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가 올해 2분기 3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실적에 적신호가 켜졌다.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SK하이닉스 실적에 켜진 적신호가 좀처럼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영업이익이 반토막 나더니,  3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박성욱 사장의 ‘판단 미스’가 회사를 위기를 내몰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3년 만에 영업익 5000억 밑으로 곤두박질

지난달 26일 SK하이닉스가 2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이날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 2분기에 매출액 3조9409억원, 영업이익 4529억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에서 5000억원 미만을 기록한 건 2013년 1분기(3170억원) 이후로 이번이 처음이다.

SK하이닉스는 실적 부진의 이유로 시장 상황을 들었다. 메모리 수요 둔화에 따른 출하량 감소와 가격 하락이 이 같은 결과를 견인했다는 것이다. 특히 주력 사업인 D램의 가격약세가 지속되면서 영업익 감소세가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부진에 빠진 건 단순히 시장 탓만은 아닌 듯하다. 13분기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SK하이닉스와는 달리, 국내 반도체 1위 기업 삼성전자는 악조건 속에서 양호한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분야 영업이익은 2조64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22.4% 줄어든 수치로,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67% 급락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도 두 회사의 성적표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삼성전자는 영업익이 100억 가량 증가한 반면, SK하이닉스는 1000억원 감소했다. 

두 회사 간 성적이 엇갈리면서 그 ‘진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주력 사업에서 간극이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D램의 가격 하락세가 1년 가까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의 실적 회복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의 주력사업은 D램이다. 업계에 따르면 D램이 SK하이닉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를 하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D램은 국내 1위 업체 삼성전자에게도 매출을 견인하는 효자 사업이다. 하지만 의존도가 다르다. 삼성전자는 D램(약 40%), 낸드플래시(약 30%), 시스템LSI(약 30%) 등에서 고른 매출을 달성하고 있다.

◇ 시장 흐름 놓친 경영진, 최태원 회장 1:1 면담

SK하이닉스 실적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경영진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다. 시장 흐름을 읽지 못하고 기존 사업에만 매달리다 위기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그룹 내부에서도 감지된다. 최근 최태원 SK그릅 회장은 하이닉스 고위임원 50여명을 불러 1대1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이 하이닉스 임원들과 면담을 한 건 2012년 인수 이후 처음이란  데서 사안의 심각성을 읽을 수 있다.

▲ 지난해 8월 27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왼쪽 두번째) 등이 SK하이닉스 중국 우시공장을 방문해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이목은 자연스레 계열사 수장인 박성욱 사장으로 쏠린다. 그간 최 회장의 박 사장에 대한 신임은 각별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2014년 12월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등 그룹 주력 계열사 사장단이 모두 교체되는 인사태풍 속에서도 박 사장은 살아남았다. 최대실적을 달성한 지난해에는 하이닉스와 박 사장에게 “자랑스럽다”며 무한신뢰를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 변화의 흐름을 놓치다 회사를 위기에 빠뜨렸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최 회장의 생각이 예전 같지만은 않을 것이란 얘기가 회사 안팎에서 나오는 실정이다.

◇ 갈 길 먼 SK하이닉스, 낸드 기술력 10년 격차 

SK하이닉스도 낸드플래시 개발을 서두르며 추격에 나섰다. 하지만 SK하이닉스의 ‘뒷북’에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 분야에서 SK하이닉스는 시장을 리드하는 삼성, 도시바 등에 10년 가까이 뒤쳐져 있어 상황 역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들어서야 36단 낸드플래시 개발을 시작했지만, 시장은 이미 반도체 칩 하나에 셀을 48단으로 쌓아올리는 기술까지 개발됐다.

이와 관련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낸드플래시 분야에 대한 출발이 좀 늦은 부분이 있지만 올해까지 48단 개발을 완료해 시장 흐름을 따라 잡겠다”면서도 “실적 부직의 책임을 경영진에 돌리기에는 좀 이른감이 없지 않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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