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바티스가 의사에게 26억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관계자가 불구속 기소됐다.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픽사베이>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거대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가 리베이트 연결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국노바티스 임직원이 25억원대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간 법망을 피할 수 있었던 신종 수법도 공개됐다. 한국노바티스는 직원의 문제라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지만 그동안 리베이트로 물의를 빚은 게 여러번이다.

◇ ‘제약사-언론사-의사’의 수상한 학술대회

노바티스가 거액의 리베이트를 제공해온 시점은 2011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올해 1월까지 15명의 의사들에게 총 25억9000만원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 가담한 한국노바티스와 문학선 대표이사 등 전현직 임원 6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돈을 받은 유명 대학·종합병원 의사 15명도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서울 서부지방검찰청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은 의약전문지 5곳과 학술지 발행업체 1곳, 그리고 각 매체의 대표이사 6명을 범행에 가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 매체는 노바티스로부터 181억원을 광고비 명목으로 받고 이 돈을 의사들에게 전달했다.

이들 매체는 좌담회를 열고 실제로는 리베이트 잔치를 벌였다. 전문지의 취재 형식을 가장해 친분이 있는 의사들을 호텔 등 고급 식당으로 초대하고 거마비를 1인당 30~50만원 지급했다. 또 의사들을 전문지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자문료로 한 달에 100만원을 줬다. 해외 학회지 번역 원고료에는 50~100만원, 해외학회 참가 경비는 400~700만원을 지원했다.

노바티스가 복잡한 단계를 거친 것은 법망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서부지방검찰청은 “노바티스가 리베이트 쌍벌제를 피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썼다”고 밝혔다. 2010년 11월 도입된 ‘리베이트 쌍벌제’는 리베이트를 준 제약사와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양 측을 전부 처벌하는 제도다. 종전에는 제약사만 처벌 대상이었다.

노바티스는 ‘리베이트 투아웃제’의 허점도 파고들었다. 2014년 도입된 리베이트 투아웃제는 리베이트 2회 적발 시 해당 의약품을 보험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제도다. 그러나 예외조항이 붙는다. 학술대회 및 제품설명회, 임상시험 등에 대한 지원은 처벌받지 않는다. 리베이트 의혹을 받더라도 지급 정황에 따라 화살을 피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국내외 넘나드는 리베이트

한국노바티스는 전혀 몰랐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한국노바티스는 자사 홈페이지에서 “일부 직원들이 소규모 의학 미팅에서 규정을 위반한 점을 인지했다”면서 “우리는 한국노바티스 경영진의 용인 하에 이루어졌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 출석요구에 불응한 점도 꼬리자르기 논란을 증폭시켰다. 수사 과정에서 한국노바티스 전 외국인 대표이사 2명은 개인적인 사정을 이유로 소환조사에 불응했다. 결국 검찰은 기소중지 처분했다. 사실상 불기소와 다름 없어 본사 차원의 개입 정황은 밝혀내기 어렵게 됐다.

노바티스는 과거에도 리베이트로 물의를 빚었다. 한국노바티스는 2006년 8월부터 2009년 3월까지 약 3년간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줬다. 거래처 의사들에게 자문 등 각종 명목으로 총 71억원을 제공한 것이다. 결국 공정위가 2011년 10월 과징금 23억5000만원을 부과했다.

2013년에도 리베이트 건이 적발됐다. 특정약 처방을 위해 병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다. 당시에도 노바티스는 책임을 일부 직원에게 돌리며 사안을 축소했다. 이번 리베이트건이 2011년부터 시작된 점을 고려하면, 불법 자금 제공을 멈추지 않은 셈이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노바티스는 한국법인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불법 영업을 펼치는 ‘사고뭉치’로 유명하다. 노바티스는 2009년부터 2013년 사이에 중국 보건관리와 의사에게 뇌물을 제공했다. 미국에선 해외부패관행법 장부와 기록 위반 혐의로 벌금 2500만 달러를 냈다.

미국에서도 리베이트 잡음은 줄어들지 않았다. 2014년 미국 뉴욕주와 연방 검찰은 노바티스가 약국 ‘바이오스크립’에 리베이트를 주고 특정 약품 판매를 장려하도록 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노바티스는 결국 작년에 3억9000만 달러의 벌금을 물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본사가 한국지사의 리베이트 정황에 개입했는지는 정확하지 않다”며 “다만 억 단위 예산이 집행되는데 경영진이 모를 리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현재 관련 부처에 노바티스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을 의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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