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동섭 한일시멘트 명예회장은 1999년부터 18년째 (주)한진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주)한진은 우리나라 10대 재벌그룹인 한진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연간 매출액은 1조6000억원이 넘고, 지난해에는 1000억원 가까운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사외이사는 위상에 걸맞지 않게 불투명한 점이 많다.

◇ 18년째 자리 지킨 사외이사

(주)한진은 현재 2명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허동섭 한일시멘트 명예회장과 한강현 전 부장판사다.

이 중 허동섭 사외이사는 1999년부터 사외이사 자리를 맡고 있다. 특정한 회사의 사외이사를 너무 오래 맡고 있느냐는 얘기가 꾸준히 나왔지만, 2014년 어김없이 재선임됐다. 올해로 18년째이며, 임기만료는 내년 3월이다. (주)한진 직원들의 평균근속년수인 11.6년보다 훨씬 길다.

사외이사계의 '터줏대감'이지만 활동은 그리 모범적이지 못하다. 지난해 열린 12차례의 이사회 중 7번만 모습을 나타냈다. 출석률은 58%다. 한강현 사외이사가 92%의 출석률을 보인 것과 비교된다.

지난해 뿐 아니다. 2014년 63%, 2013년 73%, 2012년 44%, 2011년 64%의 출석률을 보였다. 5년 평균 출석률은 60.4%다.

거슬러 올라가면, 출석률은 더 형편없다. 2001년엔 아예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고, 2002년 4.35%, 2003년 8.82%, 2004년 68.5%, 2005년 39.1%, 2006년 4.17%의 출석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저조한 출석률에도 불구하고, 허동섭 사외이사는 수차례 재선임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 사외이사 부적절 요건 3종 세트

허동섭 사외이사는 경복고등학교 출신이다. 역시 경복고 출신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함께 학창시절을 보냈다. 두 사람은 경복고 42회 졸업생으로 동창사이다. 조양호 회장은 평소 경복고 동문을 살뜰히 챙기기로 유명하다.

동창 사이라는 점 외에 두 사람의 관계가 어느 정도인지  알려진 바 없다. 다만, 한일시멘트의 주식 보유 현황을 보면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다.

허동섭 사외이사는 과거 한일시멘트 회장을 지냈다. 현재 한일시멘트는 그의 조카인 허기호 회장이 이끌고 있다. 한일시멘트는 대한항공과 한진칼 주식을 각각 47만5000여주(0.64%), 22만3000여주(0.44%) 보유 중이다. 출자목적은 투자라고 밝히고 있으며, 다른 기업들의 주식도 다수 보유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대한항공 주식의 경우 다른 기업 주식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 처음 주식을 매입한 게 20년 전인 1996년이다. 이후 대한항공 주식을 꾸준히 늘려왔다. 주식 매입 목적은 투자인데, 차익 실현을 위해 매각한 적이  한번도 없다.

허동섭 사외이사가 특이한 점은 하나 더 있다. 그는 사외이사로 활동하면서 (주)한진으로부터 일체 보수를 받지 않는다. 대다수의 사외이사가 일정한 보수를 받고 있고, (주)한진의 또 다른 사외이사 역시 지난해 3600만원의 보수를 수령했지만 허동섭 사외이사는 ‘무보수’를 지키고 있다.

(주)한진의 허동섭 사외이사 장기재직, 무보수 등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사회 출석률, 조양호 회장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면 사외이사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사외이사는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경영진과 오너 일가를 견제·감시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다. 따라서 독립성이 핵심 요건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측은 “오너 일가와 같은 고등학교 출신의 경우 사외이사로서의 독립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 또 9년 이상 연임할 경우 독립성이 훼손될 여지가 있고, 이사회 출석률도 저조하다”며 허동섭 사외이사 재선임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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