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과 조현태 대한항공 부사장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일감몰아주기 제재’ 공포가 한진그룹 일가를 덮치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한진그룹의 ‘일감몰아주기’ 혐의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 짓고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한 검찰 고발 여부도 검토할 것으로 알려져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공정위, ‘일감몰아주기’ 제재 절차 본격화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 사무처는 지난달 초 한진그룹의 일감몰아주기 혐의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이 심사보고서에는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의견이 담겨 있다. 대한항공 법인에 대한 고발 의견도 함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부사장과 조 전 부사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녀들이다. 

공정위 사무처는 이들 남매가 조 회장의 자녀라는 지위를 이용해 자회사인 유니컨버스와 싸이버스카이에 일감을 몰아주고 부당 이득을 챙겼다는 내용이 담긴 심사보고서도 전원회의에 제출했다.

유니컨버스는 콜센터와 전산 업무를 맡는 회사로, 조 회장과 조원태·현아·현민 등 삼남매가 지분 100%를 소유한 자회사다.

▲ 공정거래위원회가 한진그룹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대한항공 제공>
싸이버스카이는 잡지 광고와 기내 면세품 통신판매를 하는 업체로 지난해까지 삼남매가 33.3%씩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다. 세 남매는 지난해 지분 전량을 대한항공에 매각했다.

이들 회사들은 내부거래 비중이 2014년 기준 70~80%에 달해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일으켰던 곳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두 회사는 5년간 16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 중 74%에 해당되는 1200억원을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계열사에서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1년여에 걸친 조사 끝에 조원태·현아 남매가 일감몰아주기를 지시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들 남매에 대한 검찰 고발을 검토하는 의견도 심사보고서에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한진그룹 측은 “아직 검찰 고발 등 어떤 것도 확정된 것이 없다”면서 관련 혐의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명할 것이란 뜻을 밝혔다.

◇ 한진그룹 “검찰 고발 확정된 것 아냐” 

한진그룹 관계자는 “현재 심사보고서만 나온 상태”라며 “추후 그룹의 의견제출 및 소명을 거쳐 전원회의 의결이 이뤄지게 된다. 아직 그룹의 의견서도 제출되지 않았고, 전원회의 일정도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정위로부터 문제가 제기된 거래대금은 2009년 이후 7년간 합계액이 수십억원에 불과하다”며 “한진그룹은 공정거래법의 취지에 따라 일감 몰아주기 관련하여 문제가 제기된 거래를 지난해 11월 모두 해소했고, 현재는 법 위반 사항이 없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오너 일가가 싸이버스카이 지분을 전량 매각한 만큼, 일감몰아주기 논란의 여지가 사라졌다는 설명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지분을) 매각했다고 해서 법 위반 사항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밝힌 만큼 한진그룹의 입장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이번 사안에 공정위 측은 아직은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공정위 관계자는 “향후 전원회의 의결을 통해 사건의 위법성 판단 및 조치여부가 결정된다”며 “전원회의 개최 시기를 포함해 고발 여부 등 결정 난 사실은 없다”고 설명했다.

3세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는 한진그룹은 이번 논란에 당혹스런 기색이다. 조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부사장은 2003년 한진정보통신의 영업기획 담당 차장으로 입사한 뒤, 수년 만에 계열사 대표이사까지 초고속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장녀인 조현아 전 부사장은 기내식 사업과 호텔 사업 등을 맡아 경영일선에서 활약하다 지난 2014년 ‘땅콩회항’ 사건으로 물의를 빚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조 전 부사장의 부재 속에서 막내인 조현민 전무는 그룹 내에서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 2007년 입사한 조 전무는 현재 대한항공과 저가항공사인 진에어의 마케팅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최근엔 진에어의 부사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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