 섬유탈취제 성분. <자료=환경부>

하지만 OIC와 마찬가지로 CMIT/MIT와 같은 이소티아졸린 계열 물질인 BIT 물질이 포함된 공기탈취제 제품은 여전히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다. ‘국민탈취제’라고 불리는 ‘페브리즈’가 대표적이다.

페브리즈에는 BIT를 비롯해 DDAC(디데실디메틸암모늄클로라이드)라는 물질이 포함돼 있다. BIT는 보존제 성분으로, 이 계열 방부제는 단백질이나 효소에 결합해 그들의 기능을 파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결국 세포는 죽게 된다. 이 계열에 속하는 또 다른 방부제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야기한 CMIT/ MIT다. DDAC는 4급 암모늄 일종으로, 수영장 등의 소독제로 주로 쓰인다. 폐를 굳게 하는 폐섬유화를 유발하는 물질로, 인체에 노출되면 불임·기형아 출산 등을 야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가 BIT 물질이 포함된 페브리즈에 대해 회수 및 판매중지 권고를 내리지 않은 것은 미국 환경보호청(EPA) 검토 보고서를 인용한 때문이다. 국내에는 BIT 흡입독성에 대한 평가 자료가 없다. 앞서 페브리즈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일자 제조·유통사인 한국P&G(한국피앤지)는 미국 EPA 검토 보고서를 제출했고, 환경부는 이를 바탕으로 “인체에 위해를 주는 수준은 아니다”고 발표했다.

환경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섬유탈취용 페브리즈에는 DDAC가 0.14%, 공기탈취용 페브리즈에는 BIT가 0.01% 들어있다. EPA에서 권장하는 수준은 0.33% 이하다. 국내에 판매되는 페브리즈는 DDAC의 함량이 EPA에서 권장하는 0.33%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유해하지 않다는 것이 환경부 논리다. 당시 환경부는 “한국P&G가 제출한 EPA 보고서에는 문제의 성분이 위해도가 낮은 것으로 돼 있다”며 “살균 탈취제 퇴출 목록 발표를 앞두고 있는 EU에서도 BIT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 미국 본사서 안전성 결과 발표한 P&G

페브리즈에 대한 유해성 논란이 계속되자 한국P&G는 안전성을 강조하는 광고를 주요 일간지에 대대적으로 게재하고, 기자들을 미국 신시내티 P&G 본사로 불러 ‘페브리즈 제품 안전성 및 위해성 평가’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P&G 측은 “페브리즈 입자 크기는 85~120μm으로 10μm 이하 크기의 입자만이 폐에 들어가기 때문에 흡입독성 우려가 없다”며 “BIT도 휘발성이 아니기 때문에 바닥이나 섬유에 붙은 성분이 다시 공기 중에 떠오를 수 없으며, 성분은 세척 과정을 통해 씻겨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 페브리즈 홈페이지. 한국P&G측은 소비자들을 위해 성분을 모두 공개했다고 밝혔지만, 공개된 페이지에는 포함된 성분의 '효과'만 나열돼 있다. <페브리즈 홈페이지>
그러나 페브리즈 성분 중 BIT의 유해성에 대해 최초로 문제 제기를 했던 박철원 박사(전 연세대 내분비연구소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환경부의 ‘인체 무해’ 발표는 성급했다”며 “영유아, 어린이, 임산부, 아토피와 같은 피부질환을 가진 사람들, 폐기능이 약한 사람들, 특히 기관지염이나 폐렴을 자주 앓는 어르신들은 BIT 방부제와 같은 이소티아졸론 계열의 방부제가 포함된 제품 사용에 매우 신중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환경부는 사전예방적 조치로서 공기청정기 항균필터 회수를 권고했다”며 “같은 논리라면 공기탈취제에 사용되는 물질 중에서 흡입독성이 확인되지 않은 물질은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환경부는 흡입독성이 확인 안 된 살생물제 사용을 전면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P&G는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본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과학적 정보에 기반한 객관적 우려냐, 막연한 인식에 의한 우려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직결된 문제에 ‘막연한 우려’란 존재할 수 없다. 과거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업체들은 “인체에 전혀 무해하니 아이나 임산부들에게 사용해도 좋다”고 광고했다. 그 결과 많은 사람이 생명을 잃었고, 피해는 현재진행형이다. 탈취제의 사용 빈도나 형태로 볼 때 이 같은 우려는 아무리 반복해도 지나치지 않아 보인다.

환경부는 페브리즈 안전성 평가 전수조사가 끝나면 오는 9월께 최종 판단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P&G는 현재 국내에 탈취제 ‘페브리즈’를 비롯해 섬유유연제 ‘다우니’, 프리미엄 여성화장품 ‘SK-Ⅱ’, 남성 면도제품 ‘질레트’, 구강 전문브랜드 ‘오랄비’, 여성생리대 ‘위스퍼’ 등을 유통· 판매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