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류는 새누리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보다 분명히 읽혔다. 이주영 후보와 이정현 후보를 놓고 양분됐던 친박계는 비박계 단일후보를 맞아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이정현 후보를 낙점한 데는 개인의 ‘스토리’와 ‘정권재창출’이라는 명분이 먹혔음은 물론이다.
◇ ‘이정현 효과’ 파급력 두고 ‘설왕설래’
새누리당의 한 전략통은 “선거가 특정인의 의중과 조직의 힘으로 결정 난다는 것은 언론의 프레임이다. 유권자들의 투표성향은 간단히 재단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정현의 당선은 친박이 밀어서 됐다고도 할 수 있지만, ‘될 놈’을 친박계가 밀어서 확실히 당선시켰다는 것도 맞는 말”이라며 “이정현이 되면 정권안정과 함께 차기대선에서 ‘호남표’를 가져올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동시에 작용했다”고 풀이했다.
이 같은 이정현 효과를 바라보는 더민주의 시선은 양분된다. 대선구도에 의미 있는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먼저 나온다. 보수정당에 호남출신 인사가 활약하는 게 처음도 아니며, 한화갑 전 대표 등 동교동계 후예가 갔음에도 큰 영향은 없었다는 게 이유다. 더민주의 한 재선의원은 “이정현 대표가 가진 상징성은 호남 보다 친박이라는 부분이 더 강하다”며 “호남출신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호남의 유권자들이 이를 얼마나 받아들일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추미애 더민주 당대표 후보도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이정현 대표가) 호남의 가치와 정신을 제대로 구현할 수 없다”며 “호남은 생물학적 호남 출생을 바라는 게 아니라 호남 가치와 정신을 누가 제대로 구현해내느냐를 바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정현 효과’를 크게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했다. 과거의 호남출신 인사들과 이정현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순천에서 2번이나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 당선됐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문재인 전 대표를 등에 업은 노관규 후보를 꺾은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가 가진 카드가 만만치 않다는 것도 우려되는 이유 중 하나다. 향후 당직인선에 호남인사를 등용할 수 있고, 내각에 호남인사가 입각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여기에 대폭 증가한 호남예산까지 더해진다면 민심이 흔들릴 수 있다. 이른바 새누리당의 ‘호남 시프트’다. 충청을 넘어 호남까지 표를 확장하겠다는 '남서진 정책(南西進 政策)'인 셈이다. 이는 참여정부의 ‘호남소외’ 프레임과 대비되면서 바람을 탈 수 있다는 관측이다.
◇ ‘친호남 강화’ VS ‘고정관념 탈피’, 더민주의 해법은?
반대로 더민주의 ‘영남 시프트(동진정책)’나, 지방분권, 경제아젠다 선점으로 전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전장을 호남에 집중하게 되면, 더민주가 호남·진보·운동권이라는 과거 프레임에 스스로 갇힐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이에 새누리당의 전략에 끌려가기보다는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의제로 대선에 접근하자는 주장을 내놓는다.
김종인 대표가 의총에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집권할 수 있는지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며 “관행에 젖은 대로 당을 운영하면 편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나라 전체 상황과 세계가 변화하고 있다.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서 당을 운영해서는 국민의 뜻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더민주의 한 전직 당직자는 “지난 대선과 마찬가지로 선거 막판이 되면 새누리당은 안보의제와 색깔공세를 취할 것이 분명하다. 양자대결이든 삼자대결이든 야권이 호남과 안보의제에 갇히게 되면 필패”라며 “호남을 결코 소외시키자는 말이 아니다. 다만 경제문제나 지방분권 같이 다양한 의제를 올리려면 호남 집중도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