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몬의 재규어XE 판매가 거센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티몬>
◇ 사건 전말

지난 8일 소셜커머스 업체 티몬엔 전에 볼 수 없던 제품이 등장했다. 고급 수입차 재규어XE가 20대 한정으로 올라온 것이다. 소셜커머스는 물론이고, 온라인을 통해 차량이 판매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저렴한 가격이 특징인 소셜커머스답게 티몬에서 파는 재규어XE의 가격 역시 꽤나 저렴했다. 재규어XE 포트폴리오, R스포츠 두 모델을 각각 4810만원과 4700만원에 선보였다. 정상가보다 700만원 낮은 가격으로 할인율로 치면 10%가 넘는다. 수입차업계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은 파격적인 혜택이었던 것이다. 당연히 해당 차량은 3시간 만에 완판됐다.

◇ 당황한 재규어코리아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재규어코리아는 당황스럽다는 입장과 함께 법적 대응을 천명했다.

우선, 재규어 차량 판매와 관련해 티몬 측과 협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현재 수입차 시장은 대부분 해당 브랜드의 한국법인이 딜러사와 계약을 맺고 차량을 공급하는 구조다. 즉, 한국법인과 계약을 맺지 않으면 차량을 판매할 수 없는 것이다. 재규어코리아 측은 “모든 딜러사를 확인했지만, 티몬 측과 차량 판매를 협의한 곳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재규어코리아 측은 브랜드 이미지 실추 등을 이유로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존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고객들에게 혼란을 일으킨 것도 강경 대응 배경 중 하나다. 일반적인 방법으로 딜러사를 통해 차량을 구입한 고객은 티몬에 올라온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황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재규어코리아 관계자는 “재규어 차량을 판매하면서 재규어와는 아무런 협의도, 협조도 없었던 것”이라며 “현재 변호사 등을 통해 법적 검토를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 티몬의 입장

재규어코리아가 발끈하자 티몬 역시 입장 발표를 통해 반박에 나섰다. 티몬에서 재규어 차량을 판매한 것은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으며, 검토도 충분히 마쳤다는 것이다.

티몬이 어떻게 재규어XE 판매에 나서게 됐는지부터 살펴보자. 티몬 관계자에 따르면, 티몬은 고객들에게 수입차를 좋은 가격과 편리한 방식으로 공급하겠다는 계획 아래 수입차 판매를 추진 중이었다. 그러던 중 SK엔카로부터 재규어 차량을 판매해보자는 제안을 받았고, 이에 따라 판매를 진행했다.

SK엔카가 재규어코리아 딜러사인 아주네트웍스와 차량 공급에 대한 협의를 거쳤고, 모든 책임도 SK엔카에서 지겠다고 했다는 것이 티몬 측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왜 SK엔카였을까. SK엔카는 중고차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곳으로, 정식 수입차 딜러사는 아니다. 재규어코리아와의 계약 관계도 없다. 그런데 티몬의 재규어XE 차량 판매는 SK엔카와의 계약을 통해 이뤄졌다.

티몬 관계자는 “수입차 판매를 계획하면서 수입차 한국법인이나 딜러사의 협조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들 손에 쥐어진 영업권은 곧 기득권이었다. SK엔카와는 종전에도 함께 판매를 진행한 적이 있었고, 마침 제안이 와서 재규어 차량을 팔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재규어코리아의 강경한 입장에 대해서도 별 문제 없다는 태도다. 판매를 진행하기 전부터 법적 검토를 마쳤고,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또한 아직까지 공문 등을 받은 것도 없다고 밝혔다.

◇ SK엔카와 아주네트웍스의 입장

결국 이번 사건의 핵심은 SK엔카와 아주네트웍스가 실제로 차량 공급을 협의했는지, 구체적인 협의 내용은 무엇이었는지로 모아진다.

SK엔카는 신차 판매를 추진 중이던 티몬 측이 먼저 가능한 차량을 문의했고, 이에 조사를 해 본 결과 재규어 차량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돼 이를 티몬 측에 타진해 판매를 진행했다고 주장한다. 해당 차량이 재규어였던 이유는 중고차 업체로서 딜러사들과 관계가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판매 가능한 차량을 확보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할인의 경우 일부는 마케팅 차원에서 SK엔카 측이 부담하기도 했지만, 차량을 공급한 딜러사에서 제시한 견적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SK엔카 관계자는 “아주네트웍스와 구두로 협의했고, 견적도 그쪽에서 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고객들은 절대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한 분이라도 구매를 원하시는 분이 있다면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 차량을 인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주네트웍스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티몬에서 재규어 차량을 판매하는 것과 관련해 SK엔카 측과 어떠한 협의도 한 적이 없고, 견적서를 제공한 일도 없다는 것이다. 또한 SK엔카의 ‘단순한 유선상 문의’에 응대했을 뿐이며, 그 문의도 ‘임직원 특판 및 법인차량 구매’로만 인지했다고 주장한다.

아주네트웍스 측은 향후 이와 유사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적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 뜻밖의 후폭풍

<시사위크>가 티몬 측에 확인한 결과 판매가 진행된 20대 중 현재까지 판매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은 1대뿐이다. 이마저도 판매가 성사될지 미지수다. 큰 논란에 비해 실제로 벌어진 일은 별볼일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은 생각보다 큰 파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각각의 해명으로 사건을 덮기엔 사태가 너무 커져버렸다.

우선, 모두가 피해자가 됐다. 재규어코리아는 차량 가격에 거품이 끼었다는 엉뚱한 불똥을 맞았다. 또한 고급스러움을 지향하는 브랜드로서 일정 부분 이미지 실추도 불가피해졌다.

티몬 역시 논란에 휩싸이며 신뢰가 훼손됐다. 판매를 하면서 검토와 확인을 충분히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짝퉁 판매 사건, 명절 귀성버스 논란 등 과거 전력과 이어지며 판매를 안 하느니 못하게 됐다. 추진 중이던 수입차 판매 계획은 모두 중단됐고, 수입차 업계의 눈총만 받게 됐다.

SK엔카 역시 신중치 못한 접근으로 시장 질서를 흔들어 놓았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당장 이번 사건 뒤처리부터 쉽지 않을 전망이며, 향후 마케팅 및 사업 확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주네트웍스는 차량 공급 협의 여부가 밝혀지면 경우에 따라 딜러권을 잃을 수 있다.

또 다른 후폭풍은 ‘차량 온라인 판매’라는 화두를 던졌다는 점이다. 오늘날 인터넷에서는 거의 모든 상품과 서비스를 서로 비교해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연간 200만대 판매 시대를 앞둔 자동차 시장만큼은 이러한 흐름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티몬 관계자는 “오프라인에서 살 수 있는 모든 것을 온라인으로 가져오자는 게 티몬의 모토다. 차량 판매를 계획한 것도 이러한 지점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수입차를 비롯한 자동차업계의 반응은 조심스럽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를 옷이나 먹을 것을 사듯 최저가를 찾아 구입한다면,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역차별을 받는 소비자가 많이 생길 뿐 아니라, 시장 자체가 혼란스러워질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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